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손꼽히는 투자처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손꼽히는 투자처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1월 9일 오전,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단층짜리 낡은 상가들 뒤로 5층 높이에 불과한 아파트 수십 동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아파트 옆면에 그려져 있는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파란 로고는 빛이 바래 하늘색으로 변해있었고, 겉면에 발린 하얀색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회색빛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 낡은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다. 9호선 라인을 기준으로 북쪽은 1·2·4주거지구(이하 주구), 남쪽은 3주구로 나뉘는데, 이 1·2·4주구에만 총 2조6000억원이 투입돼 5388가구 대단지로 재건축된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올해 연말 이주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이후 재건축을 위한 첫 삽을 뜰 예정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까. 반포동 A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9·13 대책 이전까지는 42평(전용 106㎡)이 38억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대책 이후엔 30억원 초반대로 떨어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현재 그 정도의 저가 매물은 실종된 상태고, 30억원대 중반은 불러야 집주인이 물건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까지만 해도 10억~14억원대에 불과했는데, 10년 새 3배 이상 가격이 뛴 것이다.

이처럼 재건축 아파트는 잘만 고르면 안정적이면서도 큰 금액의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입지가 좋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지 않는 한 투자 가치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인기 많은 재건축 아파트는 이미 몸값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데다, 특히 서울은 투기지구로 묶여 대출도 제한되기 때문에 본인 소유 투자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사업 속도에 따라 자금이 장기간 묶여있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금 운용 계획과 해당 아파트의 미래 가치를 철저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이미 30억원대 후반에 올라섰음에도 높은 점수를 준다. 먼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란 재건축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 3000만원이 넘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해 최고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시행됐다가 주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유예됐다가 지난해 1월 부활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31일 이전까지 관리처분계획(조합원들에게 분양되는 대지나 건축시설에 대한 배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면제해주기로 했는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조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대지 지분이 많다는 점 역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몸값을 높인다. 대지 지분은 아파트 전체 단지 면적을 전체 가구수로 나눈 것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 동 간 거리가 넓어 면적 자체가 넓은 데다, 건물 층수도 5층에 불과해 면적 대비 가구 수도 적다. B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32평(전용 84㎡) 거주자의 경우 재건축이 완료되면 60평짜리 아파트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고, 42평(전용 106㎡) 거주자는 70~80평짜리 아파트를 추가 부담금 없이 받을 수 있다”며 “다만 그렇게 큰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32평짜리 하나, 25평짜리 하나 등으로 나눠 총 두 채씩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플러스원(1+1)’으로 아파트를 받게 될 경우 2주택자가 되기 때문에 높은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B부동산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무조건 원플러스원을 선호했는데, 최근 다주택자 대상 규제 때문에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 한 채만 받고 나머지 차익은 현금으로 받으려는 주민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다른 아파트에 비하면 대지 지분이 높은 편이지만, 같은 평형이라도 각 동마다 대지 지분이 다르다는 점 역시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한다. C부동산 관계자는 “32평 중에서도 대지 지분이 25평인 곳이 있는 반면 32평이 넘어가는 곳도 있다”며 “대지 지분이 적다고 해서 새 아파트를 못받는 것은 아니지만, 인기 좋은 동이나 층을 고를 때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이 투자 적기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 시행 단계를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가격이 상승하는데, 이 아파트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몸값이 한껏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D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9.13 대책 이전 높았던 가격만 생각하고, 서울 부동산 전체가 하락세라는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포주공1단지의 가치는 확실하지만, 지금 이 가격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올해 상반기까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입지 면에선 잠실주공5단지도 밀리지 않아

한강변에 위치한 데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위치했다는 점 역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인기 요인이다. 그러나 입지 면에서는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주공5단지도 밀리지 않는다. 9일 찾은 잠실주공5단지는 2·8호선 잠실역에서 나오자마자 아파트가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잠실동 E부동산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역 사거리 가장 중심지에 위치한 곳”이라며 “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도 잠실주공 1~4단지를 재건축한 곳인데, 이때 큰 수익을 올린 주민들이 최근 이곳을 팔고 잠실주공5단지로 옮겨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처럼 대지 지분이 큰 편이라는 점도 투자 메리트를 높인다.

현재 잠실주공5단지의 가격은 17억원대. 34~36평형으로 구성돼 있어 평형 간 큰 가격차는 없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가격의 절반 정도다. 전문가들은 “분양까지 걸리는 오랜 기간을 반영한 가격”이라고 말한다. 현재 재건축 사업 단계 중 초기 단계에 속하는 ‘조합설립인가’ 단계이기 때문에 착공, 분양 등 이익 현실화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변수도 있다. 그러나 F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을 찾는 투자자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신경도 안 쓴다”며 “정권이 바뀌면 규제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