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권 MDPS 생산팀장, 포승공장장 / 이주권 공장장은 “충주공장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모비스
이주권
MDPS 생산팀장, 포승공장장 / 이주권 공장장은 “충주공장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모비스

3월 13일, 며칠 동안 ‘이젠 봄이다’라고 느낄 때와는 달리 갑작스러운 찬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땐 진눈깨비마저 날렸다. 1시간 30분가량 경부·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충주IC에서 나왔다. 국도로 10분쯤 더 달려 도착한 충주시 대소원면의 ‘충주 기업도시’엔 이제 막 지은 아파트와 단독주택들이 빼곡했다. 주거단지를 지나 고개 하나를 넘자 풍경이 일순에 달라졌다. 군데군데 빈터가 보였지만 한눈에 산업단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충주 친환경산업단지였다. 도로 옆엔 ‘수소차 산업 리더도시’ ‘충주공장에서 시작하는 현대 수소차 정말 감사합니다’ 같은 현수막도 보였다. 곧이어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으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보안검사가 철저히 이뤄졌다. 타고 간 차량은 통과할 수 없어서 외부 주차장에 주차 후 걸어 들어가야 했다. 진·출입이 허용된 차량은 원자재나 완제품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도 미리 받은 허가증을 보여야 통과할 수 있었다.

정문 보안요원들은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등록한 신원을 꼼꼼히 확인했고,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 검은 테이프를 부착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스마트폰에 특별한 앱을 깔아야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앱이다. 충주공장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도 공장 안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 하는 일에 따라 출입 여부가 달라진다. 생산 라인에 들어갈 땐 정맥인식기를 통과해야 하고, 공장 내부에서 다른 사무실을 오갈 때는 ID카드를 대야 한다.

충주공장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사업장으로 엄격한 보안이 요구된다. 지난해 연말 제2공장 기공식을 할 때도 공장 외부에 천막을 치고 행사를 진행했고, 당시 참석한 외부 인사들은 정해진 화장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충주공장은 수소차의 연료전지 스택(전기 발생 장치) 등 핵심 부품을 모듈화해 ‘파워트레인 연료전지 통합모듈(PFC)’을 생산한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에 장착되는 부품을 만드는 1공장, 연료전지 모듈과 배터리 시스템 등 8종의 수소차 핵심 부품 전용공장인 2공장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1공장 옆에 1만3000㎡(약 4000평) 규모의 2공장을 지었고, 지난 연말부터 2공장을 증설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장 건물 안에 들어서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공장 내부 온도는 일정하게 맞춰져 있는데, 연료전지 시스템을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온도라는 게 공장 측 설명이었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공장 각 부분의 온도와 습도가 표시돼 있었다. 공장 측에선 온·습도를 외부에 절대 공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접견실과 제품을 전시한 1층을 지나 2층 사무실에서 충주공장의 생산과 품질을 총괄하는 이주권 공장장(이사)을 만났다. 1991년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한 이 공장장이 당시 맡았던 업무는 완성차 갤로퍼의 동력전달 장치 설계였다. 1998년 이후로는 신규 프로젝트만 담당했다. 글로벌 부품 기업 보쉬와 공동으로 개발한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2014년 쏘나타에 장착된 MDPS(전동식 조향 장치)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15년부터 하이브리드 모터와 제어기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양산에 참여했다. 이주권 공장장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곳으론 충주공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지난해 1000대였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능력이 올해 7000대로 늘어나는데, 시장 수요에 따라 수만 대 규모로 확장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충주공장을 소개한다면.
“연료전지 스택, 수소·공기 공급 장치, 열관리 장치로 구성된 연료전지 시스템과 구동모터와 전력전자부품, 배터리 시스템을 결합한 수소연료전지모듈을 만든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을 만드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모듈은 현대차 울산공장에 공급된다.”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모듈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도요타나 혼다 등이 만드는 연료전지 시스템이 어느 정도 효율을 내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대차 넥쏘에 장착된 연료전지 시스템이 양산되고 있는 수소차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자신할 수 있다. 도요타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현대차 넥쏘보다 모듈화가 덜 돼 있고, 콤팩트하지도 않다.”

이 공장장이 현대차 넥쏘가 일본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보다 더 앞서 있다고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연구진, 엔지니어들과 함께 미라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생산된 수소차를 모두 타보고, 이를 샅샅이 분해해 봤기 때문이다. 특히 미라이의 경우, 연료전지 시스템과 각종 부품이 연결된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배선 길이도 일일이 쟀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이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이 미라이보다 20~30% 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종 부품의 성능이나 품질 수준은 비슷했지만 모듈화가 덜 돼 있고, 전력 제어 시스템이 스택에서 분리돼 있어 가격이 비싼 구조였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은 생산이 안정화했지만 초기엔 너무 고생이 많았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그리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든 엔지니어가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루하루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집요하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를 정도다. 예전에 해외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도 거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산화율은 99%에 달한다. 엔지니어들이 지금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그때 그렇게 고생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충주공장에선 매주 1회 수소연료전지 개발 회의가 열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연구진과 제품 설계 인력, 생산 담당자, 외부 전문가가 모여 머리를 맞댄다. 연구·설계 부문에서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기도 하고, 생산 부문에서 개선안을 내놓기도 한다. 주로 충주공장에서 열리지만 상황에 따라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연구소에서 열리기도 한다.

승용차보다는 트럭이나 버스 등을 수소차로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와 함께 수소연료전지로 운행할 수 있는 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험운행을 했고, 이미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은 완료됐다. 조만간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버스가 나올 것이다. 현재 개발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버스뿐만 아니라 트럭, 기차 등에 언제라도 장착할 수 있다. 가정이나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발전 시스템도 만들 수 있다.”

실제 충주공장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한 비상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5개를 병렬로 연결해 450㎾급 발전용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충주공장 전력 소요량의 7% 수준이다.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주요 부문에 전기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한여름 전력 피크 때 보조 전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공장 부지엔 수소저장소도 있다. 이곳 저장소에 있는 수소는 공장에서 부품을 테스트할 때 사용되는데 넥쏘 수십 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저장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소를 충전한다. 이 공장장은 “수소저장소와 공장은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며 “지금까지 누출된 적이 없지만, 누출될 경우 바로 경고음이 뜨면서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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