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웹툰·웹소설을 성공적으로 영상화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는 웹툰 ‘신과 함께’ 기반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왼쪽)’으로 1227만 관객을 동원했고, 카카오는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기반으로 흥행 드라마를 만들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웹툰·웹소설을 성공적으로 영상화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는 웹툰 ‘신과 함께’ 기반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왼쪽)’으로 1227만 관객을 동원했고, 카카오는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기반으로 흥행 드라마를 만들었다.

정보기술(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웹툰(네이버의 웹툰 전문 자회사)은 지난해 8월 영상 제작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N’을 세우고 권미경 전 CJ E&M(현 CJ EN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대표로 영입했다. 권 대표는 지난해 초까지 역대 흥행 1위 영화인 ‘명량’을 비롯해 ‘국제시장’ ‘베테랑’ ‘아가씨’ 등 여러 히트작의 투자·배급·마케팅을 총괄한 인물이다. 카카오는 종합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로 김성수 전 CJ E&M 대표를 영입했다. 양사 모두 영상 콘텐츠 제작사업에 사활을 걸고 신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모양새다.

스튜디오N은 현재 웹툰·웹소설 기반 영화·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1월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비질란테’ ‘여신강림’ 등 10편의 영상화 계획을 공개했다.

카카오M의 최대 경쟁력은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확보한 웹툰·웹소설 저작권(IP)과 한류 스타들을 융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카카오M은 이병헌·한효주·한지민·김고은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와 김태리·이상윤·최다니엘이 소속된 제이와이드 컴퍼니, 공유·공효진·전도연의 숲 엔터테인먼트 등 매니지먼트 회사 3곳과 국내 광고모델 기획사 레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를 통해 확보한 콘텐츠와 카카오M이 보유한 한류 스타 배우군, 작가, 감독, 영상 제작 역량을 활용해 콘텐츠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M은 2월 6일부터 tvN에서 ‘진심이 닿다’를 방영 중이다. 진심이 닿다는 카카오M이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자체 제작 드라마다. 카카오M 계열사인 킹콩바이스타쉽 소속 배우 이동욱이 주연으로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상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새로운 먹을거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현상을 겪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5869억원과 9425억원이다. 전년보다 매출은 19.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1% 감소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은 2조4167억원,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보다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6% 감소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기술 투자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캐시카우가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는 ‘영상 콘텐츠’가 앞으로 회사의 유망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웹툰·웹소설을 성공적으로 영상화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로 1441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2018년에도 두 번째 시리즈인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1227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두 편에 총 제작비 400억원을 들여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카카오는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기반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최고 시청률 8.7%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수천개의 매력적인 IP가 미래 수익원

이들 회사가 1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확보해온 웹툰·웹소설 콘텐츠는 앞으로 양사의 영상 제작 자회사가 영상화할 이야기의 원천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은 2000여개, 다음웹툰은 1000여개(카카오페이지 별도)에 달하는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영상 판권,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자체 제작 콘텐츠는 TV·영화관 등 기존 채널을 통해 유통될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두 회사가 각각 포털사이트(네이버·다음)와 모바일 메신저(라인·카카오톡)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채널을 이용한 콘텐츠 유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 중 자체 제작 콘텐츠 분야에서 현재까지 가장 앞서있는 기업은 CJ ENM이다. CJ ENM은 지난 2016년 드라마 제작 사업본부를 자회사로 독립시켜 국내 최초로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드라마 제작 전문화 시스템을 도입해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참신한 소재와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과 드라마 공동 제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영권 선판매를 협의하는 등 중국 사업을 확대 중이다. 업계는 네이버·카카오 역시 자체 제작 콘텐츠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두드릴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는 IT 공룡들의 전폭적인 콘텐츠 사업 투자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IT기업이 당장 업계 판도를 바꿀 콘텐츠를 내놓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CJ ENM 출신 콘텐츠 전문가들이 탄탄한 자본금을 기반으로 콘텐츠 사업을 키워나간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위협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현재 tvN을 통해 히트 드라마를 다수 배출 중인 CJ ENM도 지금의 결과물을 내기까지 12년 이상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적자 상황에서도 투자를 이어왔는데, 이미 영업이익이 크게 줄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이러한 인고의 시간을 감수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 적자를 계속 감수하면서도 꾸준히 투자를 늘릴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넷플릭스도 지난해에만 한국 가입자를 34만 명(1월)에서 127만 명(12월)으로 늘리는 등 콘텐츠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본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김영걸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우 그동안 쌓아온 영화·드라마 제작 경험이 없고 실패 시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콘텐츠 유통에 집중할 것”이라며 “앞으로 콘텐츠의 주 소비층이 될 10대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데이터를 모으고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긍정적인 점은 네이버·카카오가 한국 드라마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실험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IT기업 특유의 자유로움 속에서 다양한 콘텐츠 실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기업이 기존 제작사나 프로듀서 등과 협력해 콘텐츠 산업을 키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영화’도 제작하는 연예기획사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들도 콘텐츠 제작에 적극 뛰어드는 추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8년 드라마·예능 제작사 FNC 애드컬쳐의 주식 750만 주를 인수했고, YG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를 설립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자회사 JYP픽쳐스에서 드라마·영화·뮤지컬을 제작 중이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연예기획사 중 콘텐츠 제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지난 2017년 시작해 누적 조회 수가 1억4000만회를 넘은 웹 예능 ‘빅픽처’와 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 영화 ‘페르소나’도 미스틱의 작품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영화감독 4인이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각기 다른 작품 4편을 찍었다. 현재 유튜브, 넷플릭스, 극장 개봉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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