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마북연구단지에는 수소차 관련 R&D를 전담하는 현대기아자동차환경기술연구소(마북환경기술연구소) 외에도 현대모비스기술연구소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연구소가 집결돼 있다. 사진 현대차
경기도 용인시 마북연구단지에는 수소차 관련 R&D를 전담하는 현대기아자동차환경기술연구소(마북환경기술연구소) 외에도 현대모비스기술연구소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연구소가 집결돼 있다. 사진 현대차

3월 6일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환경기술연구소를 찾았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관련 연구·개발(R&D)은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현대차는 600억원을 투자해 2006년 마북연구단지를 조성하고 남양기술연구소(제1연구소)에서 근무하던 40여 명의 수소차 관련 R&D 인력을 이동시켰다. 그 후 꾸준한 투자 끝에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차 1세대인 ‘투싼ix’를 선보였다. 더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2세대 수소차 ‘넥쏘(2018년)’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R&D 투자에 지속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1998년 40여 명 수준이던 연구 인력은 현재 250여 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수소차 관련 시설과 인력이 늘면서 현대차는 지난 2월 중순 연구소 2동을 준공했다. 연구소 확장과 함께 최근 대대적으로 R&D 인력 확충에 나선 상황이다.

연구소 외관은 고즈넉한 주변 풍경처럼 고요하고 차분했지만 내부는 바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로 붐볐다. 종이를 들고 급히 이동하는 사람들과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업무에 집중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연구소는 수소차 관련 각종 부품, 환경 친화 자동차용 전기 동력 시스템 등의 개발이 이뤄지는 연구·개발실, 개발된 부품들을 최종적으로 검토·평가하는 분석실, 수소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연구를 위한 환경·내구·성능실험실과 스택평가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하 1층은 개발한 부품을 차량에 장착해 성능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분석하는 공간이다.

지난해 선보인 넥쏘는 이곳에서 끊임없는 안전성 실험을 거쳤다. 국내 안전법에 따르면 수소차에 들어가는 수소탱크는 충·방전을 통한 안전성 실험에서 4000회 이상 통과하면 1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넥쏘는 수소탱크 안전성 실험을 4만5000회가량 통과했고 충돌·낙하 충격, 화염, 총탄, 극한 온도 테스트 등 자체적인 안전 실험 200여 개에서도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수소차가 위험할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보다 강화된 안전 기준을 적용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공개된 현대차의 수소탱크 안전 테스트 영상을 보면 수소를 사용 압력까지 채운 상태에서 탱크 바닥면 기준으로 590도 이상의 화염을 가했을 때 2~3분 이내 열감응식 안전밸브(TPRD)가 작동되면서 수소가 강제 배기됐다.

전순일 현대차 연료전지설계팀장은 “수소차의 안전성에 대한 오해는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덕분에 국제 안전성 인증 기준(GTR)을 통과했고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 FCEV 중 최고 등급(별 다섯 개)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구소 1동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소차 전시모형이었다. 수소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연료전지 시스템부터 투싼·넥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 수소차 기술의 진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1998년 수소차 연구를 시작한 현대차는 지난 20여 년간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막전극접합체(MEA·Membrane Electrode Assembly)와 금속분리판 기술을 독자 개발했고 영하 30도에서도 시동이 걸리도록 냉시동성을 개선했다. 연료전지 시스템 성능 효율화로 ‘넥쏘’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9㎞로 현재 양산하는 수소차 중 가장 길다. 투싼ix(400㎞)보다 약 40% 향상된 수준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는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보다 △주행거리(100㎞ 더 김) △SUV의 실용성(트렁크 용량 넥쏘 840ℓ, 미라이 425ℓ) △반자율주행 원격스마트주차 등 첨단 주행 보조 기능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

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데는 현대차가 개발한 ‘가변압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연료전지는 상압과 가압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각자 장단점이 분명하다. 상압은 효율이 높아 연비와 내구성이 뛰어나지만 고온과 고지에서 동력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가압은 효율적인 물 관리로 냉각 성능이 좋지만 효율이 낮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변압 시스템을 개발해 넥쏘에 적용했다. 상황에 따라 연료전지 시스템의 작동 압력이 조절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효율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렸다. 넥쏘의 내구성은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10년, 16만㎞다.

