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지역의 야경. 사진 블룸버그
서울 강남 지역의 야경. 사진 블룸버그

서울 서초구 롯데캐슬84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60대 부부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다.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208㎡(75평형·이하 전용면적 기준)가 16억5000만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강남 한복판의 아파트지만 인근 지역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부부의 고민이 깊다.

지하철 2호선 교대역을 사이에 둔 길 건너편 아파트는 사정이 다르다. 롯데캐슬84보다 훨씬 좁은 167㎡(50평형)의 서초교대e편한세상은 22억원가량에 거래된다. 교대역에서 사평역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있는 삼풍아파트는 167㎡(50평형)짜리가 평균 23억3000만원의 실거래가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캐슬84와 서초교대e편한세상, 삼풍의 가격 차가 이렇게 벌어지는 이유는 삼풍아파트 인근에 있는 원명초등학교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좋은 학교로 꼽히는 원명초등학교가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형성해주는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삶의 질과 교육 수준이 가장 높다는 강남‧서초구 내에서도 학군이나 인근 주거시설을 잘 살펴봐야 주택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있다. 특히 아파트 한 채에 수십억원이 넘는 강남 지역(강남‧서초구)에서는 대로변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수억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을 사기 전에 지역에 대한 촘촘한 정보 수집과 미래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대한민국 부동산의 심장인 강남 지역 집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알아봤다.


1│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주거 환경

아파트 한 채에 30억~40억원, 고급 빌라는 이보다 더한 가격을 주고 매입해야 강남에 살 수 있다.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본점 5층의 커피숍에서는 커피 한 잔에 1만5000원에서 2만원을 받는다. 5성급 호텔 커피숍 가격과 다를 바 없는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렇다면 이런 비싼 비용을 내고 강남에 살면 어떤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을까. 강남 지역에서 수십 년 이상 거주한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교육이나 교통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네트워크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의 핵심은 자신과 비슷한 사회·경제적 수준의 사람과 인척(姻戚)관계를 맺는 것이다. 강남에서 거주하면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명문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친해지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부모 세대의 부(富)가 자녀 세대로 이전되기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강남구 청담동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청담동을 떠나지 않은 최모(38)씨가 이런 경우다. 동네 친구인 남편이 의대에 들어간 후에 서로 마음이 맞았고 집안끼리도 잘 알아 신혼집도 이 지역에 차려 지금까지 살고 있다. 최씨는 “청담동 아닌 곳에 대해 잘 몰라 양가와 가까운 이쪽에 집을 구했다”고 했다.

강남 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회·문화적 배경’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강남 최고의 부촌인 압구정동과 청담동은 전통적인 부자들이 몰려 살고 있고, 대치동 등은 전문직에 종사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주로 산다. 또 반포·잠원 지역에는 판사와 의사 등이 많이 거주하는 편이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은 수십 년씩 한곳에 거주한 전통적인 부자들이 몰려 있을 뿐 아니라, 술집 등 유흥 시설도 밀집해 있다. 이 지역에 있는 현대고등학교 등이 유명 배우나 가수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부모의 경제적 지원과 함께 유흥 문화에 다소 관대한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대치동은 대한민국 사교육의 최정점에 있다. 사교육을 통해 자녀를 서울대 등 최고 학교에 보내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제1 순위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다만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부모 특히 어머니 쪽이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자녀 교육에 전념해야만 대치동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도 있다.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이 아파트는 3.3㎡(1평) 당 1억원에 거래되며 국내 최고가 아파트에 올랐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이 아파트는 3.3㎡(1평) 당 1억원에 거래되며 국내 최고가 아파트에 올랐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2│초·중교에 주목해야

원명초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차이 나는 것처럼 강남 지역에 입주하거나 투자할 경우에는 초‧중교의 입지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요즘은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학교 이전에 이미 대학 입시의 승부가 난다고 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좋은 초‧중교가 위치한 곳이 수요가 많다. 부동산을 매입할 때 이점을 유념해야 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전략부 센터장은 “지금 강남권의 트렌드는 고등학교보다는 좋은 초‧중교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고등학교 학군이 좋은) 대치동이나 도곡동보다 신동초등학교, 반원초등학교 등 명문 초등학교가 있는 잠원동 쪽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신동초는 학부모의 교내 출입까지 엄격히 금지하는 등 철저하게 학생을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초등학교는 신분증을 제출하거나 출입 기록을 작성하면 교내로 들여보내 주지만 이 학교는 아예 부모의 출입을 막아 금품 수수 등의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자율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반포 지역에도 반포초‧중교, 세화여중‧고교, 계성초 등 명문 학교들은 물론 덜위치칼리지 서울반포외국인학교 등 원어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 있다. 강남권 주택을 구입할 때 초등학교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주택 수요를 예측해서 주택을 구입해야 향후 매매나 전세를 주기에 유리하다.


3│현장 찾아야 잡는 급매물

한편 강남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요인 중 하나는 급매물이다. 강남 지역에서 급매물로 나오는 주택에만 잘 투자해도 수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주택 한 채당 가격이 높게는 4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아파트가 많은 곳이어서 급매물은 보통 2억~3억원 이상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1월 7일 찾은 서초구 반포동의 한 단지에 15억5000만원짜리 급매물(32평형)이 있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보통 17억~18억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된 단지인데 평균 시세보다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매물이 나왔다”고 했다.


plus point

강화되는 종합부동산세

강남 지역에 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강화된 세법 규정을 잘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에, 과세표준 금액(거래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 지역 부동산에 더 많은 세금이 매겨지게 마련이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을 합한 금액이 6억원 이상(1주택자는 9억원 이상)인 아파트 등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과된다. 서초구나 강남구 등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십수억원을 훌쩍 넘는 강남 지역에 주택을 갖고 있거나 구입하려는 사람은 피할 수 없다.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는 9억원을 공제한 11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인 0.85(85%)를 곱한 금액(9억3500만원)이 과세표준액이다. 여기에 세율인 1.4%를 적용해 1309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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