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반 꾸엣(Trinh Van Quyet) 하노이 법대, UC 어바인 경영학 석사(MBA), SMiC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 사진 이용성 차장
찐 반 꾸엣(Trinh Van Quyet)
하노이 법대, UC 어바인 경영학 석사(MBA), SMiC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 사진 이용성 차장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 없이 ‘노딜’로 마무리됐다. 회담 성공에 따른 경제효과를 염두에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개최국 베트남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개최지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베트남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일군 경제 성장의 결실을 북한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이 때문에 회담이 다가오면서 베트남 경제의 발전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회담 막후 비즈니스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27일 하노이 주석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배석한 가운데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베트남 항공사 두 곳의 항공기 구매 계약이 체결됐다. 오찬을 겸한 이날 회동에는 베트남 최대 민간 항공사 비엣젯(Viet Jet Air)의 응우옌 티 푸옹 타오(Nguyen Thi Phuong Thao) 회장과 신생 항공사인 뱀부항공(Bamboo Airways) 모기업인 FLC그룹의 찐 반 꾸엣(Trinh Van Quyet) 회장, 케빈 맥알리스터 보잉 상용기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함께했다.

비엣젯은 737맥스 100대, 뱀부항공은 787 드림라이너 10대를 각각 주문했다. 총 157억달러(약 17조68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이다. 앞서 미연방항공국(FAA)은 이달 초 베트남 항공 보안 등급을 ‘카테고리 1(기준 적합)’로 높였다. 이에 따라 베트남 국적 항공사들이 미국 직항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경제 발전의 상징성을 그만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계약 규모에서 비엣젯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최대 리조트·골프장 개발사 FLC그룹을 등에 업은 신생 항공사 뱀부항공의 공격적인 움직임도 크게 주목받았다. FLC그룹은 변호사 출신인 올해 44세의 찐 반 꾸엣 회장이 창업했다. 꾸엣 회장이 2001년 창업한 ‘SMiC’란 이름의 법률사무소가 FLC그룹의 모체다(현재도 운영 중이다). 이후 2008년 본격적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명을 FLC로 바꿨다.

초기에는 아파트와 쇼핑몰 개발 등에 주력하다가 이후 골프 리조트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FLC는 현재 빈틴 럭셔리 리조트, FLC 삼손 골프 링크스 국제 리조트, FLC 퀴논 골프 링크스, FLC 꾸이년 골프장 등 베트남 곳곳에 럭셔리 리조트와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2017년 매출 약 5억달러(약 5600억원)로 전년 대비 87.8% 증가했다. 꾸엣 회장의 지난해 ‘포브스’ 추정 재산은 12억달러(약 1조3500억원)다.

FLC는 2017년 7000억동(약 340억원)의 자본을 투자해 뱀부항공을 설립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첫 상업 비행을 시작했고, 현재 베트남 내 8개 도시에 매일 26편의 왕복 항공기를 운항 중이다. 8개 노선은 하노이~꾸이년, 하노이~냐짱, 하노이~동호이, 호찌민~꾸이년, 하노이~호찌민, 하노이~부온마투옷, 호찌민~반둥이다. 뱀부항공은 오는 4월까지 싱가포르와 일본, 한국 등으로 노선을 확장하는 한편 국내 노선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보잉 항공기 계약 체결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아침 꾸엣 회장을 하노이 남뚜리엠(Nam Tu Lime)구에 있는 FLC그룹 본사에서 만났다. 자그마한 체구에 넓은 이마, 깊고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회색 슈트와 흰색 셔츠에 붉은색 타이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약 40분 동안 베트남어와 영어 통역으로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창업 계기와 항공 산업 진출을 결심한 계기, 경영 철학 등에 대해 명료하게 대답했다.


찐 반 꾸엣(오른쪽) FLC그룹 회장과 케빈 맥알리스터 (왼쪽) 보잉 상용기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중앙 왼쪽)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바라보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항공기 구입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찐 반 꾸엣(오른쪽) FLC그룹 회장과 케빈 맥알리스터 (왼쪽) 보잉 상용기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중앙 왼쪽)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바라보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항공기 구입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항공 산업 진출을 결심한 계기는.
“기존 골프 리조트 사업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다. 리조트가 있는 도시에 직항편을 운영하고 여행사와 제휴해 패키지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4월부터는 한국과 FLC 리조트가 있는 도시를 연결하는 직항편도 취항할 예정이다. 겨울마다 우리 리조트에 골프 치러 오는 한국인이 수천 명에 달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언제부터 진출을 준비했나.
“충동적으로 결심한 건 아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 초기부터 항공업 진출을 염두에 뒀다. 당시에는 국영 항공사(베트남항공) 한 곳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였다. 변호사 출신이라 독점을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건 4년 전이다. 지난해 3~6월 44대의 항공기를 보잉과 에어버스로부터 사들이면서 출격 준비를 마쳤다. FLC의 경영 철학은 ‘크고 강하게’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뭐든 처음부터 제대로 잘 준비해야 한다.”

뱀부항공은 지난해 880억달러를 들여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인 A321 네오와 보잉의 787-9 드림라이너 등 44대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몇 달 안에 해당 항공기를 인도받아 국내외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항공 면허를 취득한 게 지난해 11월이다. 면허 취득도 하기 전에 항공기를 구입한 건 위험한 결정 아닌가.
“관련 정부 부처와 기관으로부터 항공 사업 승인은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무기 구입이라면 모를까 능력이 돼서 항공기를 사겠다는데 막을 이유는 없다. 물론 그런 결정을 꼼꼼한 시장 분석 없이 내리진 않는다. FLC는 한 푼도 이유 없이 쓰지 않는다. 수십억달러어치 항공기 구매라면 말할 것도 없다.”

