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호 UC 헤이스팅스, 코리아타임스 기자(국방부·통일부 출입), LG전자 해외법무팀 변호사 사진 이용성 차장
유동호
UC 헤이스팅스, 코리아타임스 기자(국방부·통일부 출입), LG전자 해외법무팀 변호사 / 사진 이용성 차장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790달러였다. 1986년 개혁·개방 이전과 비교하면 12배 넘게 증가했지만, 우리나라(3만2770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소득 수준을 근거로 베트남 시장을 만만하게 봤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법무법인 지평의 유동호(선임 외국 변호사) 하노이 사무소장은 “베트남이 법적인 면에서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갖추면서 투명해지고 있다”며 “법체계가 허술하고 모든 게 인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지평은 베트남 시장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국내 로펌 중 하나다. 2007년 호찌민 현지 법인, 2009년에는 하노이 사무소를 설립했다. 태평양과 광장, 화우 등 국내 경쟁 로펌들이 2015년 이후에야 속속 진출하기 시작한 걸 생각하면 선견지명이 돋보인다. 지평의 하노이 사무소가 자문을 맡고 있는 현지 국내 기업은 삼성SDS, 삼성전기,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우건설, 현대모비스 등 약 40개에 달한다.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와 LG전자 해외법무팀 출신의 유동호 변호사는 2013년부터 하노이 사무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호찌민 사무소장인 정정태 변호사(베트남법인장)와 함께 효성화학이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 인근에 착공한 폴리프로필렌 공장 건설 프로젝트와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 준공 등 굵직한 프로젝트의 자문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베트남 유수 기업들과도 해외 투자 자문 등으로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유 변호사를 하노이 시내의 지평 사무소에서 인터뷰했다.


베트남 법 제도의 특징은 무엇인가.
“프랑스 식민지 시절(당시 하노이는 라오스와 캄보디아, 베트남을 아우른 인도차이나의 수도였다)에는 프랑스법의 지배를 받았고, 1960년대 이후부터 구소련 연방이 붕괴된 1991년까지는 구소련 법체계의 영향이 컸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일본과 유엔개발계획(UNDP), 우리나라 등으로부터 법제 정비 관련 지원을 받았다. 선진 법 제도를 선입견 없이 잘 선별해 쓰고 있다.”

베트남 투자 관련 주목할 만한 동향은.
“베트남 정부가 첨단기술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예전과 달리 산업을 가려 받는다는 이야기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자본이 축적된 데다 기술적으로도 압축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첨단기술 기업 유치를 위해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공장의 화락 첨단기술 단지 입주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변호사들이 고객사 엔지니어들과 5~6개월 동안 밤을 새워가며 이뤄낸 쾌거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준공식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2017년 12월 중국 장쑤성의 한화큐셀 공장을 찾은 뒤 1년 만의 해외 출장이었다.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조해온 김 회장이 이례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방문한 것을 놓고 재계에선 “태양광과 화학에 이어 항공기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내 기업이나 투자자 자문을 맡으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현지 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법제도를 등한시한 채 ‘관계’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아직 적지 않다. 한국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키우던 시절의 습관이 몸에 배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베트남 투자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계약이나 법조문부터 들여다본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다. 현지 노동법이 베트남 국민에 관대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근로계약 해지가 쉽지 않다. 조직의 분위기를 훼손했다거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등 막연한 근거로는 법적인 구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알아두면 도움 될 만한 노동법 규정은.
“베트남 노동법은 월 30시간, 연간 20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금지하고 있다. 공휴일과 명절, 유급휴가일 야간 초과 근무 시 단위 임금의 400% 수준의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때에 따라 현지 직원들이 수당을 위해 초과근무를 자청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고용주는 초과근무 규정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기간제 계약 2회 종료 후 세 번째 갱신하면 정규직 계약이 된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한국에서처럼 속전속결로 해결하려다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이 베트남 기업과 한두 차례 실무진 미팅 후 한국의 대표가 직접 현지에 와서 베트남 기업 수뇌부와 협상을 요구했다고 가정해 보자. 임기 중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에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의전상의 이유로 미팅을 요청하였을 수도 있겠지만 절차를 중시하는 상대에게는 큰 결례가 될 수도 있다. 그걸 사업에 대한 열의나 진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베트남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베트남 법률 시장 현황과 전망은.
“2013년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법대 인기가 매우 높아졌다. 한국 법무부의 해외 파견 인턴 선발에서 베트남 지원자가 최근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도 베트남 법률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 지평을 시작으로 어느새 국내 10대 로펌 대부분이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시장의 파이도 커졌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베트남 법률 시장에서 국내 로펌이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베트남 로펌들도 한국 기업 관련 계약 수주를 위해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는 베트남과 현지 진출 외국 기업 비중을 늘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로펌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숙제다.”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에 대해 느낀 점은.
“인재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다. 세계 각국 인재를 뽑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베트남의 소득 수준에 비춰 파격적인 조건으로 다양한 국가의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자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있다. 10년 전 중국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하노이는 6년 전 처음 왔을 때와 어떻게 달라졌나.
“당시 하노이 한인 인구가 1만5000명이었다. 한국 식당에 가면 아는 사람을 늘 볼 수 있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7만 명으로 미국 시카고의 한인 인구(약 5만 명)보다 많다. 기자 후배이자 변호사인 아내(한은정, 세계 최대 로펌인 ‘베이커 맥킨지’ 하노이 사무소 근무)도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하여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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