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일본 도쿄 긴자에서 개관하는 무지 호텔 전경. 사진 MUJI 홈페이지
4월 4일 일본 도쿄 긴자에서 개관하는 무지 호텔 전경. 사진 MUJI 홈페이지

4월 4일 일본 도쿄 긴자에 ‘무지 호텔(MUJI HOTEL GINJA)’이 개관한다. 이 호텔은 간소한 아름다움을 담은 제품을 생산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 ‘무인양품(MUJI)’의 제품들로 구성된다. 무지 호텔은 빌딩 6~10층에 입주해 79개의 객실을 운영한다. 이 빌딩에는 무인양품의 플래그십스토어와 레스토랑 ‘무지 디너(MUJI Diner)’ 외에도 디자인 문화를 전시하는 ‘아틀리에 무지 긴자(ATELIER MUJI GINZA)’도 입주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는 호텔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호텔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좁고 효율성만 강조한 비즈니스호텔 이미지가 강했다면 점차 경험과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 숙박업을 하지 않던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파트 리노베이션(개·보수) 전문기업인 ‘리비타(ReBITA)’는 도쿄에서 2005년에 설립됐다. 개인 소유의 아파트를 리노베이션한 후 재분양하는 사업으로 출발해 이듬해 아파트 한 동 전체를 리노베이션해 재분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3월 당시 일본에서는 생소했던 공유형 복합호텔 ‘더 셰어 호텔(The Share Hotel)’ 브랜드를 론칭하고 현재 홋카이도, 도쿄, 교토 등에서 6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상업용 건물을 이 기업의 전문분야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호텔로 바꾸는데, 기존 건물이 보유한 특색을 살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세운 호텔은 원래 은행건물을 호텔로 바꾼 것으로, 외관을 유지하고 내부에 은행 간판을 보존하는 등 방문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 내부 모습. 사진 쓰타야 홈페이지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 내부 모습. 사진 쓰타야 홈페이지

이 호텔의 특징은 지점마다 고유의 개방 공간이 있어 숙박객이 해당 지역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점이다. 또한 싱글, 트윈의 일반 룸뿐만 아니라 도미토리형 룸도 있어 비즈니스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에 익숙한 영미권 관광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어 화제가 되고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일본인 이용객도 증가하고 있다. 리비타는 호텔 사업 후 매출이 연평균 400% 성장했다. 2020년까지 총 10개의 호텔 운영을 목표로 할 정도로 빠르게 크고 있다.

서점으로 시작해 디브이디(DVD) 대여점으로, 또한 티 사이트(T SITE)라는 복합 북카페 등으로 진화하며 공간을 설계해 온 ‘쓰타야(TSUTAYA)’는 2017년 12월 북카페와 호텔의 경계를 허문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TSUTAYA BOOK APARTMENT)’를 도쿄 신주쿠에 오픈했다. 한 시간에 이용료 500엔(약 5100원)을 내고 그 안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 북카페 모습이지만, 캡슐 호텔 같은 개인룸과 샤워실을 갖추고 있다. 12시간 팩(5500엔·약 5만6000원)도 있어 하룻밤 머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양말을 벗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여성전용 공간도 마련돼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밤을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호텔도 낮에 잠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도 아닌, 내가 원하는 휴식을 원하는 시간만큼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처럼 타업종 기업이 ‘독특한 경험’을 내세운 숙박 형태를 제시하자, 기존 호텔도 체험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일본 도큐호텔은 절(寺)과 일체가 된 호텔을 올해 오사카에 열 계획이다.

오사카 중심부에 있는 절인 ‘미도회관’은 시설이 노후돼 2016년 1월 폐관했는데 이를 호텔 중심의 복합시설로 재건축하는 것이다. 새로 17층 건물을 세워 5~17층을 호텔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절과 관련한 종합안내소, 다목적 회의실 등이 들어선다.

일본 호텔의 형태가 이렇게 다양해지고 있는 건 무엇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위기에 몰린 일본 정부는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정주객 1명이 일반 방문객 7명의 효과를 가진다고 보고 외국인 유치에 힘을 기울여왔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있는 더 셰어호텔 야경. 은행을 개조한 것이다. 사진 더 셰어 호텔 홈페이지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있는 더 셰어호텔 야경. 은행을 개조한 것이다. 사진 더 셰어 호텔 홈페이지
왼쪽사진의 더 셰어호텔 내부. 여성용 도미토리룸. 사진 더 셰어 호텔 홈페이지
왼쪽사진의 더 셰어호텔 내부. 여성용 도미토리룸. 사진 더 셰어 호텔 홈페이지

면세 확대 노력 성과

저비용 항공사(LCC) 취항이 늘어나고 경험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해외여행의 장벽이 낮아진 데다 정부가 소비세 면세 확대 노력 등을 기울인 것이 빛을 봤다.

그러나 기존의 비즈니스호텔만으로는 이들의 니즈(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새로운 수요에 맞춰 형태를 다양화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신민박법(주택숙박사업법)이 도입되면서 공유숙박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추가되고 시장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공유숙박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람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본인 확인을 하면 열쇠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설을 만드는 ‘키카페(Keycafe)’나 민박을 직영 혹은 위탁 운영하는 ‘스퀴즈(SQUEEZE)’ 등이 그 예다.

2020년은 일본이 부흥의 상징으로 여겨온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해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외국인 방문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 목표는 올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8년 말 처음으로 단순노동이 가능한 체류자격도 신설해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관광객과 달리 장기간 투숙이 필요한 노동자의 등장은 일본의 숙박 형태를 더욱 다양화할 것이고 여기에 신민박법이 빛을 발하며 공유숙박을 정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숙박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도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경험하는 곳으로 변화해가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숙박시설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휴식을 설계해주고 현지 주민과의 만남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어떤 새로운 모습의 숙박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강민정 코트라 도쿄무역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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