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남(John Nam)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국제연합(UN)본부 IT매니저, 새롬기술, 코메리카 은행, US뱅크
존 남(John Nahm)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국제연합(UN)본부 IT매니저, 새롬기술, 코메리카 은행, US뱅크

교포인 존 남(John Nahm·44) 대표는 스페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미국 컬럼비아대에 입학했다. 입학하자마자 뉴욕의 국제연합(UN) 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마침 인터넷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해진 바람에 그는 IT 담당 매니저로 채용됐다. 당시 나이 열아홉이었다. 그는 지금 로스앤젤레스(LA)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VC) ‘스트롱벤처스(b Ventures)’의 공동 대표로 있다.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남 대표가 2012년 설립한 스트롱벤처스는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70여 곳에 투자했고 현재는 4500만달러(약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스트롱벤처스는 주로 한국 교민 창업자들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투자한 유기농 생리대 회사 라엘,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숙취해소음료 ‘모닝 리커버리’를 만든 82랩스 등이 스트롱벤처스가 초기부터 투자한 기업들이다. 라엘은 아마존의 유기농 생리대 판매 1위에 올랐고, 82랩스는 2017년 7월 제품이 나온 지 3개월 만에 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투자한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스트롱벤처스는 LA 지역 한국 교민이 창업할 때 가장 먼저 투자받기를 원하는 회사가 됐다.

‘이코노미조선’은 LA의 ‘미다스 손’ 스트롱벤처스의 남 대표를 12월 23일 오후(현지시각) 카카오톡 화상통화로 인터뷰했다.

남 대표는 “LA는 미국 내 최대 항구를 보유한 무역 도시이자 최고 수준의 공대에서 공부한 엔지니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계 전자상거래(e-commerce)의 수도”라며 “실패를 두려워 말고 창업하라”고 조언했다. 또 “미국에 진출할 때 한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빌려올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 문화와 소비 경향을 반영해 새롭게 시작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자라 뉴욕에서 대학을 나왔고 대학 다니면서 UN에서도 일했다. 졸업 후에는 LA에 벤처캐피털을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나.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대림수산의 원양어선 기지장이던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으로 갔고 거기서 열여덟 살까지 살았다. 원양어선사는 세계 곳곳의 황금어장에 기지를 건설해놓는데, 이 기지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기지장이다.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공동 대표와 인연은 이때 시작됐다. 배 대표는 당시 동원수산 기지장이던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에 갔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의 컬럼비아대(경제학)에 입학했고 학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UN에서 일했다. 마침 인터넷이 급속히 발달하던 시기였고 가장 젊었던 내가 IT 매니저 업무를 맡았다.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학위를 마친 후 다시 UN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1999년과 2000년에 인터넷 붐이 일면서 IT 쪽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당시 한국에서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다이얼패드)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새롬기술이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때 초기 멤버로 일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LA로 왔고, 금융 회사에서 5여년간 일한 뒤 창업했다.”

투자한 기업들을 보면 사업 아이디어만 있지 법인조차 설립 안 됐던 곳도 있다. 기업에 투자할 때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팀이다. 창업 멤버가 어떤 사람들인지 본다. 사업 아이템이나 제품은 도중에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이란 하나의 팀이 배를 만들어 타고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같다. 배 안의 사람들이 비전을 갖고 있고 그 비전을 포기하지 않고 실행해 갈 수 있는 끈기를 갖고 있는지를 본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평판 조회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A에 다양한 벤처기업들이 설립되고 있다. 이곳 창업 환경에 강점이 있다면.
“LA는 미국에서 제일 큰 항구가 있는 제1의 무역센터다. 서부를 통해 들어오는 거의 모든 아이템이 LA를 통한다. 미 전자상거래의 수도라고 할 수도 있다. 또 중국·필리핀·베트남·한국 등 아시아계 교민의 최대 이민 사회가 있는 곳이고, 세계 각국의 배우 지망생들이 할리우드 스타가 되기 위해 몰려오는 꿈의 도시이기도 하다. 세계 글로벌 문화의 수도이면서 콘텐츠의 수도 역할을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듣는 팝송과 영화 제작을 주도하는 곳도 LA다. LA에서 인기를 끌면 전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집결해 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교류하고 물류가 발달한 데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까지 제작되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세계의 소비 트렌드를 알 수 있다. LA의 또 다른 강점은 캘리포니아공대(칼텍·Caltech), 캘리포니아대(UCLA) 공대 등 최고 수준의 공대가 많아 엔지니어들의 풍부한 인력풀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활용해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IT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곳이 LA다.”

창업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성공의 핵심 열쇠는 같은 비즈니스라도 다르게 해석해서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다. 우리가 초기에 투자해 지금 미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숙취해소음료인 ‘모닝 리커버리’를 예로 들어 보겠다. 숙취해소음료라는 콘셉트는 한국에서 왔다. 미국에는 숙취해소음료라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냥 한국에서 하는 대로 아저씨들을 위한 음료로 판매한 것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유명 연예인들이 이 음료를 마시는 광고를 내보내는 등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포지셔닝했다. 미국에서 클럽에 다니고 술을 주로 많이 마시는 층이 젊은 세대라는 판단을 하고 이런 전략을 짠 것이다.”

단순히 한국에서 하는 비즈니스를 미국으로 옮겨놓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이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미국으로 가지고 오는 경우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본질은 같을지라도 미국 문화를 잘 아는 교민이 다른 방식으로 사업할 때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더 쉽다. 한국에서 갖춰놓은 인프라만 갖고 사업하면 이미 한국식으로 마인드 세팅이 돼 있기 때문에 망해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plus point

LA 창업, 노동허가부터 받아야

미국에서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LA 지역에서 창업하려면 비자부터 해결해야 한다.

우선 미 연방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인 ‘노동허가(working permit)’를 받아야 한다. 창업도 일종의 노동이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이 갖고 있는 학생비자(F1비자)로는 노동허가를 받을 수 없다.

반면 전문직비자(H1B)는 최장 6년까지 노동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H1B를 취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선 기업이 비자신청자를 고용하거나 신청자가 세운 기업에 다른 투자 회사가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확약을 해야만 H1B비자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신청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매년 4월 1일부터 일주일간의 신청 기간에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연방정부는 그해 하반기에 추첨을 통해 6000~6500명을 선발하는데 경쟁률은 4 대 1 정도다. 추첨 방식이기 때문에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H1B비자를 받을 수 없다.

투자이민도 창업하기 위한 방법이다. 100만달러를 투자하고 10명 이상의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2년 이상 고용하는 경우 영주권을 주는 EB-5비자가 나온다. 또 미국 정부가 승인한 민간 개발 회사가 진행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50만달러를 5년간 빌려줘도 영주권을 준다. 영주권을 받으면 LA를 포함한 미국 내 어느 곳에서도 사업할 수 있다.

정해용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