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꺼지지 않는 불씨…미·중 무역전쟁

지난해 12월 29일 세계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협상을 앞두고 통화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그 직후 트위터에 “방금 시 주석과 길지만 굉장히 좋은 내용의 통화를 했다.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남겼다. 앞서 1일 양국 정상이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한 지 4주 만의 일이다.

2018년 3월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올해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뜨거운 이슈가 될 예정이다. 두 나라 실무진은 1월 7일 베이징에서 첫 협상을 시작했다. 기한은 3월 1일이다. 양측은 무역수지 불균형, 지식재산권, 산업 보조금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트럼프는 합의하지 못하면 관세율을 현재 10%에서 25%까지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 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하느냐’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 이전 강요 문제, 중국 정부가 개입된 사이버상 탈취 등 지식재산권 도둑질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 보이콧’을 요청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미국이 문제 삼는 이슈들은 공산당의 미래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중화 민족의 비상을 꿈꾸는 시진핑 입장에서는 양보하기 힘든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많은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본다. 핵심 이슈들이 단시간에 합의에 이르기 힘든 분야인 데다, 다툼의 본질이 패권 경쟁이기 때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패권 전쟁은 중장기적으로 한쪽에서 만족할 때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90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일단 정치·외교적으로 합의점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은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세계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관세 전쟁이 재발하면 세계적으로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세계 교역 증가율이 지난해 4.2%에서 올해 4.0%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무역전쟁이 확전되면 세계 GDP가 2021년까지 기존 전망보다 0.8% 감소할 것으로 봤다.


2│강달러로 신흥국 통화 약세 지속

지난해 신흥국 경제는 대규모 자본 유출에 시달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고,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지난해 11월 달러지수는 97.7로 연중 최고점까지 올랐고, 이런 가운데 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실제로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은 85%,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125%까지 오르기도 했다.

신흥국 경제는 2019년에도 세계 경제 둔화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싸워야 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도 강달러가 신흥국 환율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올해 상반기 달러화 대비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기준 달러화 대비 환율 하락폭 전망치는 인도 루피화(-2.6%)가 가장 컸고, 필리핀 페소화(-2.1%), 인도네시아 루피아화(-1.1%), 태국 바트화(-1.0%) 등이 뒤를 이었다.


3│경착륙 중인 中 경제…최악의 경우 성장률 5%대로 떨어질 수도

올해 중국 경제는 경착륙과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각종 경기 부양책을 동원해 ‘바오류(保六·6%대 성장)’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중국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 2016년 공산당이 7%대 미만 성장을 공식화한 이후 해마다 둔화되고 있다. 2017년 6.9%였던 경제 성장률은 2018년 6.6%(세계은행 예상)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국제 기구들과 투자은행(IB)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6%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30일 낸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의 긴축 통화 정책, 세계 경제 둔화세와 맞물려 예상보다 더 큰 하방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UBS는 이 경우 중국 경제 성장률이 5.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지방 정부 부채 부실화와 이에 따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협도 금융시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렸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공산당 지도부는 “경제 외부 환경이 복잡하면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작년에 이어 감세, 인프라 투자 등 재정 확장과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 정책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8년에도 네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인하하기도 했다.


4│ ‘브렉시트’ 목전…안갯속의 유럽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다. 영국은 공식적으로 3월 29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마련한 합의안은 ‘소프트 브렉시트’다. 영국이 EU 관세 동맹에 한시적으로 잔류(backdrop)하는 조건이다.

이 합의안은 1월 14일 영국 의회에서 표결을 거치게 된다. 합의안이 가결되면 영국은 ‘질서 있는’ 브렉시트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영국은 아무런 대비책 없이 ‘빈손’으로 탈퇴하게 된다.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다. 이 경우 15년 뒤 영국 경제 규모가 질서 있는 브렉시트보다 7.7% 위축된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무효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회 통과가 무산되고 ‘제2 국민투표’가 치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9 전망에서 “브렉시트가 취소될 것”이라고 봤다.

독일 정치권의 움직임도 유럽의 정치·경제 지형을 바꿀 수 있다. 18년간 유럽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다. 총리직 잔여 임기가 아직 2년 더 남은 데다, 메르켈의 최측근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가 기독민주연합(CDU) 당수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독일 내 메르켈 피로도가 높다는 분석도 많다. 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은 실제로 메르켈의 이민 정책 노선을 수정했다. 외신들은 2019년 독일의 대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유럽 맹주로 급부상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위상은 다시 휘청이고 있다. 유류세 인상안을 놓고 노란조끼 시위대와 싸움을 재개한 것이다.

기본 소득 보장, 연금 수령 나이 하향 등을 골자로 하는 이탈리아의 선심성 예산안도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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