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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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세계 흥행 1·2위 영화가 한 사람 손에서 탄생했다. ‘아바타’와 ‘타이타닉’을 감독한 제임스 캐머런이 주인공이다. 1997년 ‘타이타닉’으로 21억8750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흥행 1위 감독에 오르더니 10년 만에 또 다른 작품 ‘아바타’로 자신이 세운 기록을 깼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27억8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SF 영화계 살아 있는 전설의 시작은 1984년 작 ‘터미네이터’였다. 기술 개발로 폐허가 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이 영화는 인간을 살해하는 로봇과 저항하는 인간을 담았다. 2편에서는 “나는 다시 돌아온다(I will be back)”는 명대사가 탄생했다. 현재까지 시리즈물로 다섯 편이 제작됐다.

그에게 SF 영화는 하나의 장대한 프로젝트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세계관을 펼쳐나간다. ‘아바타’도 2020년 2편을 시작으로 5편까지 제작된다. 그런 그가 또 다른 시리즈물에 도전장을 냈다. 2월 5일 국내 개봉한 ‘알리타: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알리타’의 제작·각본을 맡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현재 ‘알리타’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와 ‘알리타’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알리타’는 일본 만화작가 기시로 유키토가 1990년부터 연재한 ‘총몽(銃夢)’ 1부 1~3권을 다루고 있다. ‘총몽’은 현재 3부까지 나왔으며 연재 중이다. 세계 17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캐머런 감독은 2000년 ‘총몽’의 영화 판권을 사들였고, 2003년 제작을 발표했다. 2004년부터 각본을 쓰기 시작해 2007년 개봉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아바타’ 제작과 시기가 겹쳐 영화화를 미루다 2016년 25년 지기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에게 메가폰을 넘겼다. 그렇다고 그의 ‘알리타’ 사랑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직접 쓴 186쪽짜리 각본을 로드리게스 감독에게 넘겼고 각본 수정에도 참여했다.

그가 20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알리타’를 영화로 재탄생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50년 후 100년 후의 우리 모습이 이렇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우리가 주인공 알리타처럼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영화 ‘알리타’는 그보다 좀 더 먼 26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으로 지구가 황폐해진 23세기보다 300년이 더 지난 시점으로, 캐머런 감독은 이를 ‘미래의 미래’라고 부른다. 최소한의 인류가 살아남은 이곳은 공중 도시 ‘자렘’과 자렘의 쓰레기 처리장 역할을 담당하는 ‘고철도시’로 나뉜다. 자렘의 전사였던 알리타(원작의 이름은 갈리)가 고철도시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알리타는 인간의 뇌에 기계 몸을 연결한 사이보그다. 캐머런 감독은 그간 기계와 인간의 경계와 대립을 다뤄왔는데, 그런 구분이 사라졌다. 그는 “미래에는 우리도 알리타처럼 돼 있을지 모른다. 기계와 같이 살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알리타가 지닌 인간성이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에게 ‘알리타’가 던지는 ‘미래 사회의 인간성’은 무엇인지 물었다.


20년 전 일본의 원작 만화 ‘총몽’ 읽고 영화화 결심

‘알리타’는 어떤 영화인가.
“나(제작·각본)와 로드리게스(감독) 둘 다 사랑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알리타는 어린 소녀이며 합성된 몸을 갖고 있다. 인간의 마음(mind)과 정신(spirit), 심장(heart)을 가졌다. 매우 감정적인 캐릭터인 동시에 아직 스스로는 모르지만 사실은 전사(戰士)다. 감정과 드라마 그리고 액션의 멋진 조합을 만들려고 했다.”

영화의 원작인 ‘총몽’과의 첫 만남은.
“20여 년 전이었다. 오랜 친구이자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작년 아카데미 작품·감독·음악·미술상 등 4개 부문 수상)’의 감독인 기예모르 델 토로가 내게 일본 애니메이션 하나를 보여줬다. 만화책 ‘총몽’ 시리즈의 처음 몇 권을 합쳐 만든 것이었다(1부의 1~3권을 담았으며 1993년 나왔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에 반한 나머지 원작인 ‘총몽(서양에는 ‘총몽’ 대신 ‘알리타: 배틀 엔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만화책을 9권인가 10권까지 찾아 읽었다. 원작자 기시로 유키토가 창조한 ‘총몽’의 세계는 영화적 잠재력이 넘치고, 놀라울 정도로 풍성하고 디테일했다. 26세기라는 시대적 배경보다도 스토리에 담긴 인간성에 더 끌렸다. 강렬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였다. 알리타라는 캐릭터가 특히 놀라웠다. 그녀는 사이보그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모든 상황에 진심을 담아 반응한다. 그녀는 사람을 사랑하고 선(good)을 위해 싸운다. 그런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한마디로 하면, 만화 그 자체에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다. 원작자 기시로가 만들어낸 완벽하고 완성된 세계에 사로잡혔다. 원작자는 굉장히 똑똑하며 대단한 아티스트이면서 동시에 기술적인 이해도가 아주 높은 사람이다.”

