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줄어들 때는 공급을 잘 관리해야 살아남는다. 팔리지도 않는데 물건만 찍어내면,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는 “물건이 안 팔릴 때는 절대 공장 돌리지 말고 (월급을 그대로 주더라도) 차라리 직원들에게 청소나 풀 뽑기를 시켜라”라고 말했다. 직원 놀리는 게 싫다고 안 팔리는 물건 찍어내 봐야, 전부 악성 재고로 남아 더 큰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일본 기업들은 수요가 보인다고 한꺼번에 대량생산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생산 유연성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즐긴다.

한국은 공급 관리의 위기다. 모든 게 급성장하던 시기에는 빠르게 공급을 늘리는 한국형 모델이 ‘이기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 시대, 많이 만들어도 소비자가 사주지 않는 시대에는 이런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공급을 확 늘렸다가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공급은 일단 한 번 늘리면, 잉여가 발생해도 쉽게 조정하기 어렵다. 이런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업이 숙박업이다. 호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3성급 이하 호텔의 공실률은 40~50% 수준이었다. 공장 가동률에 비유한다면, 유지 불가 판정이 나올 만큼 참담한 수준이다. 그런데 공급이 이 정도로 과잉이 된 배경에 갑작스럽게 신규 공급을 늘리려 한 정부 정책이 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공급 관리가 너무 성급하고 세심하지 못했다.

물론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숙박업소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한국 업계와 정부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수는 2004년부터 꾸준하게 증가했다. 2005년 600만 명을 넘어선 외국인 방문자가 2011년에는 979만 명으로, 10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었다. 6년 만에 62.6%가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특단의 ‘숙박시설 공급 늘리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2년부터 4년간 한시적으로 호텔 등 숙박시설 건립에 각종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별법을 시행했다. 2013년엔 중소형 호텔 신축·리모델링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조성해 중소형 호텔을 많이 짓도록 유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관광숙박업소가 보유한 객실 수는 2011년 말 11만5668실에서 작년까지 20만509실로 73%나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 관광 산업은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으며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우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관광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방한 외국인 수가 전년보다 6.8% 줄어들었다. 2016년 들어 ‘호텔 객실이 남아돌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문체부는 “현시점의 객실 증가율이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객실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박했다. 실제로 2016년 방한 외국인이 전년보다 30.3% 늘어나면서 문체부의 예상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과 외교 갈등이 불거져 한국 관광 산업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2017년 방한 외국인은 1333만 명으로, 전년 대비 22.7%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1535만 명으로 다시 15.1% 증가했다.

이렇게 요동치는 수요에 제대로 대응할 수는 없을까.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건물을 새로 짓지 않으면서도 객실을 늘릴 방안으로 ‘공유민박’을 꼽았다. 공유민박은 남는 방이나 주거용 부동산을 인터넷 중개 사이트에 등록해 수요자에게 단기로 이를 임대해주는 개념이다. 개인이 보유한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중개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이 ‘에어비앤비’다.


공유민박 제도화해 서비스 개선

일본은 공유민박을 양성화해 숙박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무턱대고 건설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기보다 조금 더 유연한 방식의 공급 증가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수는 2012~2017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방일 외국인은 3119만 명으로 방한 외국인 수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은 후 오랜 기간 새로운 숙박시설을 짓지 않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됐다.

일본 정부는 집주인들이 남는 주택을 민박으로 운영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민박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민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위생·소방·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를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하는 기존 숙박 관련 법인 여관업법이 아닌, 주택숙박사업법(신민박법)을 신설했다. 이 법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기존에는 관련 법이 없었으므로, 이전에 일본 에어비앤비에서 거래되던 민박들은 전부 불법이었다.

신민박법은 집주인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주택을 연간 180일 이하로 단기임대하는 것을 허용한다. 민박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집주인이 살지 않는 집을 민박으로 운영하려면 ‘주택숙박관리업자’에게 운영을 위탁해야 한다. 또 에어비앤비를 신민박법에 따라 ‘민박 중개업자’로 정부에 등록하게 했다. 그리고 집주인에게 등록번호를 의무 사항으로 요구했다.

