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학군이 집값에 큰 영향을 주죠. 바로 옆 아파트에 비슷한 크기의 집이라도 명문 중학교가 아닌 다른 중학교에 배정받는 물건은 7단지보다 1억원 가까이 싸요.”

1월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7단지(이하 목동 7단지) 내 상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목동 7단지가 옆 단지에 비해 비싼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목동 7단지는 1986년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을 넘겼고, 목동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지하철역과도 가장 가깝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는 목동의 ‘대장주’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관점에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더 큰 장점은 이 지역 명문 중학교로 꼽히는 ‘목운중학교’와 가깝다는 점이다.

뜨거운 교육열로 널리 알려진 목동,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대표적인 ‘학군 중심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곳의 부동산은 어느 초등학교·중학교가 근거리로 배정되는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목동과 분당의 낡은 아파트들의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힘은 특히 ‘중학교 학군’이다. 명문대 진학의 발판이 될 중학교를 찾으려는 ‘맹모(孟母)’들에게 여전히 인기다.

목동과 분당에서 고등학교는 수십년 전에 평준화가 돼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신 명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보내야 한다는 교육열이 형성됐다. 특히 두 지역에는 학업 성취도가 전국 상위권에 드는 중학교들이 포진해 있다. 명문 중학교의 ‘근거리’ 아파트로 분류되는 단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목동, 분당 모두 중학교 진학할 때 주소지에서 가까운 중학교를 반드시 1지망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목동에서는 목운중학교(2016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국어·영어·수학 평균 96.4%, 100%에 가까울수록 성적이 좋다는 의미) 학군인 7단지가 명문 학군으로 꼽힌다. 분당구에서는 수내중학교(국·영·수 평균 96.3%)와 내정중학교(국·영·수 평균 96.2%) 학군인 수내동 양지마을·파크타운이 교육 중심지로 꼽힌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대청중학교(국·영·수 평균 97.1%)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학업 수준이다.


학군·역세권·편의 삼박자, 목동7단지

1월 7~9일 분당 수내동과 목동에서 각각 학업성취도 1·2위를 다투는 중학교 학군을 품은 아파트 인근을 둘러봤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은 주춤한 상태였다. 목동, 수내동의 아파트 단지 안을 한참 걸었는데, 두 지역 모두 시끄러운 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 교육을 중시하는 동네다웠다.

1월 9일 목동 7단지를 찾았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목동과 신정동에 걸쳐 1~14단지가 있는데, 이 중 7단지가 자녀를 목운중으로 진학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단지로 꼽힌다. 목운중은 2009년 설립됐다.

7단지 학군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목운초등학교, 목운중으로 이어지도록 자녀를 진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7단지에서 701~715동까지는 목운초, 목운중으로 진학을 하는데, 716~734동은 서정초등학교, 목운중 학군이라서 초등학교가 달라진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초등학교 수준은 큰 차이가 없지만, 목운초에 대한 선호도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더 높다”면서 “방과후 활동이 더 체계적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열과 함께 목동 7단지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66.6㎡짜리의 실거래가가 12억3000만원에 육박했다. 1년 전인 지난 2017년 10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9억5000만원 내외에서 거래됐으니, 1년 만에 3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반면 2018년 11월 전용면적 60㎡대의 목동 1~4단지는 10억9000만~11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미 목동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가파르게 뛰어 당장은 매수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7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7단지 등 신시가지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시작되면 기존 거주자들의 주변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여기에 대비해 차라리 인근 부동산을 미리 사두고 장기 보유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정중·수내중 학군은 스테디셀러

분당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중학교는 내정중과 수내중이다. 두 학교는 분당 신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에 설립됐다. 내정중과 수내중은 2016년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각각 18위, 17위를 한, 분당의 최상위권 중학교들이다.

1월 7일 만난 수내동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두 학교가 비슷한 학업성취도와 특목고 진학률을 보이고 있으나, 외지인들한테는 내정중의 인기가 더 높은 것 같다”면서 “해외에 오래 체류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손님들 중에 ‘내정중 학군의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면 알려달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내정중과 수내중을 1지망으로 쓸 수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수내동 양지마을과 파크타운에 위치해 있다. 중앙공원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단지 내에 초등학교와 편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수내역을 도보 1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역세권이라는 프리미엄도 붙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정중 학군인 양지마을 금호 1단지 아파트는 지난해 8월 전용면적 84.9㎡짜리가 8억5000만~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10월에는 10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1년 전인 지난 2017년 10월 7억원대에 거래된 것에 비해 적게 잡아도 1억원 넘게 뛴 셈이다. 반면 비슷한 면적이지만 내정중 학군이 아닌 분당동의 샛별마을 삼부아파트는 지난해 8월 7억3000만~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02년에 분당지역 고등학교 평준화가 진행되자 서현고의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초등학교·중학교로 학군의 중요성이 내려와 수내동이 점차 인기를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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