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용 연세대 경영학과, SK증권
김현용
연세대 경영학과, SK증권

“올해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회사는 ‘스튜디오드래곤’입니다. 제작비 400억원이 투입되는 ‘아스달 연대기(tvN 방영 예정)’를 ‘시즌제(큰 줄거리는 이어가되 10편 정도를 한 개 ‘시즌’으로 묶고 여러 시즌을 이어가는 드라마 제작 방식)’로 제작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시즌제 드라마는 방영이 거듭될수록 팬덤이 형성됩니다. 마치 K팝 아이돌이 앨범을 낼 때마다 팬이 늘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김현용(37)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게 올해 주목해야 할 한국 드라마 산업 관련 상장사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2월 11일에 110장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최근 두달간 10여개 드라마·영화·음악 업종 상장사를 탐방한 뒤에 낸 것이었다. 탐방한 회사의 실적 전망, 고객사와의 관계, 납품 물량 추이, 경쟁사 동향 등의 정보를 담았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대작(수백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드라마)의 시즌제가 정착되고 글로벌 프로젝트가 확산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월 23일, 상장한 지 두달 된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주가를 종전(7만2000원) 대비 40% 높은 10만원으로 올리면서 주목받았다. 비슷한 시기 다른 증권사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 주가를 7만~8만원대로 보고 있었다. 김 애널리스트의 전망은 이에 비해 무척 과감했다. 그의 전망이 나온 지 1~2개월 만에 다른 증권사에서도 스튜디오드래곤의 목표주가를 10만원대 이상으로 따라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애널리스트들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성장 가능성을 더 빨리 알아챈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를 2월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을 주목하는 이유는.
“넷플릭스에 판매할 만한 ‘대작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스터 션샤인(tvN 방영)’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tvN 방영)’ 방영권을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본 방송 시간과 동시에 내보내는 조건이었다. 또 스튜디오드래곤은 올 연말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자체 제작) 드라마인 ‘좋아하면 울리는’을 제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tvN에 편성될 예정인 ‘아스달 연대기’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스달 연대기는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을 공동 집필한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신작이다.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로, 배우 송중기·장동건·김지원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제작비 4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드라마다.

아스달 연대기를 기대하는 이유는 엄청난 제작비 때문인가.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이 드라마가 대작일 뿐 아니라 ‘시즌제’로 제작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시즌제로 이어진 드라마 콘텐츠는 시트콤 장르가 아닌 이상 거의 없었다. 반면 미국 드라마는 대개 수년간 시즌을 거듭하면서 작품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이어간다.”

왜 시즌제에 주목해야 하나.
“시즌제는 ‘팬덤의 증가’라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K팝 아이돌이 앨범을 내면서 팬이 늘어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한 시즌이 성공하면, 다음 시즌에서는 열혈 시청자가 크게 늘어난다.”

시즌제가 활성화된 미국 사례는 어떤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HBO 방영)’이 시즌제의 위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지난 2011년 왕좌의 게임 시즌 1은 시청 가구 수가 200만가구로 집계됐다. 그런데 시즌 7의 시청자 수는 1000만가구로 다섯배 증가했고, 올해 4월 방영 예정인 왕좌의 게임 시즌 8(마지막 시즌)은 1200만가구로 여섯배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사람들은 8년간 ‘왕좌의 게임 앓이’를 한 셈이다.”

한 드라마를 여러 시즌 제작하는 것과 여러 개의 각기 다른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수입 구조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가.
“시즌제는 제작비는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왕좌의 게임 시즌 1 제작비는 한 회당 600만달러(67억원)였다. 그러다 시즌 7에서는 회당 1000만달러(약 112억원)로 늘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제작비 상승은 수익 증가세에 비하면 소폭에 불과하다. 시즌 1 때는 수익이 제작비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었지만, 시즌 3~4부터는 수익이 제작비의 두배를 넘어섰다. 드라마 관련 ‘굿즈(기념품)’ 매출도 이때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파는 것이 스튜디오드래곤에 어떤 의미일까.
“영업이익을 단번에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을 할 뿐 아니라 제작한 콘텐츠의 저작권을 갖는다. 보통은 드라마 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받는 대신 저작권을 방송사에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방송사에 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는 권리인 ‘방영권’만을 판매해 매출을 낸다. 따라서 더 많은 곳에 방영권을 팔수록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사업 구조다.) 기존에 스튜디오드래곤은 방송사에 대한 방영권 판매, 간접광고(PPL), 국내 판권 유통 등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이익을 냈다. 여기서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팔게 되면, 기존에는 없었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전년 대비 4편 증가한 26편의 드라마를 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한 3796억원,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299억원이었다.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판 수익을 포함하는 해외 매출은 1102억원으로 전년 대비 64.1%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사들이는 이유가 뭘까.
“넷플릭스 입장에서 아시아 시장은 유일하게 공략하지 못한 땅이기 때문이다. 시계를 스튜디오드래곤 상장 당시(2017년 11월)로 돌려보면, 그때 당시 넷플릭스는 아시아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감이 없었다. 북미·남미·유럽 등은 언어가 비슷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인접 국가끼리 서로 싫어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나라마다 문화가 천차만별이라 넷플릭스 입장에선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가격에 상관없이, 아시아권 전역에서 인기 있는 킬러 콘텐츠인 한국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미스터 션샤인’이 넷플릭스와의 ‘대박 딜’ 사례다. 넷플릭스는 국내 본방송과 동시에 공개한다는 조건으로, 미스터 션샤인의 방영권을 무려 300억원에 사갔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스터 션샤인 제작에 430억원을 들였다. CJ ENM에 방영권을 판매해 받은 220억원, 국내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30억원, 간접광고로 20억원을 벌었다. 여기에 넷플릭스에서 받은 돈 300억원을 합치면 570억원을 벌었다. 전체 매출의 2분의 1 이상이 넷플릭스로부터 나온 것이다.

사실 미스터 션샤인이 300억원에 팔린 것을 두고 너무 비싸게 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300억원을 주고 똘똘한 아시아 콘텐츠(미스터 션샤인)를 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미국의 제작 환경을 감안하면,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 만한 비슷한 품질의 콘텐츠를 그 가격에 절대 못 만든다. 값비싼 인건비와 배우 출연료 등 여러 조건 탓에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든다. 게다가 미국 제작사들은 아시아 시장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부담도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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