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가 1월 2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킹덤’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가 1월 2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킹덤’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1월 2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드라마 ‘킹덤’의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다. ‘거실에서 펼쳐지는 엔터테인먼트 킹덤’이라는 주제였다.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 사극’으로, 1회당 2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급 작품이다. 방송국을 통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1월 25일에 전세계 동시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킹덤의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극 중 ‘세자’ 역할을 맡은 배우 주지훈과 세자와 대적하는 ‘금군별장’ 역의 배우 정석원이 날을 세워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검은 스크린을 채웠다.

여기까진 지금까지 한국 시청자가 흔히 볼 수 있었던 사극과 별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익숙함도 잠시. 10초가량 지나자 영상 속 배우들이 갑자기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자막도 영어로 달려 나왔다. 뒤이어 또다시 10초. 킹덤은 태국어 음성·자막으로 재생됐다. 이어 배우들의 대사가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터키어 등 12개 언어로 전환되면서 영상이 끊김 없이 이어졌다.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단번에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짚어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현재 넷플릭스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190개국에 콘텐츠를 공급하는데, 27개 언어로 자막을 달고, 12개 언어로 음성 더빙을 한다. 넷플릭스가 밝힌 회원 수는 1억3900만 명이다. 2017년 1억 명을 돌파한 데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넷플릭스 이용자는 지난해 1월 34만 명에서 12월 127만 명으로, 1년 만에 274% 급증했다.

이런 넷플릭스가 올해는 본격적으로 한국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지개를 켠다. 이번에 공개한 ‘킹덤 시즌 1’ 외에도, 올해 안에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5편 더 공개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국뿐 아니라 한류가 위력을 발휘하는 아시아 시장까지 공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넷플릭스의 독주는 아직 북미나 유럽 시장에 한정돼 있다. 아시아에서는 독주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김민영 디렉터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은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 정도가 아시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 매력은 거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를 통해) 스릴러,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한국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디렉터가 밝힌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전략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킹덤’이 미디어 간담회에서 공개되는 모습. 사진 넷플릭스
‘킹덤’이 미디어 간담회에서 공개되는 모습. 사진 넷플릭스

싱가포르에 있던 한국 전담팀이 지난해부터 서울에 상주하게 된 이유는.
“한국 시청자들과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다. 한국 창작자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고 있다. 한국 팀이 서울에 상주하게 된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발굴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찾았을 때 이를 제작하기 위해 제작비를 얼마 투자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학습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좋은 콘텐츠를 찾아 전 세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한국 전담팀의 목표다.”

이전에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의 해외 시장 성과는.
“한국 콘텐츠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한국 내 반응보다는 아시아 전역에서의 반응으로 성과를 판단한다. 아시아 시장에서 많은 사용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예능을 봤다. 추리 예능인 ‘범인은 바로 너 시즌 1’을 예로 들어보겠다. 한국 드라마의 아시아 지역 내 파급력은 알고 있었지만 예능의 파급력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단 제작해 공개했는데, 태국 등에서는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질 정도였다. 후속편 ‘범인은 바로 너 시즌 2’를 제작하기로 한 이유도, 시즌 1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YG전자(빅뱅 승리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서 겪는 이야기를 엮어낸 시트콤)’도 마찬가지다. K-팝의 인기 덕에 아시아에서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성장 동력이다. 지난해 12월 21일 공개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버드박스’는 4주 동안 8000만 명이 시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880만 명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버드박스를 보기 위해 가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세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한국 콘텐츠의 모습은.
“한국에 로맨틱 코미디뿐 아니라 스릴러,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한국 콘텐츠는 이미 전 세계, 특히 아시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주로 인기를 얻은 콘텐츠는 아직 로맨틱 코미디에 치중돼 있다.”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투자하려는 총금액은 얼마 수준으로 예상하나.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올해 한국에서 몇 개의 작품에 얼마를 투자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건 아니다. 그보다는 지속적으로 크리에이터(콘텐츠 창작자)들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발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한국 콘텐츠 담당자이기 때문에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와 계약했을 때 창작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 필요하다면 기술의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최근 공개된 공상과학(SF)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같은 콘텐츠는 기존에는 기술의 제약 때문에 제작하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창작자가 보여주고 싶은 비전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술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상호 작용) 콘텐츠로, 시청자가 영화를 보다가 선택지가 나오면 원하는 걸 고르고, 그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는 작품이다. 영화의 길이도 40분에서 2시간으로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각각 달라진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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