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출신 기업인들의 성공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래퍼 닥터 드레(왼쪽)는 오디오 브랜드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해 2014년 30억달러(약 3조원)에 애플에 매각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ZOZOTOWN)을 창업한 마에자와 유사쿠는 개인자산이 30억달러(약 3조3400억원)에 달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인스트그램
음악인 출신 기업인들의 성공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래퍼 닥터 드레(왼쪽)는 오디오 브랜드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해 2014년 30억달러(약 3조원)에 애플에 매각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ZOZOTOWN)을 창업한 마에자와 유사쿠는 개인자산이 30억달러(약 3조3400억원)에 달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인스트그램

“저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9월 17일 일본의 한 기업인이 미국의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가 2023년에 발사할 예정인 관광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가겠다고 밝혔다. 우주선 탑승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십억원이 넘는 가격에 탑승 티켓이 판매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에 가겠다고 밝힌 마에자와 유사쿠는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ZOZOTOWN)’의 창업자다.

그는 1975년에 태어나 와세다 실업고등학교 재학 중에 록밴드 드러머로 활동했다. 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995년부터 수입 레코드와 CD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 갔다. 이후 1998년에는 음악 앨범 온라인 판매 회사 ‘스타트 투데이(Start Today)’를 설립했고, 2004년 온라인 의류 쇼핑몰 조조타운을 열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10월 회사 이름을 스타트 투데이에서 조조로 바꿨는데 기업 가치가 1조엔(약 10조원)이 넘는다.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개인 자산 30억달러(약 3조3400억원)로 630위를 차지했고 일본 내에서는 14번째 부자다.

그가 엄청난 부를 일궈낸 것은 엉뚱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덕분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외상으로 옷을 구입한 후 2개월 후에 돈을 내도록 했는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외상으로 옷을 구입한다는 것은 기존에는 없는 서비스였다.

마에자와 유사쿠처럼 한때 록밴드나 랩 그룹 활동을 했다가 기업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기업인들은 음악 활동을 하는 동안에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왔기 때문에 기업인이 돼서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비슷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기보다 시장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제품을 내놓으려고 한다. 또 3~4명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음악 그룹의 작업 과정은 대부분 신생 벤처기업의 업무 과정과 유사하다. 음악인 출신 기업인들이 도전적인 기업 업무에 잘 적응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음악인 출신 기업인들의 성공 사례를 알아봤다.

대표적인 음악인 출신 기업인은 일본 가전 업체 발뮤다의 데라오 겐 대표다. 데라오 대표는 10년간 기타리스트로 록밴드 생활을 했다. 록스타를 꿈꿨지만, 결국 접고 2003년 발뮤다를 창업했다. 그는 자연에 가까운 바람을 재현하는 선풍기 ‘그린팬’, 탈착식 물탱크를 없애고 본체에 주전자로 직접 물을 붓는 가습기 ‘레인’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그린팬은 소용돌이치며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인공 바람 대신 넓게 퍼지는 자연스러운 바람을 제공한다. 레인은 물탱크를 새로 끼우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선풍기나 가습기 등은 수많은 제품이 나와 있지만,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인드라 누이(왼쪽) 전 펩시코 회장과 일본 가전 업체 발뮤다의 데라오 겐 대표. 이들은 록밴드 활동을 했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다. 사진 블룸버그
인드라 누이(왼쪽) 전 펩시코 회장과 일본 가전 업체 발뮤다의 데라오 겐 대표. 이들은 록밴드 활동을 했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다. 사진 블룸버그

시장조사 없이 혁신 제품 선봬

발뮤다는 지금까지 시장조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장을 바꾸고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나온 제품을 참조하거나 시장조사를 해서 비슷비슷한 물건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데라오 대표는 일본 프리랜서 저술가 모리야마 히사코와 인터뷰에서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 것이 발뮤다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오디오 브랜드인 ‘비츠바이 닥터드레’로 유명한 비츠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도 음악인 출신이 설립한 회사다. 비츠일렉트로닉스는 2006년 음악가 닥터 드레와 지미 아이오빈이 공동 창업한 오디오 전문 회사로, 2014년 7월 애플이 30억달러(약 3조원)의 거액에 인수했다.

아이오빈은 존 레넌, 스티비 닉스, U2,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음악인들과 작업했던 베테랑 레코드 프로듀서이며 닥터 드레는 힙합 뮤지션이다. 어떻게 음악 산업이 변화하고 있고 음악 소비자들이 어떤 기호를 선호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음악인들이 회사를 설립해 고음질의 헤드폰으로 시장을 선도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금융투자 회사 한국 맥쿼리그룹을 이끌고 있는 존 워커 회장도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즐긴 기업인이다. 호주 음악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에서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록밴드를 만들어 공연해 학비를 벌었다.

인드라 누이 전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도 고등학교 시절 리드기타리스트로 록밴드 활동을 했다. 인도 출신 여성으로는 드물게 2006년 10월 펩시코 CEO로 발탁된 후 주스 업체 트로피카나 등을 인수하며 재임 기간 중 펩시코 매출을 80% 늘렸다.

홍대순 아트경영 컨설턴트는 “음악인 출신 기업인들은 비즈니스 현상이나 제품을 바라볼 때, 일반 기업인처럼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고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예술 작업하듯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이뤄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plus point

음악인들의 장인정신 드러머 영화 ‘위플래쉬’

영화 ‘위플래쉬’에서 플렛처 교수가 학생인 앤드루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영화 ‘위플래쉬’에서 플렛처 교수가 학생인 앤드루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훌륭한 음악인이 되려면 기발한 상상력과 음악적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뼈를 깎는 노력과 수고가 함께 있어야만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다.

2015년 개봉한 ‘위플래쉬(Whiplash)’는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의 이 같은 근성과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셰이퍼 음악학교 학생 앤드루 네이먼을 최고의 드럼연주자로 만들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플렛처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제목인 ‘위플래쉬’는 ‘채찍(whip)’과 ‘내리치다(lash)’가 합쳐진 것으로 ‘채찍질’이라는 뜻이다.

국내에 개봉했을 때 경영자‧간부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 성과를 낸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 가운데 플렛처 같은 성향의 인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의 고위 간부들은 이 영화를 보고 정몽구 회장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또 플렛처 교수의 방식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은 ‘터프한 리더’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 영화 종반에서 결국 그 채찍질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본다면, 반론에 수긍할지도 모르겠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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