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순 전 아서디리틀 한국 대표, 기술경영경제학회 부회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홍대순
전 아서디리틀 한국 대표, 기술경영경제학회 부회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경영자가 예술가가 되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지난해 ‘아트경영’을 출간한 홍대순(49) 전 아서디리틀(글로벌 컨설팅 회사) 한국 대표는 1월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식당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본인을 ‘경영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연세대에서 응용통계학 학사학위와 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아서디리틀 한국 대표와 기술경영경제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내외 굴지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전 및 사업·기술·혁신전략 수립, 인수·합병(M&A) 관련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교수 생활도 했다.

홍 전 대표는 “기업 혁신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경영과학을 아트경영과학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경영학에서 정의하는 투입 자원이 노동·토지·자본이었다면 앞으로는 상상과 감성을 중시하는 경영학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트경영의 핵심은 최고경영자(CEO)가 ‘WHAT(무엇)’과 ‘HOW(어떻게)’라는 기존의 질문을 ‘WHY(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관찰, 경계 파괴, 감정 이입 기법을 경영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왜 아트경영을 주장하게 됐나.
“기업 컨설팅 업계에 18년간 몸담으면서 국내외 굴지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전과 혁신전략 수립, M&A 관련 컨설팅을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놓쳤던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래경영 패러다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또 개인적으로 재즈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악기 대금도 배우고 있다. 경영과 예술에 관심이 많다.”

아트경영의 핵심은 무엇인가.
“인간이다. 과거 1~3차 산업혁명에서 인간은 주체가 아닌 객체였다. 인적 자원(HR)이라는 경영학 용어가 이를 증명한다. 경영의 초점도 효율 극대화와 표준화에 맞춰져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경영과학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런 기법은 앞으로 예고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인간을 자원으로 관리한다는 자체가 난센스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혁신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대부분 결과는 실망스럽다. 전략회의를 해도 답이 안 나온다. 동종 업계를 경쟁사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분석해본들 특별한 전략이 나오기는 어렵다. 앞으로 CEO들은 혁신의 원천을 예술가들에게서 가져와야 한다. 예술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다. 영감과 공감도 준다. 이런 요소를 적극적으로 경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과거의 경영과학은 이제 쓸모없다는 주장인가.
“그렇지는 않다. 계량화되고 표준화된 과거의 경영과학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예상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영학을 통해서는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앞으로는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경영과 예술은 이질적으로 보인다.
“물론 경영과 예술의 겉모습은 극과 극이다. 치열함과 한가로움으로 정반대다. 그러나 본질을 보면 일맥상통하는 개념이 있다. 모두 ‘인간을 위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통 경영학에서 쓰는 단어부터 확 바꿔야 한다. 일례로 회계의 경우 예술성 등 소프트한 부분에 대한 자본(캐피털)은 용어조차 없다. 이런 것을 개발해야 한다.”

경영은 숫자 싸움이다. 소프트한 자본을 어떻게 넣을 수 있는가.
“‘아트경영지수’ 등을 개발하는 걸 고려해 볼 만하다. 과거 미국 보험사 메트라이프는 인지지능이 아닌 감성이 뛰어난 사람에 대한 측정 지수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채용에 적용했다. 그런데 기존 방식으로 뽑힌 사람들은 1년이 지나자 60%가 퇴사했다. 인지지능만 보고 인재를 채용한 한계다. 탁월한 인재를 뽑으려면 여러 소프트한 부분을 평가하는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한국 기업이 과연 라이트 형제나 토머스 에디슨을 뽑을 준비가 됐느냐고 물으면 답은 ‘아니오’다. 분명히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트경영이 가능한가.
“예술 분야에 대한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CEO들은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에 주목하고 이를 경영에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술가는 관찰, 감정 이입, 경계 파괴 등을 통해 새로운 사조를 만들거나 뛰어난 작품을 만든다. 경영자들은 그런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의 창작 DNA를 궁금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은 관현악에 인간의 소리를 넣고 싶은 작곡가의 의지가 반영된 획기적인 작품이다. 마지막 악장의 합창에는 당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동이 있다.”

더 자세히 말해달라.
“예술적 논리와 합리적 논리는 다르다. 예를 들어 사과 안에 뭐가 들어있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합리적 논리에 따라 씨가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적 논리에서는 ‘천둥 몇 번’ ‘비 몇 방울’ 등의 표현이 가능하다. 이는 새롭게 보고 경계를 파괴했기 때문에 가능한 답이다. 기업도 ‘제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항상 관찰하고, 의인화하고 익숙한 것을 낮설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은.
“하나의 제품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만들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와! 예술인데”라는 감동과 감탄이 절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는 유명 예술가의 작품 등을 기존 제품개발이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기업이 지향하는 철학과 가치를 고객에게 파는 것이다. 이는 우선 CEO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왜 만드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해당 기업 존재의 이유와도 직결된다. 예술에서 쓰이는 의인화 기법을 고민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냉장고를 개발한다면 직원 스스로가 냉장고가 돼보는 것이다.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작품이 아닌 제품일 경우 과감하게 접고 어떤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복귀 후 여러 제품 라인을 확 줄이고 핵심 제품에만 몰입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대다. 직장을 ‘어른이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 누가 시켜서 일하는 ‘객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적 동기가 부여돼 신나게 몰입하며 일하는 ‘주체’로서 우뚝 서며 자율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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