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희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카이스트 공학박사,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산업기술대 전자공학과 조교수 / 2월 11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한태희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한태희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카이스트 공학박사,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산업기술대 전자공학과 조교수 / 2월 11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한태희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숙명과도 같다.”

2월 11일 경기도 수원 연구실에서 만난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분야에서 이미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한 삼성이 아직 제대로 공략조차 못 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순서”라고 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연산 처리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와 구분된다. 비메모리 반도체로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있다.

비메모리와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비율은 7 대 3 정도로 비메모리 규모가 훨씬 크다.

그러나 비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채 3%도 되지 않는다. 반면 인텔·퀄컴 등 미국 회사가 시장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고는 있지만, 비메모리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반도체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탑재돼 데이터를 분석·처리하는 AP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P가 앞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7년 6개월간 3G(3세대) 통신 칩,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용 반도체, 무선 광대역 인터넷 기술(와이브로)용 칩 등을 개발한 삼성맨 출신 학자다. 학계로 자리를 옮겨서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를 거쳐 성균관대에서 13년째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왜 비메모리 반도체를 강화하려고 하나.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더 성장하려고 한다면 이제 뛰어들 분야가 비메모리 반도체밖에 없기 때문이다. TV나 휴대전화에서는 세계 1위에 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로 1위다.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까지 합치면 60%가 넘는다.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반독점 제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비메모리 반도체밖에 성장할 분야가 없다. 따라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강화는 삼성에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종류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삼성전자가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하나.
“AP를 강화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AP를 계속 만들어와 노하우가 쌓였다. 현재 퀄컴,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의 AP 제조사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

AP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보다 훨씬 시장 규모가 작은데, 왜 AP의 강화가 시급하다는 얘기인가(작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는 185조원. 같은 기간 AP 시장 규모는 33조원으로 메모리 시장의 5분의 1도 안 된다).
“지금은 시장 규모가 작지만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는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사물과 사물 간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통신하는 것) 시대가 오면 휴대전화뿐 아니라 가전기기, 신발이나 의류, 자동차에도 AP가 들어간다. AP가 비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이 될 것이다.”

AP 판매가 늘면 메모리 반도체 판매에도 영향을 주나.
“그렇다. 좋은 AP를 개발하면 메모리 반도체 등을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시장도 열린다. 성능이 좋은 AP를 개발하면 메모리 반도체를 많이 팔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 요즘은 메모리 반도체와 AP를 제조 단계에서부터 묶어서 만드는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퀄컴 등 다른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보다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둘 다 잘할 수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들도 만들기 때문에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어떤 반도체가 필요한지를 제품 제조부문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계획을 짤 수 있고 반도체 기능을 제품에 직접 넣어 시험해 볼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이 한계에 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도 더 성장한다. 예를 들어 현재 TV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또 세탁기나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신규 시장이 크게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에어컨과 로봇청소기에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된 것처럼 앞으로 TV,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도 기능이 굉장히 지능화하고 첨단 IT기술이 적용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수요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꾸준히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Keyword

팹리스, 파운드리, 종합장비제조회사 보통 반도체 회사는 세 종류로 구분된다. 반도체 생산만 담당하는 파운드리, 생산공장 없이 설계와 판매만 하는 팹리스(fabless·설계전문회사, fabrication 즉 제조 설비가 없다는 의미),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장비제조회사(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다.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은 팹리스, 대만 TSMC는 파운드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은 IDM이다.

정해용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