딸을 둔 아빠로서의 경험도 작용했다고 들었다.
“20년 전 일본의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당시 큰딸이 여덟 살이었다. 그래서 만화에 더 강하게 매료됐던 것 같다. 만화가 세상의 젊은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내 딸도 10대가 되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제 위치를 찾아갈 텐데, 여성의 정신이 갖는 힘(power of the female spirit)이 얼마나 강한지를 스크린을 통해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의 젊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그것이 내게 알리타였다. 시나리오를 쓸 무렵에는 딸이 열세 살쯤이었을 거다. 이제 딸은 스물여덟 살이 됐다. 드디어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 내 딸은 이 영화가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주인공 알리타를 왜 그렇게 사랑하나.
“알리타가 완벽하게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 삶의 모토는 ‘악을 보고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겠다(I will not stand by in the presence of evil)’이다. 그는 부당함과 직면했을 때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알리타다. 상대가 아무리 크고 힘이 세고 위협을 가해도 굴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 악을 향해, 부당함을 향해 똑바로 돌진해 맞선다. 그녀의 약점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악의 공격을 받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격받는 것에 대해선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이 이야기는 알리타가 (고철도시의 쓰레기장에서) 깨어난 이후 새로운 몸을 갖고 쌓은 유대관계,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싸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그녀가 배신 등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을 알아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알리타 캐릭터를 좀 더 설명해 달라.
“알리타는 여성에게 힘을 부여하는 것을 상징한다.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것이며, 동시에 정신·마음·혼에 관한 캐릭터다. 단지 그녀의 육체적 강인함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신체 조건에 비해 놀랄 정도로 강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그녀 자신조차도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키 140cm 정도의 10대 소녀는 무시당하기 쉽지 않겠나. ‘나는 특별하지 않은 존재였을 거야. 그러니 쓰레기와 함께 버려졌겠지’라고 말하는 대사도 나온다. 실제로 그녀는 고철도시의 버려진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됐고, 보기에 왜소하다. 그녀가 진짜 행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기억을 상실했던 그녀는 점차 기억을 회복하면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녀의 행동력은 신체 조건보다 모든 정신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알리타: 배틀 엔젤’ 제작에 참여한 존 랜도 프로듀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왼쪽부터).
‘알리타: 배틀 엔젤’ 제작에 참여한 존 랜도 프로듀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왼쪽부터).

‘알리타’는 인간성에 관한, 보편적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

알리타가 인간의 뇌와 로봇 신체를 지닌 ‘사이보그’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녀는 사이보그의 몸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인간성을 갖고 있다. 인류가 나아가는 방향도 이렇지 않을까?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하나의 사회로서, 문화로서 점점 테크놀로지와 융합되고 있으므로 50년 후 100년 후 우리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궁금하지 않나? 우리도 알리타처럼 돼 있을지 모른다. 기계와 같이 살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알리타가 지닌 ‘인간성’이 앞으로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다.”