현대차는 연료전지 전용 부품 국산화율도 크게 높였다. 박정규 현대차 연료전지성능개발팀 파트장은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MEA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연료전지 전용 부품 국산화율을 99%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박 파트장은 이어 “2세대 수소차 투싼에서 넥쏘로 가면서 연료전지 부품이 소형화·고효율화·콤팩트화했다”며 “스택·탱크 등 수소차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 고비용을 차지하는 부품 기술을 최적화해 전체 수소차 비용을 줄이고 고성능화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마북환경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수소차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현대차
마북환경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수소차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협력업체, 연료전지 부품 회사로 전환

2월 27일 일본 도쿄국제전시장(빅사이트)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엑스포(Hydrogen & Fuel Cell Expo)에는 도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인 차이나에너지그룹 등이 참여해 업계를 넘나드는 수소와 연료전지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보여줬다.

이들 기업이 연료전지에 집중하는 것은 이 시스템을 자동차를 넘어 가정용 발전, 지게차,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량의 수소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공급 측면의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수소에너지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현대차도 이 수소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수소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 외에도 현대차가 ‘수소차’에 집중하는 이유가 또 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에서 수소차로 투자의 구심점을 옮기면서 인력·기술 등 회사의 핵심 자원을 고스란히 활용했다. 수소차의 경우 전기·전자공학 지식이 필요한 연료전지 부분을 제외하면 실제 차가 작동하는 원리는 전부 기계공학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핵심 인력인 기계공학과 출신이 수소차 시대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수소차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현대차의 15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와도 함께 생존할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외에 별다른 부품이 필요 없는 반면 수소차에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차에 부품을 납품했던 협력업체들이 수소차에 맞는 부품을 제작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다. 전 팀장은 “고용 유지 또는 창출을 위해 기존 가솔린·디젤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던 협력업체들이 연료전지 부품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기존에 관계를 구축해온 협력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효율은 높이면서 비용을 낮추는 부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기존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만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제품)’ 역할을 하지만 수소차는 기존 플레이어들의 생존수단과도 같은 것이다.

현대차는 부품 품질이나 기술력에 따라 협력업체에 등급을 매기고 높은 등급의 업체에 부품 성능 실험 도구, 장소, 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부품 경쟁력을 높이고 협력업체는 지속적으로 납품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방문객들이 연구소 1층에 전시된 수소차 ‘투싼ix’를 보면서 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현대차
방문객들이 연구소 1층에 전시된 수소차 ‘투싼ix’를 보면서 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현대차

연료전지 시스템 단독으로도 팔 것

‘수소경제 구축’을 선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충북 충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2공장 기공식에서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규모 수소차 생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 기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연료전지로 ‘시스템 사업’을 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넥쏘를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높여 만든 연료전지 시스템을 현대차 브랜드 차량에 적용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도 판매해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연료전지 시스템이 적용된 일본 자동차나 미국 자동차를 도로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전 팀장은 “연료전지 기술 경쟁력을 높이면 지게차(포크리프트), 기차, 트램,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는 수소차 성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연료전지 시스템 사업도 점차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계획 중인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우선 수소차 시장이 커져야 하는데 여기엔 장애물이 많다. 수소 생산·충전 인프라 등 공급 문제부터 보조금 없이는 사기 어려운 비싼 가격 등이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무리 현대차가 기술 개발을 해도 향후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대차는 정부 주도의 수소경제 추진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빠르게 충전소가 구축되고, 관련 업계의 기술 개발로 수소 생산 문제가 해결되면 수소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료전지 시스템에 최적의 설계를 적용해 성능을 높이고 부품 고효율화로 차의 전체 단가를 2025~2030년까지 현재의 50%로 낮추는 게 목표”라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인프라가 확충된다면 충분히 승부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8일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된 ‘하이넷’이 공식 출범하면서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하이넷은 수소전기차 보급 활성화의 핵심 조건인 수소충전소를 확대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자동차,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13개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관련 업계는 하이넷 출범을 통해 그동안 정부·지자체 주도로 시행돼 온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이 민간 주도로 한층 탄력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넷은 이달부터 국내 수소충전소 구축과 운영 사업에 나섰다. 2022년까지 전국에 100곳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도 활발히 할 계획이다. 지난 4일에는 글로벌 기업들과 상용 수소차의 대용량 고압 충전 표준 부품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컨소시엄 구성 업체는 현대차, 도요타, 산업용 가스 회사 에어리퀴드, 수소충전 설비 회사 넬, 수소 전기트럭 생산 업체 니콜라, 에너지·석유화학 그룹 쉘 등 총 6개사다. 이들은 앞으로 상용 수소차의 확산 가속화, 대용량 수소충전 기술 표준화를 위해 함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plus point

