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의 이름이 유래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사진 워너브라더스
아이팟의 이름이 유래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사진 워너브라더스

음악이나 영화는 많은 기업인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기업인들은 이런 예술작품을 보면서 때로는 제품의 이름을 짓거나 디자인을 고안하기도 한다. 또 중요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거나 기업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음악을 활용한다. 영화와 음악을 통해 영감을 얻은 기업인들을 알아봤다.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큰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사람은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의 이름을 지은 카피라이터 비니 치에코다. 애플은 2001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의 음악재생기를 출시했다. 1000곡의 음악 파일을 넣을 수 있어 큰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그런데 시제품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하던 치에코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렸다.

이 영화는 목성 탐사선에 탑승한 우주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주인공인 우주인들이 “할, 팟 베이 문을 열어(Open the pod bay door, Hal!)”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의 문이 팟(pod)이라고 불렸고 아이팟의 시제품이 이 문을 빼닮았던 것이다. 치에코는 팟에 애플의 모든 제품 이름에 붙이는 아이(i) 자를 붙여 이름을 정했다.

음악을 들으며 사업 영역을 넓혀간 기업인도 많다. 대표적인 기업인은 일본 전자 기업 소니의 공동 창업자이자 2대 사장인 이부카 마사루(井深大)다. 마사루는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초대 회장)와 함께 1946년 소니를 창업했다. 마사루는 와세다대에서 공학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음악 애호가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음악을 듣기 위해 개발한 것이 카세트테이프 재생기인 ‘워크맨’이다. 집에서만 음악을 들었던 마사루가 어떻게 하면 걸어 다니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했고 이를 제품화한 셈이다. 워크맨을 써본 마사루는 이를 양산해 판매하기로 했고, 1979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전 세계에서 2억2000만대 가량 팔았다.

마사루의 바통을 이은 소니의 3대 사장인 오가 노리오(大賀典雄)는 아예 도쿄예술대 성악과를 졸업한 음악 전공자였다. 그는 1988년 미국 CBS방송국으로부터 현 소니뮤직의 전신인 CBS레코드그룹을 인수했고 1989년에는 컬럼비아픽처스(현 소니픽처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출시도 노리오의 대표적 업적이다. 그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비즈니스에 활용해 소니를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콘서트로 기업 브랜드 알려

국내 기업인 중에는 음악을 활용해 기업 브랜드를 고객에게 알리거나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하는 데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 오디오를 설치해 음악을 즐기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다. 그가 즐겨듣는 곡은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다. 정 부회장은 음악을 애호하는 취향을 발전시켜 현대카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행사인 ‘슈퍼콘서트’를 만들었다.

슈퍼콘서트는 2007년 시작한 초대형 공연으로 비욘세, 빌리 조엘 등 세계적 스타들이 이 행사를 위해 방한했다. 정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때로는 그가 직접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피카소의 ‘황소 연작’ 등 고전 미술 작품이나 클래식 음악을 주요 고객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년에 3~4회 VIP고객에게 예술 작품을 알리고 있다.

1986년부터 사내에서 린나이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강영철 린나이코리아 사장, 자택 지하에 음악감상실을 꾸민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 등도 음악을 애호하는 경영인이다.


plus point

영화 속 장면 눈앞에 실현

영화 ‘마션’에선 화성에 혼자 남게 된 주인공이 감자를 키워 살아남는다. 현실에선 우주정거장에서 상추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영화 ‘마션’에선 화성에 혼자 남게 된 주인공이 감자를 키워 살아남는다. 현실에선 우주정거장에서 상추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공상과학(SF) 영화는 무한한 상상력을 더해 미래를 그려낸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기술력이 합쳐지면서 영화가 설정한 시점보다 더 빨리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속 미래 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실현됐을까.

영화 ‘마션(2015)’에선 화성에서 조난당한 주인공이 감자를 재배하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우주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 1월 20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착륙한 중국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야심 차게 추진한 ‘면화씨 생육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달 표면에서 생육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싹은 틔웠지만 최저 영하 17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기온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우주정거장에선 식물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나사(NASA)는 2015년 우주정거장에서 배지(veggie)라는 장치에서 상추를 키워 우주비행사들이 시식하기도 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마우스나 키보드같이 별도의 입력 장치 없이 손동작만으로 디바이스를 조작하는 ‘동작인식 UI’는 ‘오블롱 인더스트리(Oblong Industries)’에 의해 2010년 재현됐다. 오블롱 인더스트리는 이 영화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과학기술 고문 역할을 맡았던 존 언더코플러가 설립했다.

1995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은 목 뒤에 있는 플러그 구멍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전자인간이 된다. 네트워크에 접속해 생각하는 것들을 말이 아닌 생각만으로 다른 이에게 전송하고 대화도 가능하다. 사실 1930년대 뇌가 만드는 전기적 신호가 발견된 이후 과학자들은 뇌와 기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꾸준히 연구하고 뇌공학을 발전시켜 왔다. 2006년 미국 신경 과학자 존 도너휴가 개발한 ‘브레인 게이트’는 사지 마비 환자가 혼자 TV 채널을 돌리고, 컴퓨터 게임을 하며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다루게 했다. 이 영화가 그린 전뇌화(電腦化·뇌 자체의 컴퓨터화)와 의체화(義體化) 사회는 꽤 가까워졌다. 스마트 기기를 인간의 뇌에 근접시키려는 각종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의족을 한 운동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한다.

정해용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