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경 코넬대 경제학과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최현경
코넬대 경제학과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2017년 말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 인근 지역 숙박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올림픽 기간(2018년 2월 9~25일)에 숙박하려면, 모텔 수준이라도 하룻밤에 50만~100만원을 내야 했다. 올림픽 기간이 아닐 때보다 10배나 비쌌다. 공급 물량이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바가지요금이 속출한 것이다.

2017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에어비앤비와 ‘온라인 숙박 예약 서비스’ 부문 공식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주변 일대 민박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등, 숙박 공급을 일시적으로 늘려달라는 취지로 조직위원회가 도움을 청한 것이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이 지역에서는 개인이 민박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든지 하는 정책적인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 이 때문에 폭증한 수요를 감당할 만큼 공급은 늘어나지 않았다.

바가지요금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강릉시가 같은 해 12월 시행한 특단의 대책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바가지요금을 받는 숙박 시설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건축·보건·소방 관련 공무원을 총출동해 법령 위반이 없는지 조사했다. 민간 사업자의 가격에 제재를 가할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평소 하지 않던 검사에 돌입한 것이다. 공급 관리를 하다 실패하자 가격 억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문제는 결국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고 ‘평창은 숙박할 만한 곳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졌다. 정작 올림픽 기간이 되자, 일부 숙박시설은 경기장 바로 앞임에도 공실로 방치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1월 공유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공유민박 관련 규제를 확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평창올림픽 기간 숙박 공급의 실패를 통해서 본 공유민박 규제에 담겨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 3월 18일 ‘공유경제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정립 방안-숙박공유업’ 보고서를 작성한 최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나 공유민박 관련 규제를 제대로 세우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도, 평창 공무원들도 개최 1년 전부터 공급을 늘리려고 했다. 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공유민박에 대한 명확한 규정 자체가 없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시에 평창을 한시적으로 공유민박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시범특구로 지정했다면 어땠을까? 일시적으로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면서 관련 정책의 효과를 확인해볼 기회가 됐을 것이다. 에어비앤비도 운신의 폭이 넓어졌을 것이다. 더 많은 공유민박이 등록되지 않았을까? 또 올림픽이 끝나고 수요가 줄어들었을 때 집주인들이 공유민박을 어떻게 정리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책을 통해서 수요의 발생과 공급 간 격차를 해결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럼 공유민박 규제를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지역별로 상황에 맞게 유연한 공급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둬야 한다. 전국을 똑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면 공급 과잉인 시장에 추가 공급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이미 숙박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시장에까지 공유민박을 합법화해 줄 이유가 있을까. 정부에서는 큰 틀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형편에 맞게 조절할 여지를 둬야 한다.”

우리도 논의 중이지 않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올해 1월 공유민박 규제를 확립하겠다고 했으니 뭔가 바뀌지 않을까.
“그런데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규제라는 것의 본질을 생각해보라. 규제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지켰을 때, 결과적으로 모든 참여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규제를 제대로 세우면, 참여자들이 시장에서 떳떳하게 수익을 내며 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박 관련 통합 규제법이 없다. 관광진흥법, 농어촌정비법 등 여러 형태의 민박 관련 법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유민박들을 포괄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공유경제가 살길이라고 하면서도, 민박들이 규정을 지켜가며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는 사람에게 철저히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규제하에서는 적발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불법 민박 운영이 만연하고 있다. 공유민박으로 돈을 벌려는 집주인들은 결과적으로 ‘탈법 행위’를 저지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집에 남는 공간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도 ‘공유민박을 해볼까?’ 싶다가도 불법이라는 점이 꺼려져 선뜻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 숙박 사업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본인들은 법을 지키느라 비용을 쓰고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도 내는데, 민박은 불법 영업을 해도 그냥 두냐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다. 이렇게 규제가 없어 발생하는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실효성 있는 처벌 규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해외에서는 어떤 실효성 있는 처벌 규정을 두나.
“사람들이 ‘불법 영업을 해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인식을 갖게 할 만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에서는 민박 불법 임대로 적발되면 집주인은 최대 60만유로(약 7억원)까지 벌금을 낸다.”

해외의 공유민박 관련 규제들이 배울 만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신민박법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공급이 모자라고 한국은 공급 과잉 상태다. 이런 사례를 그대로 대입하는 건 무리 아닐까.
“공유민박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지금 당장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유숙박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사업자들과 공유민박 관련 업계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자’는 말보다는 ‘제대로 세우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평창올림픽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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