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시된 GM의 ‘쉐보레 콜로라도 ZH2’ 모델. GM은 군용차 등 대형차 위주로 수소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GM
2016년 출시된 GM의 ‘쉐보레 콜로라도 ZH2’ 모델. GM은 군용차 등 대형차 위주로 수소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GM

“오늘 태어난 아이의 생애 첫 차가 수소연료전지차(FCEV)가 되게 하겠다”

2003년 1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국회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수소차의 미래를 약속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20년까지 수소차 상용화를 목표로 12억달러(약 1조3614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수소연료계획(hydrogen-fuel initiative)’을 발표했다.

16년이 흐른 2019년 현재 그 아이들이 한국 나이로 17세가 됐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운전대를 잡을 나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약속한 2020년도 훌쩍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 수소차 판매량은 2368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0.013%에 불과했다.

‘수소연료계획’은 중동 산유국에 얽매이지 않고 에너지 안보를 이루겠다는 부시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프로젝트다. 수소차는 경유차나 휘발유차와 달리 석유를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수소와 산소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내는 전기로 달리는 친환경차다.

하지만 수소차 대신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것은 전기차다. 지난해 전기차는 36만1307대가 팔렸는데, 수소차보다 150배 이상 많다. 2017년보다 판매량이 98%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수소차가 2% 성장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미국은 일찍이 수소차 상용화를 추진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친환경차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이지만, 수소차는 수소를 탱크에 저장했다가 차체 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술적 난제가 많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2009년 부시 전 대통령의 ‘수소연료계획’을 사실상 폐기했다. 당시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은 이 결정을 발표하며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아직 수십 년 뒤에나 유효하기 때문에 지금은 당장 필요한 에너지 절감 대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매년 1억6900만달러(약 1919억원)씩 투입되던 수소차 관련 예산을 6820만달러(약 774억원)로 대폭 감축했다.

이후 정부는 당장의 수소차 상용화보다 수소차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수소 액체화 기술을 비롯해 생산·저장 기술을 개발해 2025년까지 수소 유통가를 1㎏당 7달러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소 유통가는 1㎏당 13~16달러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수소차보다 전기차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GM은 1966년 수소차 모델의 효시인 ‘일렉트로밴(electrovan)’을 만들었지만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후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큰 전기차에 우선 투자했다. GM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2026년까지 전기차를 100만 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대신 업체들은 상용화 모델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해외 업체들과 얼라이언스(연합)를 맺고, 보수적으로 수소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포드는 2013년 ‘B클래스 F-셀’ 모델을 출시했던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르노닛산과 3각 체제를 구성하고 수소차 개발에 나섰다. 양산 목표 연도는 2017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막상 2017년이 되자, 라즈 나이르 당시 포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출시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당시 그는 “수소차 기술은 들쭉날쭉한 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매우 느린 것 같아 보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GM도 ‘클래리티’ 모델을 출시한 혼다와 수소차 기술 개발을 위한 얼라이언스를 맺었다. GM은 상용차 대신 특수 목적 차량에 주력해 수소차를 개발하고 있다. 수소 압축이 어렵다는 기술적 난제 때문에 우선 대형 차량에 집중한다. 군용 수소차 ‘쉐보레 콜로라도 ZH₂’ 모델이 대표적인 예다.


수소차 생태계 구축한 곳은 캘리포니아주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미국이지만 수소 생태계를 활발히 구축하고 있는 곳도 있다. 민주당 텃밭으로 환경 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캘리포니아주다. 2017년 전 세계 수소차 총판매량이 6365대인데 이 중 절반가량이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됐다. 미국 전역에 있는 40곳의 수소충전소 중 39곳이 이곳에 모여있다.

1999년 만들어진 ‘캘리포니아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의 역할이 컸다. 이 파트너십에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연방정부, 자동차 회사, 에너지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지원책이 수소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됐다.

CaFCP 소속 단체들은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수소충전소 건립 비용의 85%를 지급하는 ‘AB118’ 법안을 제정하고, 2023년까지 매년 약 24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다. 또 연방 빈곤 소득 수준 300% 이하 가정에 ‘캘리포니아 리베이트’라는 수소차 보조금을 7000달러(약 795만원)까지 지원한다. 친환경차 보조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수소차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혼다는 3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1만5000달러 상당의 연료 충전 비용을 제공한다. CaFCP는 2030년까지 1000개의 충전소를 건설하고, 1만대의 수소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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