데이비드 최(David Choi) UC버클리 산업공학 석사, UCLA 경영학 박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다이아몬드테크놀로지파트너스 컨설턴트
데이비드 최(David Choi)
UC버클리 산업공학 석사, UCLA 경영학 박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다이아몬드테크놀로지파트너스 컨설턴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그중에서도 최근 유튜브·페이스북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플라야비스타(Playa Vista) 지역에는 이 지역 명문 로욜라 메리몬트대(LMU)가 있다. 캘리포니아대(UCLA),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같은 명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LMU는 일찍이 1972년부터 경영대 창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장을 한국계 미국인이 맡고 있다.

11월 26일(현지시각) 오전 10시, 따가운 햇볕과 아름다운 야자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LMU 캠퍼스 경영대 창업센터장실에서 만난 데이비드 최(David Choi) 교수는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왔다. UC버클리, UCLA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글로벌 주요 컨설팅사에서 컨설턴트 경험을 한 최 교수는 2003년부터 LMU 경영대 교수로 부임해 2013년부터는 창업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기간 최 교수는 지인, 학생들과 바이오 기술, 소프트웨어,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이 정말로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실리콘비치(기술·벤처기업들이 밀집한 LA 해안 지역을 부르는 말)에 취업하느냐”는 질문에 “1990년대만 해도 LA의 기술 기업이 같은 지역 명문대에서 리쿠르팅하려면 학생 부모에게 ‘자녀가 왜 우리 회사에 와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실리콘비치에서 취업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보다 다양한 산업과 인재가 공존하는 점, 작은 성공도 인정하는 분위기 등을 이유로 꼽았다.


요즘 ‘탈(脫)실리콘밸리’ 흐름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1990년대를 떠올려 보면,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서 돈을 많이 벌면서도 낡은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나 멋내는 것에 별로 신경 안 쓰는 것이었다.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관심사는 ‘어떤 새로운 것을 해볼까’ ‘어떤 재밌는 것을 만들어 혁신할까’였다. 하지만 닷컴 버블 이후 ‘돈 벌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거리에 BMW가 많아졌고, 순수하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이 줄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구글을 생각해보라. 구글은 자사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 형태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작은 기업들이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물론 이런 방식이 구글을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비결이기도 하다). 작은 기업들을 돕고 세상을 더 혁신하려는 ‘실리콘밸리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인 페이스북은 어떤가. 창업자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미국 뉴욕 출신이다.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위해 페이스북이 무엇을 했는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LA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가지 않고 실리콘비치에 취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사실인가.
“예전엔 UCLA나 캘리포니아공대에서 공학을 전공하면, 절반은 실리콘밸리로 가고, 나머지 절반은 LA에 있는 항공 산업계에 취직하는 식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나 역시 ‘내 아들이 공학을 전공하게 되면 실리콘밸리로 보낼 거야’라고 생각했다. 1996년 LA 기반의 기술 기업 인큐베이터 ‘아이디어랩(Idealab)’을 창립한 빌 그로스(핌코의 설립자인 빌 그로스와 동명이인)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뽑아갈 때 학부모에게 ‘자녀가 왜 우리 회사에 와서 일해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는 실리콘비치에 다양한 기술 기업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 지역 유능한 학생들이 이곳에서 취업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인재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실리콘비치의 주요 기술 기업은 어디인가.
“LA 대표 기업인 ‘스냅챗(Snapchat·미국 10대들의 메신저)’이 인기가 좋았다. 최근에는 플라야비스타 지역에 있는 유튜브 스페이스(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페이스북 LA지사 같은 글로벌 IT 기업을 비롯해 인터넷 미디어·콘텐츠 기업인 폭스인터랙티브미디어와 광고 전문 기업 펠프스, 제시카 알바가 창업한 유기농 생활용품 업체 어니스트컴퍼니 등에 가려는 학생이 많다.”

이런 기업들이 왜 실리콘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우선 실리콘비치는 실리콘밸리에 비해 다양성면에서 훨씬 경쟁력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기술에 특화된 기업들이 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실리콘비치에는 기술과 연계되면서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소비재, 비디오 등 다양한 산업이 공존한다. 글로벌 영화의 본산인 할리우드가 있으므로 콘텐츠와 창의적인 인재가 몰리는 데다 부유층부터 빈곤층까지 다양한 계층이 LA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테스트하기에도 딱 맞다. 이런 다양성은 기업 환경과 성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될성부른 회사는 수천억원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로 인정받는 ‘유니콘’으로 만들어 버린다. 유니콘으로 성장할 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 분야라 하더라도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비치에선 그런 기업들이 어느 정도 매출을 내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창업과 학생들은 어떤 훈련을 받는가.
“실전 연습을 많이 한다. 이를테면 20달러(약 2만원)를 주고 두 시간 안에 돈을 벌어오게 하는 식이다. 대부분 학생이 이 돈으로 뭘 사서 팔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실행해 보면,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무엇을 사고팔기가 만만치 않다. 여기서 학생들은 부족한 자원으로 머리만 굴리다가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보다는 창의성, 아이디어가 좋아야 한다. 그다음으로 학생들은 계획을 잘 짜도 실행 단계에서 계획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빨리 현실에 맞게 계획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10달러를 주고 자전거 바람 넣는 기계를 샀다. 캠퍼스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니, 건당 2~3달러씩 받고 자전거에 바람을 넣어 돈을 벌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났는데 단 한 명도 바람 넣어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학생은 ‘공짜로 바람을 넣어주겠다’며 빠르게 전략을 바꿨다. 서비스받겠다는 사람이 하나둘 나왔다. 그리고 ‘정말 돈 안 받을 거냐’고 묻더라. 이 학생은 ‘안 줘도 상관없지만,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예상치 않게 건당 1~2달러씩 벌 수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는 특별한 학생들만 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노력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연습시키는 것 중 하나인데, 우선 어느 산업이든 관심 분야를 고르라고 한다. 그 산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나름대로 세 개를 꼽아보고 그에 맞는 해결책 세 가지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중 가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 해결책이 바로 좋은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에는 여전히 공무원, 대기업 직원을 꿈꾸는 대학생이 많다.
“이곳도 비슷하다. 졸업 후 창업하는 비율은 5~10% 수준이다. 그런데 취직을 꼭 나쁘게 볼 게 아니다. 나는 아무리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도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꼭 취직하라고 조언한다. 실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큰 기업보다는 벤처 기업이 낫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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