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엘릭(Bill Elrick) 볼주립대(Ball State University) 도시계획과 석사, 인디애나대 정지학과 졸업, 토링턴 그룹 대표
빌 엘릭(Bill Elrick)
볼주립대(Ball State University) 도시계획과 석사, 인디애나대 정치학과 졸업, 토링턴 그룹 대표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양육 말고도 이 격언이 적용되는 또 다른 분야가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전폭 지지하고 있는 수소경제다. 수소경제를 키우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수소경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캘리포니아를 보면 이 말이 수긍된다. 캘리포니아는 1999년부터 ‘캘리포니아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을 주축으로 무려 20년 동안 수소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는 세계에서 수소경제를 가장 잘 구축한 모범 지역이 됐다.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절반이 캘리포니아에서 팔린다. 수소차 판매량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운반하는 시설도 잘 구축돼 있다. CaFCP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자동차 회사, 에너지 회사 등 이해 관계자와 협력해 인프라를 구축한다. 혼다와 현대차 등 자동차 회사부터 로열 더치 쉘 등 에너지 회사까지 40여 개 회사가 협력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미국 수소충전소의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에 몰려 있다.

빌 엘릭 CaFCP 대표는 11년 동안 CaFCP에 몸담으면서 협력사들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이코노미조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보급형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일”이라면서 “다양한 공적, 사적 이해 관계자들과 신뢰를 쌓는 데 수년에 걸친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CaFCP의 역할은 무엇인가.
“CaFCP는 수소 기술 관련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수소연료전지를 상용화하는 데 난관이 무엇인지 찾고 극복하는 민관 합동 단체다. 연구·개발(R&D)부터 시연, 현재의 초기 시장 단계까지 함께 일하면서 수소경제 시장을 구축하고 시장 형성에 도움되는 규제와 정책을 실현시켰다. 2012년에는 수소차 보급을 위해 자가용과 관련된 로드맵을 세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듬해 대중교통으로 수소버스를 확대하는 계획도 구축했고, 일부 실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지원 방안, 표준까지 모두 직접 만들었다. 최근에는 비용 절감과 자생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과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우리는 수소경제를 시장에 구현시킬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한다.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부(DOE)는 좀 더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국가 연구기관에서 수소연료전지와 인프라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 업무다. 그 결과물을 우리는 캘리포니아로 가져와 소비자의 필요(needs)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한다.”

캘리포니아가 수소경제 구축에 나서는 이유는.
“캘리포니아는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국가적 기준이나 지침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경우도 많았다. 수소와 수소차는 오래 전부터 ZEV(제로 배출가스 차량·zero emission vehicle) 규제와 같은 캘리포니아의 환경 정책들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목표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있었고, 세계 5위 경제권으로서 많은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캘리포니아는 ‘능력’과 ‘책임감’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데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소경제 구축 과정이 어땠나.
“수소차를 많이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산업용이 아닌) 보급형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일이다. 초반에는 이해 관계자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것, 수소 분자나 기계와 관련된 광대한 산업 지식을 유통 시장에 반영하는 것까지 어려운 것 투성이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양한 공적, 사적 이해 관계자들 간 신뢰가 쌓이면서 초기 시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은 없었나.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수소충전소에서 수소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수소차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생산된 수소가 운송 시장에 1순위로 쓰인 전례가 없다. 수소가 필요한 다른 산업군에 양보해야 한다.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자체 생산하는 ‘수전해 충전소(electrolyzer stations)’ 이외의 곳들이 차량에 충분한 수소를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수십 년간 수소 생산 공장이 새로 생기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수소 제조 공장 3곳의 신축 계획이 발표됐다. 일부는 운송 시장에 우선적으로 수소를 공급한다. 수소경제로 진일보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수소차가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수소의 에너지 밀도 때문에 소형차는 불리할지 몰라도 대형차는 유리한 점이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는 소형차 시장도 공략한다.) 수소버스는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버스와 같은 대형 차량 중심으로 수소차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상용화하면 관련 환경 규제들을 충족시키기 수월하다. 현재는 수소트럭도 주목받고 있는 단계다. 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운송수단 시장이 확대되길 바란다.”

지난해 8월 국내 완성차 업체 현대는 북미 시장에 수소차 ‘넥쏘’를 선보였다. 현재 캘리포니아 시장 점유율 1위는 도요타의 ‘미라이’, 2위는 혼다의 ‘클래리티’다. 넥쏘는 아직까지 점유율 3위로 일본 브랜드의 뒤를 쫓고 있다.

‘넥쏘’에 대한 시장 반응은 어떤가.
“수소차 시장은 초기 단계로 매우 역동적이다. 아직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도요타 미라이가 1위 차종이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들도 선전이 기대된다. 가장 최신 모델인 넥쏘는 SUV다. 세단인 미라이와 클래리티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미국 소비자는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많은 SUV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SUV 모델 출시로 시장이 급변할 텐데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볼거리가 될 것 같다. 나도 이 환상적인 자동차 넥쏘를 타볼 기회가 있었는데, 친환경차를 찾는 많은 운전자의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CaFCP의 향후 목표는.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지역에도 전하고 싶다. 캘리포니아의 수소충전소 네트워크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공급망이 체계화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통찰력과 가치를 더해줄 협력자들을 더 만나는 것도 목표다.”

수소경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조언하자면.
“우리는 세 가지 핵심적인 성공 비결을 발견했다. 강력한 리더십, 성공을 위해 합의된 계획, 아낌없는 자원 투자다. 내가 이해하기로 한국 정부는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계와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모든 정당이나 집단이 지지할 만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필요 자원을 쏟아붓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큰 성공을 거두리라 믿는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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