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2018년 12월 18일 오후. 홍콩문화센터 맞은편 호텔 앞에서 빨간색 택시를 잡았다. 도심을 벗어나 카오룽(九龍·구룡)하이웨이에서 20여분을 달리자 신카이(新界·신계)순환로에 진입했다. 신카이는 2000년부터 베드타운으로 개발되는 신흥 주거지다. 그중에서도 홍콩섬 북쪽 중국 대륙과 맞닿은 유엔롱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최근 10년 동안 집값이 도심과 비슷할 정도로 치솟았다.

‘유엔롱(Yuen Long)’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한산한 2차선 도로에 접어들자 14층 높이 아파트 단지 사이로 초록색 안전망을 두른 고층 건물 건설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홍콩 5대 개발사인 핸더슨랜드디벨럽먼트가 유엔롱에 짓는 25층 높이 2개동 504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리치서밋(Reach Summit)’ 현장이었다. 회색 콘크리트 벽 사이로 주황색 지게차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전기톱이 철근을 자르는 굉음이 쉴 새 없이 들렸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최고 632만홍콩달러(약 9억200만원). 18~34㎡(5~10평) 규모 초소형 아파트로 평(3.3㎡)당 가격은 약 90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9월 침사추이에 개관한 견본주택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11월 청약 당일에는 152가구 분양에 절반인 76가구가 미분양이 났다. 홍콩 언론은 “홍콩 부동산 상승세가 드디어 꺾였다”고 타전했다.

그로부터 한 달뒤인 12월 홍콩에서 분양가를 38% 인하한 아파트가 나왔다. 홍콩에서 로펌을 운영하는 사이먼 웡 대표는 “홍콩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년 전 카오룽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를 매도한 그는 현재 신카이 타운하우스에 월세로 살고 있다. 방 4개, 화장실 2개짜리 땅콩주택을 닮은 이 집의 분양가는 약 70억원. 웡 대표는 “1년차 변호사 월급이 8만홍콩달러(약 1100만원)인데, 그 월급을 60년 동안 저축해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시장 초양극화·초세분화될 것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값을 홍콩과 런던·도쿄 등 글로벌 대도시 집값과 비교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부동산 투자 스터디 인터넷 카페인 ‘부동산스터디’에서는 서울과 여타 글로벌 도시 부동산 시장의 형태를 비교 분석하는 글도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도시 관점에서 서울을 홍콩·도쿄와 비교 분석한 글이 인기를 끌었다.

서울은 홍콩형일까 도쿄형일까. 홍콩과 일본은 경제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국제 금융의 중심지인 홍콩은 대외개방도가 높다. 서구 기업이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라서 중국의 경기에 민감하다. 일본은 내수 중심형 기술집약적 경제 구조로 홍콩에 비해서 대외개방도는 낮은 편이다.

도시 개발 형태에서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홍콩은 압축(콤팩트)도시의 대명사다. 도시 중심부를 고밀도로 개발하고, 주변 지역을 녹지로 보전해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는다. 도심에 초고층 빌딩을 밀집시켜 교통수단 이용 없이도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 비용도 저렴하다. 법인세 등 산업규제는 없다시피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와 세제를 두고 있다. 홍콩에서는 유주택자가 집을 사려면 집값의 15%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도쿄는 확장성과 유연한 규제가 특징이다. 일본 최대 광역권인 도쿄도(都)는 세계 최대 광역권으로 꼽힌다. 인근 지역에 수많은 위성도시를 두고 있어 공급은 충분하다. 도쿄23구로 한정하더라도 그린벨트와 같은 녹지보존 정책이 없어 주택 공급이 원활하다. 대중교통 요금은 비싼 축에 든다. 부동산 규제는 유연하다. 마키노 도모히로 일본 오라가 종합연구소 소장은 “아베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서울·수도권은 도시 형태는 도쿄와 홍콩의 중간에 있지만, 규제와 시장 측면에서는 홍콩에 가깝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경제분석 연구원은 “홍콩과 서울은 정부의 택지 공급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 (정부 규제로)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이 제한되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서울 부동산을 글로벌 대도시인 홍콩·도쿄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서울이 발전할수록, 홍콩이나 도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홍콩·도쿄와 마찬가지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초양극화·초세분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 9월 13일 정부의 ‘주택시장안정대책’ 발표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 시장은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집값의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에 매수·매도인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갚으려면 수십년이 걸린다. 한정된 예산에서 어떤 지역의 주택을 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홍콩과 일본의 부동산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서울 수도권에서 투자 유망 지역으로 꼽히는 곳을 직접 방문하고 주택을 매수할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투자 가이드를 제시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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