‘알리타’는 인간성에 관한, 보편적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인가.
“정확하다. ‘알리타’는 분명히 SF 영화다. 사이버펑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이보그이고, 영화는 여러 기술적 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10대가 되면서 세상에서 내 자리가 어디인가를 찾아 떠난다. 영화는 보편적인 인간의 여정을 보여준다. 알리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청소년기에서 여성으로 커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며 실제로 신체가 변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더 강인한 한 주체의 여성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지켜보는 아버지도 비춘다. 딸의 성장을 경험해본 아버지들은 아마 알 거다. 어느 순간 자녀는 정체성을 찾은 모습으로 앞에 서 있지 않나. 영화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 현재든 과거든 미래든 그 어떤 배경에서도 가능한 내용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 물론 SF 영화들은 많은 기술을 사용해 멋지게 치장하지만, 좋은 영화는 언제나 보편적인 진실 혹은 인간이라는 존재(universal truth or human existence)를 보여준다. 누구나 10대에는 불안과 긴장,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미 이런 것을 겪고 성인이 돼 ‘다행히 나는 살아남았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알리타가 여성 캐릭터라는 점도 인상 깊다.
“‘알리타’는 젊은 여성이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영화 속 알리타의 의체를 만든 다이슨 이도 박사는 알리타를 딸처럼 아낀다. 이도 박사는 그녀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점차 그녀가 추구하는 인간상을 존중한다. 알리타가 그녀의 삶과 비전을 스스로 책임지게 되는 과정이 영화에 담긴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아주 강력한 여성 전사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터미네이터’의 새라 코너, ‘에일리언’의 리플리, ‘아바타’의 네이티리 등이다. 왜 이런 강한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나.
“내 어머니는 89세인데 아직도 건강하시다. 강한 의지를 가진 분으로 어릴 때부터 존경해 왔다. 어머니와 할머니처럼 강한 여성과 함께 성장했다. 그분들을 존경하면서 작품에도 당연히 그런 부분이 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처음 감독이 됐을 때 기존과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시 할리우드 영화엔 강한 남성 캐릭터밖에 없었다. 인간의 50%가 여성인데 말이다. 작가 입장에서 나의 원칙을 고수하며 강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했다. 흥미로운 작업이었고 여성 캐릭터가 세상을 향해 표출하는 에너지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남성 캐릭터는 지루하다고 느꼈다. 여성 캐릭터보다 ‘움직일 여지가 있는 부분(moving part)’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글을 쓸 때 재미가 덜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요즘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등하게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 내가 쓰는 이야기의 양면성을 다 보여주기 위해서다.”


AI가 영화감독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인간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

알리타가 휴고에게 심장을 꺼내 주는 장면은 당신의 영화 ‘타이타닉’의 오마주이면서 동시에 알리타가 누구보다 인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알리타 역시 젊은 여성이 자신을 찾아가는 그런 강한 이야기이자 이미지다.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타이타닉’과 비슷하다. 물론 배경은 아주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은 주제다. ‘타이타닉’에서는 두 젊은이가 신분과 선박 사고로 함께하지 못하는 비운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알리타’에서도 한 사람은 사이보그고, 한 사람은 사이보그의 장기를 인신매매하는 인간이다. 예전부터 운명에 농락당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스타일의 슬픈 사랑을 그려내려고 했다. 이번에는 그것만이 아니라 알리타와 이도의 관계도 일종의 러브스토리다. 요약하면 알리타는 처음은 사춘기 소녀, 최종적으로는 성장한 인간으로서 아버지와 딸의 러브스토리이기도 하고, 젊은 연인 간의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나는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에 알리타가 자신의 심장을 꺼내 어떻게든 휴고에게 주려고 하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이것은 기시로의 원작 만화에도 들어 있는 장면이다. 인간인 (‘타이타닉’의) 로즈는 불가능한 행위이지만 말이다.”

인간과 기계의 융화가 순탄할까. 인공지능이 영화감독을 대체하지는 않을까.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모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에 주입하고 딥러닝 뉴럴 네트워크가 분석하고, 인공지능은 영화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는 별로일 것이다. 인간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게 ‘젊은 영화감독들에게 충고하자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전에는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만들어라’라고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좀 인생을 살아본 다음에 카메라를 들고, 너의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어라’라고 말한다. 나는 기계 수리공, 버스 운전사, 버스 수리공 등 별의별 경험을 다 해봤다. 결혼하고 20대 중반이 돼서야 영화 업계에 발을 들였다. 업계에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내가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알리타’ 속편 계획은.
“기시로의 원작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심지어 그는 이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후에도 여러 권을 더 썼다. 지금의 영화는 처음 세 권을 다루고 있으므로 아직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 로드리게스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2편, 3편에 대해서 어느 정도 로드맵을 짜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성과를 인정받기 전에 후속작을 모두 세워놓는 것은 건방진 일이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유명 게임을 원작으로 2016년 만들어진 영화인) ‘워크래프트’는 후속작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줬지만, 첫 번째 영화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조롱거리가 되지 않았나. 첫 번째 영화, 즉 지금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알리타’를 본 뒤에 여러분의 인생이 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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