이런 탓에 신민박법 시행 직후였던 지난해 6월, 일본 에어비앤비에서 등록번호가 없는 숙소를 삭제하면서 숙소의 80%가 사라졌다. 하지만 제도 정비 상황에서 벌어진 일시적 혼선일 뿐이었다. 요즘 일본에선 ‘집을 민박으로 운영하겠다’며 주택숙박관리업자를 찾는 집주인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서 공유민박은 공급 관리를 유연하게 만들어줄 대안으로 주목받지만, 국내에서는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비현실적 규제로 인해 불법 영업 중인 공유민박이 적지 않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1가구당 주거 전용면적 85㎡ 이하의 소형 부동산)의 단기 임대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전부 불법이다. 민박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건물이 주택이나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은 건축법상 업무용이기 때문에 민박으로 운영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주택·아파트 등을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하 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하고, 외국인 고객만 받아야 합법적인 민박이다. 그 외 한옥체험업과 도서 지역의 농어촌민박업 신고를 한 시설도 합법 민박이지만, 이 경우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도심 지역이 아니거나 숫자가 적다.

숙박 업계 관계자들은 도시민박업 신고를 하고 영업하는 민박 주인이 채 20%도 안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하기 위해 지켜야 할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반드시 집주인이 거주하는 집이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주택 연면적 230㎡(약 70평) 미만 △외국어 안내 서비스 가능 △소화기 1개 이상 구비 △객실마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 설치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도 일본에서와 달리 집주인들에게 ‘등록번호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에어비앤비에 별다른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민박법 개정에 따라 에어비앤비도 민박 중개업자 자격을 얻게 됐다. 중개업자로서 규제만 따르면, 일본에서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는 공유숙박 사이트 운영자에 불과하다. 일본과 달리 공유민박 참여자 모두가 합법적으로 일하고 서로 만족할 수 있게 하는 통합법이 없기 때문에, 에어비앤비가 한국 공유숙박 관리의 주체로 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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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숙박사업법(이하 신민박법) 개인이 보유한 주택을 단기 임대하는 것을 허가하는 법으로 2018년 6월 15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엔 숙박료를 받고 숙소를 제공하는 사람은 여관업법에 따라 영업허가를 반드시 얻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택과 빈방을 활용한 숙박의 경우 무허가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주변 거주민들로부터의 민원이나 숙박 안전에 관한 문제가 발생해 신민박법을 제정하게 됐다. 적용되는 지역은 일본 전국이며 영업 일수는 1년에 180일 이하로 제한된다. ‘민박업’이라는 새 산업 분류도 만들었다.

plus point

신민박법이 만들어낸 창업·신사업 기회

일본의 공유민박 문 앞에 붙어 있는 신고표. △민박 등록번호 △위탁 운영하는 주택숙박관리업자 △주택숙박사업자의 등록 번호 △주택숙박관리자의 전화번호 등이 표기돼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일본의 공유민박 문 앞에 붙어 있는 신고표. △민박 등록번호 △위탁 운영하는 주택숙박관리업자 △주택숙박사업자의 등록 번호 △주택숙박관리자의 전화번호 등이 표기돼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신민박법으로 달라진 일본 민박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신민박법은 기존 일본의 여관업법과 달리 집주인 또는 대리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집주인이 살지 않는 집을 민박으로 운영할 땐 전문 민박 관리 업체인 ‘주택숙박관리업자’에게 운영을 위탁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민박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본의 스타트업 ‘챕터8(chapter8)’은 민박에서 룸서비스(흔히 호텔에서 요금을 지불하면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수 있는 것)를 이용할 수 있는 ‘에어바이&체크(Air Buy&Check)’ 앱을 개발했다. 집주인은 민박 객실 내에 벽이나 냉장고에 QR코드를 붙여두면 된다. 투숙객은 유료로 제공하는 음료수나 과자를 사거나, 음식 배달을 시키고 싶을 때 스마트폰으로 이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할 수 있다. 집주인은 결제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대기업도 신민박법에서 사업 기회를 보고 진출하고 있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공유민박 중개업을 하기 위해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를 설립했다.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는 ‘배케이션 스테이(Vacation Stay)’라는 민박 중개 플랫폼을 운영한다. 배케이션 스테이에는 영업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지난 2월 말 기준 8000개의 민박이 등록됐다.

