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가 일본 가나가와현의 한 수소충전소에 주차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가 일본 가나가와현의 한 수소충전소에 주차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1월 31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재생 가능 에너지 연구 센터’는 화석연료가 아닌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즉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에너지를 이용해 수소연료전지차(FCEV·이하 수소차)를 달리게 했다. 세계 수소경제를 선도하겠다는 일본 연구진의 현주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7년 4월 11일 열린 ‘제1회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관련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일본은 세계 최초로 ‘수소 사회’를 실현할 것”이라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수소 올림픽’으로 삼아 전 세계에 일본이 수소 사회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선언했다. 일본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소차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에너지 생태계가 구축된 중장기 수소 사회 청사진을 그리고,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일본은 2014년 6월 ‘수소 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어 ‘4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수소 사회 추진을 명문화했다. 로드맵에는 수소차, 가정용 연료전지, 수소 발전 도입 방안과 함께 수소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수소 공급망 추진 방안이 담겼다.

일본의 수소 사회 구상은 3단계로 나뉜다. 우선 1단계(현재)에서는 수소차와 가정용 등 수소연료전지(이하 연료전지) 상업화 기술의 활용을 확대한다. 이어 2단계(2020년대 후반)에서는 수소 발전을 본격 도입하는 등 대규모 수소 공급 시스템을 구축한다. 3단계(2040년)에서는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없는’ 수소 공급 시스템을 확립한다. 에너지 생성 과정에 화석연료가 필요한 현재와는 달리 진정한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수소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소경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부동산 시장에 형성된 거품이 무너지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겪었던 극심한 장기침체 기간)’을 회복할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연료전지를 꼽았다. 이어 2017년 4월 아베 총리의 수소 사회 도약 선언 후 ‘수소 기본 전략’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2017년 기준 200t 수준인 수소 사용량을 2020년 4000t, 2030년 30만t으로 늘릴 방침이다. 수소 가격은 2017년 기준 노멀입방미터(Nm3)당 100엔(약 1014원)에서 2030년 30엔(약 304원)까지 낮추고, 수소충전소도 현재 100개에서 2030년 9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같은 기간 수소차는 2000대에서 80만 대, 수소버스는 5대에서 1200대로 각각 늘릴 방침이다.

일본은 현재 수소차는 물론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에 매진하고 있다. 주택과 아파트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발전해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가정용 연료전지인 ‘에너팜(Ene-farm)’이 현재 약 25만 대 설치돼 있고, 2020년 140만 대, 2030년까지 530만 대를 달성할 계획(일본 전체 가정 중 10%)이다. 에너팜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생긴 전기와 열(뜨거운 물)을 이용한다. 전기는 가전제품에 쓰이고 열은 온수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수소충전소 보급도 활발하다. 일본은 2016년 간사이국제공항 내 수소충전소를 구축했으며, 2018년 오사카국제공항에 수소충전소 건설 착공을 밝힌 바 있다. 오사카국제공항 부지 내 수소충전소의 충전 압력은 82메가파스칼(㎫) 규모로 간사이국제공항 내 수소충전소와 동일한 시간당 6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

일본은 2020년대 후반부터 수소 발전을 도입하고, 향후 대규모 수소 공급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2018년 1월부터 일본 고베에서는 수소를 이용해 대량 발전을 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태양광 발전이 활발한 호주와 브루나이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는 수소 생산 거점 지역이 됐다. 후쿠시마 수소 생산 시설에선 2017년 기준 일본 전체 연간 수소 사용량의 4.5배인 900t을 만들 수 있다.

일본의 목표는 ‘수소 사회 2.0’이라고 부를 만한 새로운 수소 사회의 실현이다.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 이용 비용이 낮은 사회의 실현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효율 물분해, 인공 광합성 등 수소 생산을 위한 신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큰 그림 보고 함께 가는 일본 민관

일본의 수소경제 발전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큰 건 ‘민관이 함께 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가 수소 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수소 에너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존재 덕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도요타다.

도요타는 1992년부터 수소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6년 수소차 시험 모델을 선보였고, 2002년 12월 수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일본과 미국에서 한정 판매했다. 2014년 12월 본격적인 수소차 ‘미라이’를 출시했다. 도요타는 2020년 수소차 연 3만 대 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도쿄올림픽에 맞춰 신형 수소차도 선보일 계획이다. 혼다도 2016년 중형 세단 스타일 수소전기차 ‘클래리티’를 시판했다. 일본 기업들은 수소 인프라 확대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17년 12월에 도요타·닛산·혼다·JXTG·도쿄가스 등 11개 회사가 연합해 ‘수소충전소 일본 연합’을 만들었다.

일본 기업과 정부는 전체 수소경제의 큰 그림을 보고 움직이고 있다. 당장은 이 모든 지향점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보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 2025년 오사카엑스포에서도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회가 수소차, 수소경제와 연동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적어도 2025년까지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계획의 실현 가능성, 정밀성 그리고 목적성 등에서 일본은 한국에 앞서 있다. 민과 관이 협력하고 있으며, 전체 시장 확대를 위한 ‘실물’을 도요타와 혼다가 수소차를 통해 내세운 것이다.

한국 정부가 롤모델로 삼은 곳도 일본이다. 올해 1월 한국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에 앞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공무원이 일본을 수차례 방문해 현재 수소경제 스터디에 공을 들인 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방식은 다르다. 일본은 정부보다 업계·학계 중심으로 수소 에너지 개발 움직임이 먼저 나타났고 이어 정부가 보조를 맞추는 식으로 발전했다. 반면 한국은 수소차 인프라 기반 마련 없이 정부가 로드맵을 발표했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개발이 이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게차, 굴삭기, 드론, 가정용 발전기 등 다양한 수소연료전지의 활용처도 고민하는 등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는 점도 한국과는 다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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