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스진(劉世錦) 시베이대 경제학 석사, 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국무원발전연구센터 부주임, 하얼빈공대 선전대학원 경제관리학원 원장, 런민은행 통화정책위원
류스진(劉世錦)
시베이대 경제학 석사, 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국무원발전연구센터 부주임, 하얼빈공대 선전대학원 경제관리학원 원장, 런민은행 통화정책위원

“중국 경제는 2011년부터 과거의 10% 고성장에서 중속(中速) 단계로 진입했다. 2019년과 2020년 6.2% 성장률만 유지하면 2020년 모두가 풍족하고 편안한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2020년 이후에는 5~6%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 경제위원회의 류스진(劉世錦·64) 부주임은 “중국 경제는 과거 일본·한국·대만처럼 오랜 기간 고성장한 뒤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단계에 있다”며 “미·중 무역마찰 요인이 없어도 중국 경제의 둔화는 예상됐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한 류 부주임은 중국 정부 경제 정책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국무원발전연구센터 부주임(차관급)을 거친 저명 경제학자다. 그는 수출·인프라(기반시설)·부동산 등 3개 영역이 일으킨 수요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며 국유기업의 독점을 깨는 식의 규제 개혁으로 효율을 높여 새로운 잠재 영역을 발굴해야 중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덩치가 커서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었던 한국·태국이나 통화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터키와 다르다고 말했다. 한쪽이 어려워도 다른 쪽에서 필요한 투자를 일으켜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류 부주임은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간 내 끝날 수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위협으로 바라보는 만큼 양국의 충돌 양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6.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중국 사회과학원).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0년(3.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2018년보다 2019년에 경제가 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18년 중국 경제는 무역마찰 요인 없이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2018년 상반기에 예측한 결과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통제로 기반시설 투자가 감소하고 부동산이 점차 조정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전체 경제 성장이 일정 수준 둔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반시설 투자는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다.”

부채 감축 속도를 늦추고 있으니 경제 성장 속도가 다시 빨라질까.
“단기 경제 문제도 장기적인 틀에서 봐야 명확히 보인다. 중국 경제는 2010년쯤 10% 이상의 고성장 단계를 마감했다. 일본·한국·대만·홍콩 경제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과거의 높은 투자를 추동했던 수출·부동산·기반시설이 일으킨 3대 수요는 정점을 지났다. 과거 20~30% 증가했던 수출은 이젠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도 있다. 앞으로 5%만 성장해도 괜찮은 수준이다. 부동산 수요의 정점도 이미 수년 전에 지났다. 향후 부동산 투자는 기본적으로 저성장할 것이다. 제로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정상으로 볼 수 있다. 2012년부터 노동인구가 매년 200만 명 줄고 있고, 베이징 스모그처럼 환경 문제가 불거진 것도 고성장이 지속되기 힘든 이유다.”

그래도 중속 성장을 하려면 일정 수요가 필요한데, 중국의 대책은 뭔가.
“중국 경제는 높은 산을 오르는 단계에서 잠재된 지대를 발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주요 영역의 수요와 일부 공업 제품의 생산량은 이미 정점에 다다랐다. 산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산 밑에 아직도 많은 잠재 지대가 있다. 잠재 지대는 두 가지다. 하나는 ‘효율 지대’이고 다른 하나는 ‘분배 지대’다. 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시장 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노동 자본 등 요소의 유동이 충분치 않으며, 경쟁이 부족하고 비용이 높아 효율이 낮은 영역을 말한다. 이들 영역의 효율을 높이면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효율 지대를 개발하려면 도시와 농촌 간 요소 시장의 통로를 뚫고, 기반시설 관련 산업의 행정적 독점을 깨야 한다. 또 지식밀집형 서비스업을 대내외에 개방해야 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인 중국이 5만달러인 미국보다 에너지·물류·통신·토지·융자 등 5대 기초 비용이 높은 이유가 행정적 독점 때문이다. 전통 공업화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은 산의 정상에 올랐지만 혁신으로 보면 산 아래에 있다. 더 높은 ‘혁신의 산’에 올라야 한다. 후자는 소득 분배로 발굴할 수 있다. 소득 격차 확대는 일부(저소득층)의 소비를 억제시킨다. 정부의 탈빈(脫貧) 정책은 소비 진작에 매우 중요하다. 도시에 진입한 농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시돼야 한다.”

중국 당국도 성장 속도보다 질적인 발전을 강조한다. 질적인 발전의 잣대는.
“질적인 발전에는 6가지 지표가 있다. 일자리와 부채 비율, 기업의 수익성, 자원 환경의 지속 가능성, 주민 소득, 재정 수입이 그것이다. 이들 지표가 좋으면 성장 속도가 떨어져도 중국 경제의 형세는 좋다고 볼 수 있고, 지속 발전 가능성도 커진다. 2019년은 중국 경제가 중속의 고(高)질량 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관건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인 중국 휴대전화와 자동차 시장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소비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닌가.
“휴대전화와 자동차 시장의 고속 성장 시대는 이미 지났다. 상품 소비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둔화될 것이다. 일정 수준 보급된 이후엔 서비스성 소비가 주력이 될 것이다. 의료·헬스·교육·문화·오락 등이 그것이다. 진짜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다. 부동산에는 혁신이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도시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둔화에 주로 민영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기업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민영기업인 좌담회에서 민영기업과 기업인을 우리 편이라고 하면서 기업인들로부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민영기업에 가장 중요한 건 별도의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 환경이다. 최근 각 지방정부에서 민영기업 발전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행정 수단을 동원해 특혜를 주기보다는 안정적인 법 제도 환경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민영기업의 자금난은 오래된 문제이자 다른 나라에도 있는 국제 문제이기도 하다. 일부 기구(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서 민영기업 대출 비중에 대한 수량 지표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행정 수단을 동원하기보다는 개혁을 통해 민영기업으로 가는 자금 채널을 뚫어야 한다. 대형 은행이 중소 민영기업에 특화해 대출해주는 부문을 설립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 저장성 타이저우에 있는 민영은행들은 중소기업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금융기관도 더 발전해야 한다.”

위안화 추가 절하도 관심이다. 달러당 7위안대로 하락하면 위기가 올까.
“중국은 아르헨티나·터키와는 달리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통화가 쉽게 붕괴되기 힘들다. 무역마찰 등의 영향으로 일정 수준의 파동은 피할 수 없지만 큰 폭의 절하는 없을 것이다. 달러당 7위안이 깨지든 깨지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환율 수준이 아니라 환율 시스템이 정확한지 아닌지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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