전자기기 제조사 파나소닉은 주택 관련 자회사 ‘파나소닉홈스’를 통해 도쿄와 오사카에 아파트 10채를 짓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 주택을 민박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아파트 안에는 파나소닉 가전을 배치해 광고 효과도 노린다. 민박 관리는 주택숙박관리업자에게 맡긴다.

plus point

일본 신민박법에서 참고할 교훈
일본 정부, 新민박법으로 세 마리 토끼 잡다

일본은 현재 숙박시설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참고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는 증가하게 돼 있다. 언젠가 일본처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때, 2010년대 초중반처럼 실패한 공급 관리 전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일본 정부는 신민박법을 통해 공급을 관리하면서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를 분석해 한국의 숙박 공급 관리 전략에 참고할 점을 살펴봤다.


1│참여자 모두가 수긍하는 규제 만들기

일본 정부는 공유민박을 합법화하는 대신,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소방·소음·위생 관련 엄격한 규정을 법에 담았다. 투숙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숙박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별다른 제재 없이 영업해 왔던 불법 민박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 ‘규제의 형평성’을 도모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불만도 잠재웠다. 그전까지 기존 사업자들은 “우리들은 엄격한 규제를 받는데 민박업자들은 규제도 받지 않고 맘대로 영업한다”면서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내 숙박업자들이 공유숙박에 갖는 가장 큰 불만도 ‘역차별’이다. 기존 업자들은 세금을 납부하고 공중위생법과 소방법을 지켜야 하는데, 공유민박은 이런 규제 없이 운영하므로 기존 숙박업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또 현재 한국의 많은 공유민박이 사실상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데, 발각될 위험이 크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 관계자는 “서울 마포·종로구가 아니면 사실상 불법 민박을 단속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사업계획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하기

일본은 새 법을 통해 공유민박 관련 통계를 모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신민박법에 ‘민박 사업자는 숙박 일수, 주거 현황 등을 2개월마다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하라’고 명시했다. 일본 관광청은 이렇게 모은 자료를 2개월마다 통계 보고서로 만들어 발표한다. 내용이 무척 자세하다. 지자체 별 숙박업소의 수, 숙박 일수, 국적별 숙박 고객의 비중, 고객 한 사람당 민박 이용 일수 등이 보고서에 담긴다. 이런 자세한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는 더 나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또 숙박 관련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도 경영 계획을 더 쉽게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다.

반면 국내는 공유민박은 말할 것도 없고, 호텔 업계 관련 통계 자료마저 부실하다. 관련 연구 보고서를 살펴봐도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박시설 수를 연구자가 일일이 세는 방식으로 관련 통계를 대체하는 식이다. 국내 공유민박 중개 플랫폼인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사업에 참고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통계 하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모텔과 호텔, 에어비앤비를 담당하는 관할 부처도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모텔은 보건복지부, 호텔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할 부처다.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 온라인 플랫폼은 명확한 관할 부처 없이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대응한다.


3│‘좋은 규제’로 바꿔 생태계 키우기

일본의 신민박법은 ‘개인이 보유한 집의 남는 방을 숙박시설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적으로는 ‘숙박객에게 집을 빌려줄 때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빌려줄 땐 집주인 대신 숙박객 요청에 응대할 수 있는 주택숙박관리업자를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둠으로써,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아도 민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민박 관리 통합법이 없을 뿐 아니라,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민박으로 활용할 방법이 사실상 막혀 있다.

일본에서 민박으로 운영되는 집 대부분은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남는 집’이다. 이 때문에 주택숙박관리업자에 대한 수요가 자연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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