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계도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친환경 공정과 재활용 소재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최대 번화가 긴자 지역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사진 블룸버그
패션 업계도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친환경 공정과 재활용 소재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최대 번화가 긴자 지역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사진 블룸버그

A(30)씨는 일주일에 1~2번은 강남역 지하상가나 인근 패스트 패션(SPA) 매장에 들러 옷을 사는 게 취미다.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좋은 유명인의 패션 스타일을 유심히 봐 뒀다가 매장에서 비슷한 옷을 5만원 안팎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1년 동안 사 모은 옷을 세어 보니 80벌쯤 됐다.

그러던 A씨가 완전히 달라진 건 1년 전쯤 유튜브의 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나서부터다. 방송에서는 한 방글라데시 공장의 노동 환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재빠르게 옷을 생산, 매장에 내놓는 글로벌 SPA 브랜드에 옷을 납품하는 곳이었다. 여기서 일하는 10대 소녀들은 일정을 맞추기 위해 새벽 3시까지 감금된 채 옷을 만드는가 하면, 공장 주인에게 맞거나 월급을 깎이는 일도 다반사였다. A씨는 “방송을 본 이후부터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제작 환경을 제일 먼저 본다”며 “옷 구입 횟수도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절반 이하로 줄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영국 의회는 최근 패션 업계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값싸게 샀다가 한 계절 입고 버리는 SPA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한 해 영국에서 버려진 의류만 2억3500만 벌에 달한다는 것이다(2017년 기준). 유엔환경계획(UNEP)은 SPA 의류는 쓰레기를 양산할 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부터 화학물질을 배출하며, 세탁할 때 플라스틱 섬유를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SPA 브랜드는 ‘트렌디한 디자인’ 의류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SPA 브랜드가 밀레니얼 세대를 소비자로 만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환경친화적, 윤리적 소비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온라인 중고 의류 업체 스레드업(ThredUp)이 올해 발표한 ‘새해 결심 보고서’를 보면, 설문에 응한 밀레니얼 세대 중 40%가 “SPA 의류 소비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 연령대 평균(31%)보다 높은 것이다.

최근 SPA 브랜드를 비롯한 패션 업계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자주 찾는 브랜드는 이런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를 매우 적극적으로 신상품에 반영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올해 상반기 물 사용량을 최대 99% 줄인 친환경 공정으로 만든 진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디자인에 활용한 러닝화를 2016년부터 판매 중이다. 이 회사는 향후 의류와 신발을 생산할 때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아디다스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출시한 러닝화.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출시한 러닝화. 사진 아디다스

“잔인함 알게 된 이상 절대 안 산다”

환경만큼 ‘동물 복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오리, 토끼, 여우, 밍크, 라쿤 털로 만든 모피 의류 생산을 위해 동물이 매우 비윤리적으로 도살되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 채로 털을 벗기다니, 이렇게 잔인할 수 있냐’거나 ‘수요가 있으니 자행되는 일인 만큼 오늘부터 당장 모피 옷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이전에도 소수 동물 보호론자들을 중심으로 모피 불매 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패션 업체와 소셜미디어 유명인들이 적극적으로 ‘인조 모피’ 제품을 내놓거나 직접 입는 모습을 공개하며 밀레니얼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트렌디한 옷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온라인 패션 업체 ‘임블리’는 ‘리얼인 줄 알았지 페이크무스탕’이라는 재미난 이름의 인조 무스탕을 16만~18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패션 업체 B씨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친환경 방식으로 제작하는 별도 의류 브랜드를 내거나 혹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데이비드 리 임파서블 푸드 COO 겸 CFO
“대안 고기, 도축 고기보다 토지 95%, 물 75% 덜 들어”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서 가장 주목받은 회사 중 하나는 ‘임파서블 푸드’였다.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성 원료로 ‘대안 고기’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첫 제품이 ‘임파서블 버거’인데, 패티 맛과 육즙이 꼭 고기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가 많은 젊은이로부터 지지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대안 고기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임파서블 푸드 측은 “생산 과정에서 대안 고기가 도축된 고기에 비해 토지는 95%, 물은 75% 덜 사용한다”며 “햄버거 패티뿐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를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월 17일 임파서블 푸드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리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리는 하버드대 행정학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직전에는 글로벌 게임 개발사 징가에서 CFO를 지냈다. 임파서블 푸드에는 2015년 12월 합류해 수익모델을 만들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스위스 투자은행 USB 등으로부터 3억달러(약 3363억원)를 투자받았다.


식물성 원료로 고기 맛이 나는 ‘대안 고기’를 개발한 것이 인상적이다.
“2011년 임파서블 푸드가 설립된 이후 분자 단위에서 도축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어떻게 요리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또 이것을 어떻게 식물성 대안 고기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실험을 반복했다. 7여 년간 연구의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대안 고기로 패티를 만든 ‘임파서블 버거’다. 임파서블 버거는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지속가능한혁신포럼에서 처음 소개됐고, 2016년 7월 한인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의 식당 ‘모모푸쿠 니시’에서 정식 판매되기 시작했다.”

임파서블 푸드의 목표는.
“임파서블 푸드는 대안 고기 시장보다는 도축 고기 시장에서 경쟁하려고 한다. 고기 생산을 위해 동물을 먹이고 키우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은 차·트럭·버스·배·비행기 등 모든 탈것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과 맞먹는다. 축산업은 어떤 다른 산업보다도 물을 많이 사용할 뿐 아니라 오염시킨다. 임파서블 푸드는 2035년까지 고기를 먹기 위한 동물 사육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우리가 동물로부터 만드는 햄버거부터 치즈·생선·달걀 등 모든 음식을 식물성 재료로 만들 것이란 의미다.”

많은 젊은이가 동물 복지와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는데.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민텔’의 지난해 5월 보고서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자연적인 음식,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음식, 식물성 음식을 찾는 경향이 다른 세대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파서블 푸드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꾸준히 알리고 있다.”

빌 게이츠를 포함해 많은 유명인이 임파서블 푸드에 투자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가 임파서블 버거를 시작으로 지속 가능한 음식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목표에 공감한다고 본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8년 4월 첫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홍콩을 택했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미식가와 셰프들이 많은 곳이다.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음식 트렌드와 문화가 무엇인지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우정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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