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저거 잘해야 하는데….”

1월 30일 경기도 화성 사업장을 돌아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다소 긴장된 목소리로 오른손 검지를 치켜든 채 한쪽을 가리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국회의원 10여 명을 화성 사업장에 초대한 날이었다.

이 부회장이 가리킨 곳은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전시돼 있는 곳이었다. 한 국회의원이 “삼성이 (이 분야 반도체에서) 5년 정도 앞서 있는 거죠?”라고 농담조로 묻자 이 부회장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AP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의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를 제외한 데이터를 연산·처리하는 반도체다. AP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기능을 하는데,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폰 이외의 제품에도 쓰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AP를 바라보며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것은 AP가 앞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사업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AP가 지금까지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일부 IT 기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 칩이었지만, 사물인터넷(IoT·사물과 사물을 무선인터넷으로 연결해서 통제하는 시스템) 시대가 오면 청소기부터 의류, 신발에까지 수요가 확장될 수 있다. 또 AP와 연계된 가전제품이나 IT 기기들을 더 비싸게 더 많이 판매할 길도 열린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AP 제조 능력을 강화해 전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10여 명의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수십 년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확대해 나갈 핵심 열쇠는 AP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미 AP를 중심으로 한 비메모리 반도체 강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앞에 놓인 AP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P 시장에서 세계 3위의 점유율(14%·2018년 1분기)을 유지하고 있다. 2위 애플(17%)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점유율 45%의 절대 강자 퀄컴과는 아직 견줄 수 없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1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퀄컴의 아성을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


2018년 12월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반도체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8년 12월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반도체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고질적 약점 GPU 강화 나설 듯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AP 시장에서 퀄컴을 깨트리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수·합병(M&A)과 자동차용 AP 시장 진출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는 그래픽이나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잘 만드는 회사를 M&A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AP에서 퀄컴보다 못한 핵심 기능 중 하나가 GPU다. 삼성전자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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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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