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희 서울대 경영학과, 하버드대 MBA,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디즈니 영화사 배급팀 디렉터 /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라엘코리아 사무실에서 백양희 대표가 라엘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은 그가 방한한 지난해 12월 27일 찍은 것이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백양희
서울대 경영학과, 하버드대 MBA,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디즈니 영화사 배급팀 디렉터 /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라엘코리아 사무실에서 백양희 대표가 라엘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은 그가 방한한 지난해 12월 27일 찍은 것이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라엘’이라는 미국 유기농 위생용품 업체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2018년 9월이었다. 소프트뱅크그룹에서 유일하게 스타트업(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준표 대표와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기술벤처에 주로 투자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여성 위생용품 업체에 투자한 것이 이상해 투자 이유를 물었더니 이 대표는 “라엘은 물류부터 배송, 고객 리뷰, 마케팅까지 모두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을 활용해 성공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을 어떻게 활용했기에 기술벤처 투자자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것일까.

라엘의 백양희 공동 대표를 미국에서 만났다. 지난 11월 28일 오전 8시 30분(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LA) 샌타모니카에서 인기 좋다는 한 브런치 카페에서였다. 그는 “라엘의 성공 비법은 아마존에서 고객 리뷰를 꼼꼼히 관리한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 업체, 투자자들의 관심도 끌어낸 만큼 앞으로 여성용 제품군을 늘려가며 더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창업해 2017년 6월 첫 제품을 아마존에서 선보인 라엘은 첫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 매출 규모는 100억원으로 회사는 예상했다. 라엘은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슈피겐, 뱀벤처스, 롯데쇼핑, 프리츠커그룹 등이 함께 조성한 펀드를 통해 총 2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받았다.


안정적으로 디즈니에 다니다가 스타트업 경영에 뛰어든 계기는.
“라엘 창업자인 아네스 안에게 제안받았다. 유기농 위생용품 시장을 잘 몰라서 좀 망설였다. 그런데 이 시장을 연구해 보니 20~30년간 미국에서 혁신이 없었던 산업 중 하나더라. 한국의 엄마들이 썼던 생리대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금 젊은 세대 여성들이 쓰고 있다. 그만큼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대기업의 더딘 의사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도 있다. 내가 직전에 일했던 디즈니는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이면서 재밌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 내 위에 상무가 있고, 그 위에 전무가 있으니 너무 오래 걸렸다. 늘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스타트업에서 제안이 와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팀이 매우 좋은 것도 영향을 줬다. 마음이 잘 맞는 한국인 공동 창업자 아네스 안(공동대표), 원빈나(최고제품책임자)와 한 팀이 돼 LA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존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라엘 사이트에서만 판매할 것인지, 아마존에서 팔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우리가 제품을 직접 팔기 위해서는 브랜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마존은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제품 구매자들의 리뷰가 좋으면 꾸준히 팔리는 구조다. 아마존에 제품을 올리고 보니 고객 반응이 생각보다 더 좋았다. 한국 여성은 유기농 생리대 제품이 많기 때문에, 라엘 제품을 사용했을 때 ‘크게 새롭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여성들은 “이런 생리대 처음 써봤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라엘의 유기농 생리대는 출시 첫해인 2017년 미국 아마존에서 20만 개가 판매되며 유기농 생리대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아마존에서 제품을 팔았더니 대박이 났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다른 비법은 없었나.
“고객 관리를 잘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올라오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반대로 쓴소리를 하는 고객이 등장하면, 따로 연락해서 뭐가 문제인지 청취했다. 이 과정은 매우 번거로웠지만, 다음 제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고객 리뷰를 열심히 읽고 종합한 수정 요구 사항을 다음번에 생산할 때 공장에 요청해 꼭 반영하는 식이었다. 최근에 오프라인 유통 업체 관계자나 투자자들과 많이 만나는데, 대부분 아마존에 올라온 라엘 제품의 구매자 리뷰를 읽고 오더라. 따로 설명할 게 없을 정도다.”

최근에 2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라엘이 더 성장하려면 제품군을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엘의 주력 제품이 생리대이긴 하지만, 생리 기간에 여성들이 무슨 고민을 할지 생각해봤다. 생리통이나 뾰루지 같은 트러블로 고통받을 수 있다. 라엘은 생리대 외에 ‘생리 기간에 필요한 미용용품(period beauty)’이라는 카테고리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생리하는 기간에 여성들의 피부 트러블을 막거나 완화해줄 마스크팩 네 종류다. 뾰루지 패치도 있는데 인기가 좋다. 우선은 생리와 관련된 피부 고민을 해결해줄 제품군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그 이후로는 여성들이 쓸 수 있는 개인 생활용품 제품군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plus point

[Interview] 이시선 82랩스 창업자 겸 대표
실리콘밸리서 일하다 LA서 창업…“제품 테스트·소셜미디어 활용 효과적”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서 일하던 이시선씨<사진>는 2016년 한국에 와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음료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셨는데 다음 날에 ‘이전과 다르게 몸이 빠르게 회복되는 것 같다’고 느꼈던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원료를 알아보기 위해 각종 논문을 뒤지다 일본 건포도 나무에서 만들어지는 DHM이라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발견했다. 그는 이 성분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LA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징 리앙 교수를 찾아갔다. 그리고 리앙 교수를 설득해 원료를 공수한 뒤 빠르게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2017년 이씨는 아예 USC가 있는 LA에서 ‘82랩스’를 창업했고, 그해 7월 ‘모닝 리커버리’라는 숙취해소음료를 출시했다. 이 대표는 “USC가 아니었더라도 실리콘밸리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며 “숙취해소음료 같은 소비재를 판매하는 데는 다양한 소비자에게 제품을 테스트하고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영향력이 큰 인물)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LA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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