[Interview] 전순일 현대차 연료전지설계팀장
“전기차·수소차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세계 시장 공략할 것”

백예리 기자

전순일 현대차 연료전지설계팀장
전순일
현대차 연료전지설계팀장

“현대차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의 회장단을 맡고 있다. 세계가 현대차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연료전지 분야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을 묻는 말에 전순일 현대차 연료전지설계팀장은 이렇게 답했다. 수소위원회는 국제 사회에서 수소 연료가 널리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2017년 1월 출범한 협의체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수소에너지·수소차 등 수소연료 상용화를 추진하는 데 뜻을 모은 5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전 팀장은 “현대차가 연료전지 분야에서만큼은 일본 도요타와 함께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어떻게 연료전지 기술 경쟁력을 높였을까. 전 팀장에게 기술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물었다.


현대차의 연료전지 기술이 어떤 면에서 뛰어난가.
“가격, 내구, 연비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1998년부터 20여 년간의 투자로 많은 기술 발전을 이뤘다. ‘수소’의 가능성에 대한 오너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흐름이 어떻게 되든 간에 부침을 타지 않고 수소차 분야를 키워왔다. 지난해 선보인 넥쏘에 들어간 연료전지는 세계 최초로 양산된 수소차인 투싼ix(2013년)에 들어간 연료전지보다 훨씬 경량화·고효율화·콤팩트화됐다. 그간 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MEA도 국산화를 이뤘다. 연료전지 고성능화로 1회 충전 주행거리도 400㎞(투싼ix)에서 609㎞(넥쏘)로 늘어났다.”

연료전지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수소차의 생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연료전지 집합체인 ‘스택(Stack)’이다. 스택은 공기 중의 산소와 수소를 결합해 전기와 열을 발생시킨다. 스택 중에서도 원가 비중이 가장 큰 것이 MEA다. MEA의 전극에는 촉매로 고가의 백금(Pt)이 사용되지만 기술 발전으로 사용량이 점점 내연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또한 좀 더 가격이 낮은 금속으로 대체되고 있다. 연료전지 설계팀이 하는 일은 전기를 발생하는 스택·운전장치의 최적 설계를 통해 MEA의 내구 수명을 늘리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적화된 설계로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스택 생산비용을 낮추는 게 현대차에 주어진 숙제다. 또 수소차에 들어가는 고가 부품의 효율을 높이면서 비용을 낮춰 차의 전체 단가를 2025~2030년까지 현재의 50%로 낮추는 게 목표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도요타·혼다 등과 비교하면 어떤가.
“어떤 기술에선 도요타·혼다가 앞서고 어떤 기술에선 현대차가 앞서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현재까지는 주행거리, 첨단 주행 보조 기능 등에선 현대차가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차량 감속 시 구동모터를 발전시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iMEB)을 통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

현대차가 수소차에 집중함으로써 전기차 시장에선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을 포기하고 수소차만 키우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현대차는 중장기 친환경차 개발 계획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일 정도로 큰 비중으로 전기차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차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환경이 다른 국가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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