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지 홍콩 링난대 경제학과, 영국 사우샘프턴대 관리회계학 석사, DTZ 중국·홍콩·대만 리서치 헤드, 언스트앤드영 정부·공공 부문 기획수석
데이비드 지
홍콩 링난대 경제학과, 영국 사우샘프턴대 관리회계학 석사, DTZ 중국·홍콩·대만 리서치 헤드, 언스트앤드영 정부·공공 부문 기획수석

2004년 이후 매년 6~8%가량 상승했던 홍콩 주택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내리막이다. 서울 주택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 한 해 9.8% 상승했던 서울 주택 가격은 지난해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홍콩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식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트 플랭크 중국 법인의 리서치팀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지 센터장은 “소규모 개방 경제인 홍콩 시장 특성상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경제 하락 시그널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시장 전체 분위기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는 역세권 부동산이라고 해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2014년 나이트 프랭크로 오기 전에 세계 4대 회계법인인 언스트앤드영에서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정부 공공부문 전략 컨설팅 팀을 이끌었으며, 그에 앞서 세계 4대 상업용 부동산 회사인 DTZ에서 중화권 부동산 리서치 부문을 총괄했다. 그는 2015년 인천 미단시티 개발 사업 관련 금융 컨설팅에 참여해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홍콩에 있는 그를 서울 중구 을지로 나이트 프랭크 한국 법인 사무실에서 전화로 인터뷰했다.


올해 홍콩 부동산 시장 전망은.
“올해 홍콩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최대 10% 하락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홍콩 아파트값은 평균 3.6% 올랐다가 12월 한 달 동안 1.2% 하락했다. 최근 10년 동안 홍콩 아파트값은 매년 6~8%씩 쉬지 않고 성장했다.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본다.”

시장이 꺾인 이유는 무엇인가.
“홍콩은 소규모 개방형 경제 국가다. 외부 요인에 충격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말부터 홍콩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미·중 갈등은 단순히 통상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 산업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 기업 자체가 타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홍콩의 주택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적어도 2020년까지 홍콩 부동산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2020년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떨어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홍콩 정부가 몇 년 동안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것도 하락세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그 반대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시장 억제책은 역효과만 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6년 11월 두 번째 이상 주택 구매자에 대한 부동산 추가 인지세(취득세)를 15%로 인상한 것이다. 규제 강화는 기존 주택 매매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매수인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만 몰려들었고, 다주택자는 팔고 싶어도 세금이 아까워 팔지 않았다. 저금리가 기름을 부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홍콩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 수준에 머물렀다. 다주택자들은 주택 가격의 3%만 임대료로 받으면서 버텼는데, 금리가 낮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택 공급이 줄어드니 임대료는 계속 올랐고, 이 때문에 거래가 줄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빈집세’는 아직 의회 통과도 되지 않아서 영향을 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홍콩 정부는 빈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에 세금을 매기는 ‘빈집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택 개발 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안 팔리고 빈집으로 남아있으면 여기에 임대료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발 업자들이 신축 아파트 일부를 매물로 쌓아두고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며 이득을 취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인가.
“부동산은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의 심리전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 세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의 주택 보유자 대부분이 주식투자를 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증시에서 엄청난 규모의 돈이 사라졌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경기 침체에도 가격을 유지할 입지는 없을까? 한국에선 역세권과 교육 환경을 주요 변수로 꼽기도 한다.
“외부 충격으로 부동산 가격이 무너질 때 역세권이라고 예외가 있을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홍콩 부동산 가격이 내렸는데, 도심 역세권이나 신도시 할 것 없이 모두 영향을 받았다. 대체제가 없는 최상위 5%에 해당하는 최고급 주택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빅토리아 피크와 리펄스베이의 맨션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홍콩과 서울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홍콩섬은 지하철역이 워낙 촘촘하게 짜여 있기 때문에 역세권과 비역세권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

홍콩 정부가 신계 등 도심 외곽지에 공급을 늘린 것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홍콩의 신규 택지지구인 유엔롱(Yuen Long)은 도심에서 차로 20분 거리다. 서울이나 도쿄의 외곽지와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유엔롱 등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지만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10년 동안 매년 2000가구씩 공급됐지만 가격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과 겹치면서, 유엔롱의 지하철역 근처 아파트 가격은 홍콩섬의 아파트 가격에 육박하기도 했다. 홍콩은 추가로 주택을 개발할 택지지구가 제한적이다. 지난해 10월 인공섬을 개발해서 4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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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 종합 부동산 컨설팅 기업. 1986년 영국 런던에서 감정평가 등 부동산 업무 회사로 설립됐다. 전 세계 대도시를 거점으로 상업·주거용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런던에 본사가 있으며 한국·일본·중국을 포함해 세계 60개국에 523개 지사, 1만8000명 이상의 전문 부동산 인력을 두고 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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