기존 항공사와 차별화 전략은.
“베트남에 취항하는 기존 항공사는 호찌민과 하노이, 다낭 등 주요 도시 위주로 항공편을 운항했다. FLC 리조트가 있는 도시에 취항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항공사와 차별화가 될 것이다. 베트남 관광의 새로운 매력을 널리 알리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본다면 보잉사 항공기 구입 계약은 베트남·미국 관계는 물론 베트남 경제 전반에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 하겠다. 미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급여는 어떤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면 노련한 파일럿과 승무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을 포함해 10년 이상 경력의 항공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베트남의 경쟁 업체보다 15~20% 높은 급여를 제공한다.”

항공 컨설팅 전문기관인 CAPA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저비용항공사(LCC)가 발주한 항공기는 동남아시아에서만 1400여 대에 달한다. 하지만 파일럿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항공사마다 숙련된 조종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향후 20년 동안 글로벌 항공 교통량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40억 명에 달하는 여행객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증가세가 가장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경제법)로 일하다 부동산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베트남에서 변호사는 존경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변호사 일만 해서는 세상을 바꿀 만한 업적을 남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현대·롯데·대우가 이룬 업적들 말이다. 변호사 급여도 훌륭하지만 훌륭한 경영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변호사로 쌓은 법 지식과 네트워크가 FLC를 창업해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운이 좋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개발 사업을 했고 항공 산업이 급성장하는 시기에 항공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사업은 등산과 비슷하다. FLC는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앞으로도 확장을 계속하면서 여러 분야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돈이 되는 분야를 발견하면 뛰어들 뿐이다.”

베트남 항공 산업의 급성장은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 수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글로벌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관련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베트남 관광 산업의 성장 속도가 연평균 30%를 웃돌았다. 또 1990~2017년 27년 동안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관광객은 1300만 명으로 2020년의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항공과 숙박 등 관광 인프라는 아직 크게 부족한 상황이어서 좋은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국외 부동산 사업 진출 계획은 없나.
“아직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성장 잠재력만으로도 사업 기회가 충분하기 때문에 국외 부동산 투자 계획은 없다.”

1만 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다. 리더십 철학이 궁금하다. 롤모델이 있나.
“롤모델은 딱히 없다. 회사가 직원에게 친근하고 정이 가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지만, 성과를 희생할 수는 없다. 각자가 ‘프로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직원 평균연령이 32세다. 나도 젊기 때문에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다.”

중단기 비즈니스 목표는.
“앞으로 3~5년 안에 뱀부항공을 미국 항공협회(APEX) 인증 ‘5성 항공사’로 키우는 게 당면 과제다. 운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내 경력과 인생에서 운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51% 정도는 될 것이다. 한국 기업과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롯데와 폭넓게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APEX는 항공사 등급을 승객이 제공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매긴다. 지난해의 경우 470여 개 항공사 중 9%만 5성 등급을 부여받았다.


plus point

‘베트남 삼성’ 빈그룹, 식음료 1위 마산그룹 등 ‘주목’

이용성 차장

빈패스트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모토쇼에서 공개한‘럭스(Lux·럭셔리의 약어)’ 라인 세단. 사진 빈그룹
빈패스트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모토쇼에서 공개한 ‘럭스(Lux·럭셔리의 약어)’ 라인 세단. 사진 빈그룹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그 중심에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최대 민영기업 빈그룹이 있다.

베트남에 가면 곳곳에서 빈그룹의 첫 글자인 ‘빈(Vin)’이라는 글자와 마주치게 된다. 베트남 마트 시장 1위 빈마트와 아파트 건설사 빈홈, 대표적인 리조트 브랜드인 빈펄에 이르기까지 모두 빈그룹 계열사다.

지난해 말에는 ‘빈스마트’라는 브랜드로 4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지 않아 벌써부터 삼성 스마트폰 중저가 라인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크라이나에서 라면 사업으로 ‘대박’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제조사 빈패스트도 빈그룹 계열사다. 빈패스트는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럭스(Lux·럭셔리의 약어)’ 라인의 세단 한 종과 SUV 두 종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지난달에는 고객 투표를 통해 총 35종의 신차 디자인 후보 중 가장 인기 있는 7종을 선정했다. 빈패스트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8월에 첫 생산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빈그룹의 모체는 창업자 팜 느엇 브엉 회장이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창업한 ‘테크노컴’이라는 식품 회사다. 베트남식 라면을 판매해 큰돈을 번 그는 2009년 테크노컴을 네슬레에 1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고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베트남 최대 부호인 브엉 회장의 ‘포브스’ 추정 재산은 76억달러(약 8조5800억원)다.

빈그룹은 지난 6일 대구시에 1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내에 빈테크코리아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지역 로봇 기업인 (주)아진엑스텍과 투자 협약을 맺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1997년 달서구에 들어선 아진엑스텍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제조·검사화장비에 들어가는 동작제어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로봇 기업이다. 지난달에는 한화자산운용이 빈그룹에 4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매출이 1조9000억원(2017년 기준)에 달하는 베트남 1위 식음료 기업 마산(Masan)그룹과 운항 개시 4년 만에 베트남 최대 민영 항공사에 등극한 비엣젯항공도 주목할 만한 베트남 기업이다.

마산그룹은 각종 소스와 라면, 커피 등 다양한 식품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SK그룹이 마산그룹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양사는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 사업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2011년 운항을 시작한 비엣젯항공은 최신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를 사들인 뒤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좌석 배치를 조정해 항공권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여기에 기내 프러포즈와 생일파티 등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운항 초기 기내 비키니쇼를 개최하면서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응우옌 티 푸옹 타오 회장은 2016년 베트남 최초로 여성 억만장자에 등극했다. 타오 회장의 ‘포브스’ 추정 재산은 23억달러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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