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화 고려대 기계공학과 석사,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한화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백예리 기자
류연화
고려대 기계공학과 석사,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한화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백예리 기자

“값비싼 수소를 왜 굳이 집 앞 충전소까지 가져와 에너지 효율이 나쁜 ‘자동차’에 사용하나요?”

류연화 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차(FCEV·수소차)의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열은 모두 버려진다”며 “차라리 발전소에서 수소로 연료전지 발전을 하면 발생하는 전기와 폐열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수소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주목하는 것은 ‘수소차’다. 자동차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소와 산소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전기로 차가 운행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기와 열, 물이 발생하는데 이 중 열은 차량 운행에 불필요해 오히려 에너지를 들여 냉각시켜줘야 한다. 이는 류 연구원이 수소차의 전기 생산과정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보는 이유다.

류 연구원은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분야를 연구했다. 이후 산업 분석에 흥미를 갖고 2010년 증권사로 자리를 옮겨 애널리스트로 약 9년간 활동했다. 1월 18일에는 수소차의 기술적 한계점을 조목조목 분석한 60여 쪽의 보고서 ‘수소전기차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발간했다. 그를 만나 수소차의 한계점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 트럭. 사진 블룸버그
일본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 트럭. 사진 블룸버그

보고서를 낸 이유는.
“최근 정부와 현대차가 수소차와 수소경제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하지만 관심도에 비해 대중에 제대로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수소차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수소차를 내연기관차로 알고 있거나 수소 연료가 공기 중에서 쉽게 얻을 수 있거나 천연가스처럼 채굴하면 나오는 에너지원으로 알기도 한다. 수소차의 효율과 성능 문제, 수소 생산·운송·저장·충전과정에 얽힌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수소차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말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수소차 관련 기술이 발전해 첨단의 끝에 가더라도 결국엔 전기차와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비용을 들여 수소차를 양산했는데 시장이(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수소차 생산과 인프라 투자에 들인 돈을 하나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가장 뛰어넘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는 무엇인가.
“전기차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열효율’이다.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가 생성되는데 열에너지는 냉각수로 식히는 방식으로 없앤다. 고분자형 연료전지(PEMFC)가 내는 최대 효율은 83%인데 수소차의 열효율은 스택에서 발생되는 마찰저항과 열, 기타 연료전지 구동에 필수적인 장치들의 에너지 손실까지 감안하면 40%대까지 떨어진다. 전기차의 배터리 열효율(약 90%)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연료 주입 이후 차량 운행단계까지만을 비교하면 효율 차이는 최소 10% 내외로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기차가 우위에 있다. 게다가 연료탱크, 연료전지, 복잡한 열관리 장치 때문에 차량 중량도 전기차를 넘어서서 실주행 연비는 더욱 악화된다. 결국 같은 전기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전기차가 수소차보다 길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수소차 기술 개발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현대차가 엄청난 규모로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회사라면 괜찮다. 하지만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R&D 투자 비중이 낮은 회사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한때 두 자릿수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최근 2%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에 전기차와 수소차를 둘 다 키울 역량이 있는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모터, 배터리 등 현대차가 기존에 가진 기술이 수소차에서도 공유되는 게 많지만 수소 탱크, 연료전지 등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많은 혁신이 일어나야 하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때문에 역량과 자원을 두 곳으로 나눠 투트랙 전략을 취하기보다는 전기차 하나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수소차는 수소경제의 필요조건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수소경제에서 수소차가 메인이 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수소경제와 수소차의 비효율성은 어울리지 않는다. 수소경제는 에너지 생산·저장·이송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CO₂ 배출이 없어야 한다. 현재 수소 생산은 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에 의존하고 있지만 수소차 시장이 커지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해야만 한다. 궁극적인 수소경제가 성립하려면 이때 물 전기분해에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으로 얻은 것이어야 한다. 화석연료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한다면 지구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친환경차의 절대적인 대의명분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태양광·풍력 발전 비용이 싼 호주, 중동, 아프리카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압축·액화시켜 수입한 후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 저장시설과 물류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이다. 그런데 힘들게 수입해온 수소를 전기차에 비해 효율이 절반밖에 안 되는 수소차에 사용한다는 게 문제다.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꼭 수소차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수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힘들게 생산하거나 확보한 수소를 차까지 가져올 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발전에 활용하면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전기는 전력선을 통해 충전에 사용하고 발생한 열은 지역난방에 활용하면 버리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수소를 ‘탈것(vehicle)’에 도입하려면 승용차보다는 대형 트럭이나 기차 등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할 방열 면적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승용차 수준의 고성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이나 중국 등에서는 승용차보다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차가 보급되고 있다.”

백예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