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도모히로(牧野知弘) 오라가 종합연구소 대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오라가 HSC 주식회사 대표이사, 저서 ‘빈집 문제’ 나카조 야스히코(中城康彦) 메이카이대 부동산학부 학과장, 일본 부동산 연구소 연구원, 영국 케임브리지대 객원연구원, 일급건축사 요시자키 세이지(吉崎誠二) 주택부동산종합연구소 소장, 릿쿄대 박사과정 수료, 저서 ‘2020년 대격변 주택·부동산 시장’

마키노 도모히로(牧野知弘)
오라가 종합연구소 대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오라가 HSC 주식회사 대표이사, 저서 ‘빈집 문제’

나카조 야스히코(中城康彦)
메이카이대 부동산학부 학과장, 일본 부동산 연구소 연구원, 영국 케임브리지대 객원연구원, 일급건축사

요시자키 세이지(吉崎誠二)
주택부동산종합연구소 소장, 릿쿄대 박사과정 수료, 저서 ‘2020년 대격변 주택·부동산 시장’ (왼쪽부터)

20년 넘게 움츠렸던 일본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도쿄 오피스 공실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 도쿄 23구 신축 아파트 가격은 5년 동안 30% 급등했다. 도쿄 도심에 한정됐던 부동산 호황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 도쿄·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부동산 버블 절정기였던 1991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5900만엔(약 6억1000만원)을 넘어섰다.

일본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일본 부동산학과 교수,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등 일본 부동산 전문가 3인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당분간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도쿄 도심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도쿄 등 대도시는 물론 지방 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올해를 기점으로 상승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3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뒤, 돌아온 답변을 종합해 공동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올해도 계속될까.
요시자키 “지난해 도쿄 등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올해 상승폭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하락세로 돌아선다고 보기는 힘들다. 올해는 지방 도시 부동산이 많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 증가세에 힘입어 오키나와·교토 부동산 시장이 호조를 보일 것 같다.”
나카조 “일본은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걸쳐 부동산 버블기를 경험했다. 최근 부동산 상승세는 그 당시와 비교하면 호황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소비세 증세를 앞두고 아베 정부가 올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예고하고 있고, 천재지변이 없는 한 해외 투자와 관광객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올해 일본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본다.”
마키노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올해가 일본 부동산 시장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도쿄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고, 중국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를 필두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일본 부동산 시장도 영향받을 것이다.”

올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두 분께 묻고 싶다. 만약 일본 대도시 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 반전한다면 방아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요시자키 “금리 인상과 방일 관광객 감소가 일본 주택 가격 하락 요인이라고 본다. 하지만 방일 관광객이 머지않은 시기에 줄어들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나카조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가격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어딘가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도심 지진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면 투자심리가 사그라들 수 있다.”

경기 침체에도 가격을 유지할 부동산은 어떤 입지인지 궁금하다. 한국에서는 교통과 교육 환경, 편의성 등을 든다.
요시자키 “주택 가격은 입지보다는 수요 공급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많았고, 또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도쿄만(灣) 같은 지역은 경기 침체 시기에 단숨에 무너져내릴 수 있다.”
나카조 “일본은 한국처럼 교육 환경이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교통과 생활 편의성은 좋은 입지의 조건이 된다. 이 밖에 일본에서는 대기업 건설사가 지은 튼튼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일본에서는 면진(免震)과 제진(制震) 등 지진이 났을 때 주택이 얼마나 강한지, 재해 예방이나 대책이 갖춰져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마키노 “아자부, 아오야마, 아카사카, 롯폰기, 히로오 등 최고급 입지에 지어진 주택만 경기 침체에서 가격을 유지할 것이다.”

마키노 대표가 언급한 지역은 도쿄 고급 거주지의 대명사다. 아자부는 대사관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일본의 대표적 부촌이다. 직접 대입은 어렵지만 한국으로 치면 서울 한남동쯤에 해당한다. 아오야마는 도쿄의 명품숍과 고급 가게가 즐비한 곳으로 청담동과 비슷하다. 아카사카는 국회의사당과 정부청사가 있어 정치인과 경제인이 주로 활동한다. 고급문화 시설, 유흥 시설 등도 밀집해 있다. 여의도와 광화문 등을 섞어 놓은 이미지다. 롯폰기는 외국인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이다. 한때 퇴락했다가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도심 지가가 급락해 재개발이 용이해지면서 재부상했다. 2000년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2007년 도쿄미드타운 등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속속 들어서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이태원과 용산의 미래와 비슷한 이미지다. 히로오는 도쿄 미나토구를 대표하는 고급 주택지다. 미나토구에 오래 거주하면서 생활 수준이 높은 사람은 도쿄 토박이 부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맞벌이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도심지, 역세권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도쿄도 마찬가지인가.
요시자키 “도쿄에서는 2005년부터 도심 주택 선호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보통의 월급을 받는 맞벌이 신혼부부가 접근하기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버린 상태였다. 그 대신 도쿄 중심지와 가까우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쿄만 근처의 매립지(하루미·아리아케)와 도쿄 동쪽의 역세권 아파트가 이들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상승했다.”
마키노 “롯폰기, 아자부, 아오야마 등 도심 최고급 주택지는 비싸서 접근을 못 한다.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도쿄만 근처의 타워맨션(초고층 아파트의 일본식 용어)을 사고 있다. 그러나 도쿄만 지역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도쿄만 주택 가격은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나.
마키노 “도심 역세권 선호 경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진보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샐러리맨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택 선택의 요건은 ‘회사 통근이 편한 곳’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내 가족이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도심 고층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시대가 곧 올 수도 있다.”

도쿄 외곽지 주택 가격이 하락세라고 들었다. 교외 주택 가격 하락세가 도심 주택 가격 하락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나.
요시자키 “도쿄 도심과 교외 부동산 시장은 아예 다른 시장이다. 교외 주택 시장은 최근 부동산 호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떨어질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교외 주택 가격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저출산 고령화 탓이다.”
나카조 “도쿄 도심 주택 가격이 오른 것은 해외 투자 유입과 관광객 증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내수 감소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교외 주택과 그렇지 않은 도심 주택을 연관해 파악해서는 안 된다.”

김명지 기자,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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