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일대에 관광 호텔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 김소희 기자
서울 종로구 일대에 관광 호텔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 김소희 기자

“개업하자마자 손님이 줄어 엄청 고생했죠. 객실이 240개인데 15개만 예약된 날도 있었어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B호텔을 운영하는 송모(62)씨는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사드 사태를 이렇게 기억한다. 당시 80%를 웃돌던 객실 이용률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10%까지 떨어졌다. 개업 서너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2011년 송씨가 부지를 매입할 때만 해도 호텔은 선택지에 없었다. 안전하게 임대업으로 수익을 내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건설사에서 호텔을 추천했다.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보다 호텔 운영이 안정적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2016년 초 문을 열었는데 그해 하반기부터 중국인 발길이 끊어졌다. 수요는 바닥이었는데 경쟁 호텔은 계속 늘었다. 한반도 근해에 미국 항공모함이라도 뜬 날에는 한 달 치 예약분인 3000개가 한꺼번에 취소됐다. 그런 상황에서 손님 한 명이라도 더 잡으려면 객실 가격을 더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개업 초기 1박에 10만원이었던 객실 가격은 현재 5만5000원까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송씨는 결국 호텔을 접을 생각을 하고 있다. 호텔로 쓰던 건물을 역세권 청년 임대 주택으로 바꿔보겠다는 계획이다.

송씨처럼 무작정 호텔 업계에 뛰어들었다가 경영난을 겪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관광객 수요는 요동치는데 호텔 공급이 폭증한 것이 원인이다.

처음부터 호텔 업계가 포화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정부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4년 동안 인허가를 신청하는 호텔들의 용적률과 주차장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따라 호텔 건설 붐이 일었다. 특별법 시행 이전 711개에 불과하던 전국 호텔 수는 2018년 말 기준 1883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관광객 수는 순조롭게 증가하지 않았다. 2014년 16.6% 증가한 관광객 수는 이듬해 메르스 사태로 6.8% 감소했다. 2016년 30.3% 증가세로 반등했지만, 사드 사태 여파로 2017년 22.6% 줄어들었다. 2017년 관광객 수는 1333만5758명으로 2015년(1323만1651명)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 호텔 객실 이용률은 하락했다. 2008년 57.6%였던 객실 이용률은 관광객 수가 크게 늘면서 2011년 65.2%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호텔이 과잉 공급되면서 2017년에는 60.7%까지 내려 앉았다. 객실 이용률이 80%는 돼야 손익 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호텔들은 객실 가격을 내리면서 ‘버티기 경쟁’을 하고 있다. 2012년 전국 평균 객실 가격은 13만781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11만3785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객실당 수입은 8만4550원에서 6만9079원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호텔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인허가를 받은 호텔들이 계속 건립되고 있는데,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몇 십억원의 초기 자금을 쏟아부은 사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호텔 업계는 구조조정·용도변경 중

일각에서는 미래 수요를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호텔을 무분별하게 늘린 정부 정책이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은 사업 시작 단계부터 비용이 많이 든다.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하는 데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다. 사업 허가까지 평균 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업황이 좋지 않으면 완공 시점에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객실 공급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빈 객실은 다른 쪽으로 활용이 불가능하다. 호텔은 서비스업이다.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특히 24시간 접객 직원을 둬야 하고, 청소 직원도 객실 수에 맞춰 둬야 한다. 수요가 줄어도 비용을 절감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동안 호텔 업계는 구조조정 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승인된 호텔 사업계획 수는 157개로 전년보다 19% 줄었다. 버티지 못한 호텔들은 폐업을 선언하거나 용도를 변경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랜드마크였던 ‘홀리데이인 성북호텔’은 지난해 동덕여대 제2생활관으로 리모델링됐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호텔들도 용도변경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주변 용지에 건립 예정이던 관광호텔도 지상 19층 규모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지난 20일 주민 공청회를 열었다.


plus point

모자라거나 비는 객실 문제…공유숙박이 대안

공유숙박 중개 업체 에어비앤비 로고가 그려진 배너. 사진 블룸버그
공유숙박 중개 업체 에어비앤비 로고가 그려진 배너. 사진 블룸버그

숙박 공급 관리 대책으로 ‘공유숙박’이 주목받고 있다. 개인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의 빈방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공급을 늘리지 않고도 이미 있는 유휴 자본으로 임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호텔처럼 상시 직원을 고용할 필요도 없고,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호텔은 10년에 한 번 리모델링을 해야 하고, 교통 유발 분담금을 부담하는 등 규제가 많다.

현재 공유숙박과 관련한 법으로 읍·면·리 등 농어촌 지역은 ‘농어촌민박업’이, 도시 지역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있다. 농어촌민박업의 경우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경우 외국인만 받을 수 있다.

한국의 공유숙박 중개 플랫폼인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호텔 수를 늘려 객실을 대량 공급하는 방식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 “고정된 수요층이 보장되기 전까지는 공유숙박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이후에 호텔을 건립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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