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서울대 화학과 석사, 미국 코넬대 화학과 박사, 프린스턴대 화학과 연구원, 대한화학회장,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 / 사진 백예리 기자
이덕환
서울대 화학과 석사, 미국 코넬대 화학과 박사, 프린스턴대 화학과 연구원, 대한화학회장,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 / 사진 백예리 기자

“수소 기술은 친환경 기술이 아닙니다.”

3월 5일 서강대에서 만난 이덕환(65)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소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오염이 발생하는데 많은 사람이 수소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소차가 대중화하고 수소경제가 성공하려면 수소 생산·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는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화학 전문가다. 지난 20여 년간 탈원전 정책, MSG(인공조미료) 유해성 논란 등 전문가들도 말하기 꺼리는 주제에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큰 목소리를 내왔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밝히길 꺼리는 건 정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반응이 두렵기 때문”이라며 “입장이 분명하고 근거가 명확하다면 대중도 이를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수소경제 로드맵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사라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지와 소신, 전문성을 갖고 정책을 실행할 관료, 로드맵의 타당성을 검증해줄 학계 전문가들이 실종됐다. 여기에다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나갈 컨트롤타워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 상태다. 수소경제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를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닌 이유는.
“‘우주의 75%가 수소다. 이 풍부한 수소를 우리가 에너지원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주 전체로 보면 수소가 가장 많은 물질일지 몰라도 양으로 따지면 지구에서 철이나 산소 다음으로 10번째 정도 되는 물질이다. 양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이마저도 대부분 다른 물질과 결합해 있어 쪼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우주의 수소는 대부분 태양과 같은 항성(스스로 빛나는 별)에 존재해 우리가 가져와 쓸 수 없다. 우주의 75%가 수소라는 것은 지구에서 수소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다. 거의 가짜뉴스 수준의 거짓말이다. 지구상에서 수소는 대부분 탄소와 결합한 탄화수소(HC)나 산소와 결합한 물(H2O) 형태로 존재한다. 순수한 수소가스를 얻으려면 탄화수소나 물 분자를 쪼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온을 유지하려면 외부에서 열(에너지)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탄화수소를 연소시키는 것과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친환경에너지원처럼 보이는 ‘수소가스’를 얻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오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 분자를 쪼개 수소를 얻는 방법은 전기분해인데, 여기에도 많은 전력이 소비된다. 전기분해에 쓰는 전기가 화석연료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라면 이 또한 ‘친환경’ 개념에 위배된다. 수소차의 경우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 연료전지에서 다시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구조다. 에너지는 변환 과정을 거칠 때마다 손실이 발생하는데, 굳이 이런 과정을 거쳐 ‘친환경적’이지 않은 수소를 활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소는 부유한 사회나 국가에서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지금 남는 ‘부생수소’만으로도 50만 대의 수소차가 달릴 수 있다고 하는데.
“부생수소는 휘발유·경유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보조자원은 될 수 있어도 국가의 핵심 에너지 자원으로 쓰기엔 충분하지 않다. 또 부생수소는 암모니아(NH3)로 만들어 전량 비료 생산에 투입하도록 돼 있다. 이 부생수소를 빼내 수소차에 활용하게 되면 비료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 비료 생산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 식량 생산과 연결된다. 일부 자동차를 굴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용처다. 이미 활용 목적이 정해져 있는 부생수소를 가져올 게 아니라 어떻게 수소를 확보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수소를 직접 연소시키는 방법은 어떤가.
“물론 화석연료처럼 수소 자체를 연소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이 부분의 연구도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이 낮다. 결국 훨씬 복잡한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 수소를 이용해 다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소차는 사실 연료전지를 탑재한 전기차가 될 수밖에 없다. 수소경제의 성공에는 전기차의 효율에 버금가는 수소차가 꼭 필요하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수소 생산·공급 문제를 어떻게 풀까.
“수소에너지를 자동차에 활용하는 기술은 자동차 회사에 맡기고 수소 생산·안전에 관한 기술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수소에너지는 2차 에너지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기업이 수소에너지를 만들어 수익을 많이 올리려고 하면 그만큼 값이 비싸져 소비자가 사라진다. 그러니까 정부가 주도해 실비(수소에너지를 만드는 데 들어간 실제 비용)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수소경제의 전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리스트업해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수소를 무작정 포기하자는 건 아니다.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조금 더 느린 속도로 신중하게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보다 앞서 수소 사회 구축을 선언한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수소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처럼 수소차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일본은 역할 분담이 돼 있다. 수소차 개발은 도요타와 혼다에 맡겨놓고 정부가 그들이 하려는 것을 보조해주는 식이다. 도쿄 한가운데에 수소 공급 차량을 가져다 놓고 수소차를 충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를 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정부가 한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수소 공급 측면을 해결하고자 한다. 실제로 호주의 땅과 회사를 사서 태양광으로 수소를 만들어 운송이 용이한 암모니아로 만들어 수입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개발과 정부 차원(생산·공급 측면)의 지원이라는 역할 분담이 명확하고, 양쪽 노력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배울 점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지와 소신을 갖고 수소경제 로드맵을 끝까지 추진할 강력한 인물 그리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중화학 산업을 일으켰던 시대를 보자. 청와대에 소위 말해 ‘사령탑’이 있었다. 오원철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말 소신을 갖고 밀어붙인 것이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도 뚝심을 갖고 우리나라 철강 산업을 일으켰다. 5년 전 작고한 최순달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인공위성의 아버지’라 불린다. 덕분에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기상 위성도 만들고 관측 위성도 자체 제작하고 있다. 과거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전부 다 강력한 리더가 있었다. 이번 수소경제 로드맵도 정말 될 때까지 추진할 인물과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여기에 ‘전권(全權)’을 주고 밀어줘야 한다. 또한 민간 기업과 전문가 집단이 자생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정부가 냉철하게 판단하고 지원해야 한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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