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줄어들 때는 공급을 잘 관리해야 살아남는다. 팔리지도 않는데 물건만 찍어내면,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는 “물건이 안 팔릴 때는 절대 공장 돌리지 말고 (월급을 그대로 주더라도) 차라리 직원들에게 청소나 풀 뽑기를 시켜라”라고 말했다. 직원 놀리는 게 싫다고 안 팔리는 물건 찍어내 봐야, 전부 악성 재고로 남아 더 큰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일본 기업들은 수요가 보인다고 한꺼번에 대량생산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생산 유연성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즐긴다.
한국은 공급 관리의 위기다. 모든 게 급성장하던 시기에는 빠르게 공급을 늘리는 한국형 모델이 ‘이기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 시대, 많이 만들어도 소비자가 사주지 않는 시대에는 이런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공급을 확 늘렸다가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공급은 일단 한 번 늘리면, 잉여가 발생해도 쉽게 조정하기 어렵다. 이런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업이 숙박업이다. 호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3성급 이하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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