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화 과정을 거쳐 성공을 거둔 기업들. 사진 블룸버그
단순화 과정을 거쳐 성공을 거둔 기업들. 사진 블룸버그

컨설팅 회사 삼정KPMG는 2014년 미국·독일·영국·일본·싱가포르·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1400명을 대상으로 ‘복잡성(complexity) 증가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70%는 ‘복잡성 증가는 회사가 직면한 가장 큰 해결 과제’라고 답했다. 90%는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은 회사 성공 여부에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사회와 기술이 발전하고 속도전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복잡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복잡성이란 편리함과 효율성을 과도하게 추구해 결국에는 사용자조차 이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복잡성은 기업이 치열한 경쟁 속 고성장을 추구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관리의 범주를 넘어설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업종에 따라 매출 급감은 물론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경영 전문가들은 복잡성을 제대로 통제하는 기업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기업 경영 과정에서 복잡성을 줄이는 ‘심플 경영’을 통해 제품과 생산 과정을 단순화해 성공을 거둔 기업들도 많다. 리처드 코지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는 “단순화는 생산비 절감과 가격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 기업과 시장의 성장률을 높이게 한다”고 했다. 심플 경영을 통해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스웨덴의 잉바르 캄프라드가 설립한 가구 회사 ‘이케아(IKEA)’는 심플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1926생인 그는 1943년 당시 17세의 나이로 이케아를 설립했다. 그의 회사 창립 동기는 친구의 짧은 말 한마디였다. 어느날 그가 탁자를 차 안에 싣지 못해 쩔쩔매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다리를 떼어내”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납작한 상자에 부품을 넣어 파는 ‘플랫팩가구(조립식가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는 DIY(고객이 직접 조립) 가구 개발로 이어져 대성공을 거뒀다. 이 방안이 성공을 거둔 핵심 원인은 가구 가격의 절반이 운송비였기 때문이다.

그는 가구 부품을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한 다음 고객이 직접 조립하게 하는 방식으로 총비용을 절반 이상 줄였다. 물론 설계를 단순화하되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맵시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케아의 2017년 기준 연매출액은 290억유로(약 38조2000억원)다. 창립 후 연평균 성장률은 14%, 영업이익 성장률은 15%에 달한다.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470억달러(약 52조 9000억원)다.

캄프라드의 아이디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개업한 소파 제작 회사 ‘버로우’가 그 주인공이다. 버로우 창업자 스테판 쿨과 카비어 초프는 201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재학 시절 소파를 구입하면서 예상보다 너무 큰 돈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케아에서조차 소파는 배송에 많은 비용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던 것이다. 이후 그들은 소파쿠션을 압축하는 기술을 개발해 조립식 소파를 선보였다. 홈페이지에서 고객이 원하는 모양·크기·색상의 소파를 주문받은 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분해 후 각각의 부품을 박스에 담아 고객의 집으로 즉시 배송한다.

이 회사는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33만달러(약 3억8000만원)를 투자받아 설립된 후 지난해 벤처투자사 ‘Y콤비네이터’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아 120만달러(약 1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설립 1년 만에 300만달러(약 34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등 좋은 반응을 얻자 최근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했다.


‘모델 T’로 자동차 대중화한 포드

심플 경영의 역사는 길다. 단순화는 일개 회사의 성공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포드는 ‘모델 T’라는 표준모델 하나에만 생산을 집중해 자동차 대중 시장을 창출한 주인공이다. 1905∼06년 포드는 두 가지 모델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한 종은 1000달러짜리, 다른 한 종은 2000달러짜리였다. 포드는 2년간 총 1599대의 차를 팔았다.

이렇게 가다간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낀 포드는 두 모델의 기능을 단순화한 대신 가격을 대폭 끌어내렸다. 1907년 750달러짜리를 선보여 8423대를 팔았다. 이 성과에 한껏 고무된 포드가 1908년 야심 차게 내놓은 게 모델 T였다. 이 모델은 생산 과정에 컨베이어벨트 조립라인을 도입하고, 단일 모델·색상으로 통일하는 등 핵심 기능에만 집중했다. 모델 T의 가격은 1917년 360달러까지 떨어졌다. 20년간 판매된 이 차는 1920년 한 해 동안 125만 대란 기록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다. 누구나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패스트푸드 개념을 도입한 맥도날드도 심플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맥도날드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성공을 거뒀다. 맥도날드는 메뉴의 다양성을 포기하고 재료 공급과 음식 조리 및 서빙을 극도로 단순화했다. 맥도날드에는 당시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던 웨이트리스조차 없었다. 식사를 제공하는 전 과정을 단순화 및 자동화하고 고객으로 하여금 식사에 필요한 일의 일부를 떠맡도록 설득했다.

이렇게 만든 음식을 팔자 1인당 노동 비용이 일반 커피숍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초창기 한 매장의 매출액은 연간 40만달러를 상회했는데,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400만달러(약 45억원)에 달한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공급할 업자를 찾아내자 선순환 고리가 완성됐다. 햄버거값을 낮추자 수요가 증가했고, 식당의 구매력도 늘어 간접비가 최소화됐다. 이어 가격은 더 낮아지고 수익은 급증했다. 지금도 맥도날드 매장에서 9가지 메뉴를 만들기 위해 구매해야 할 물품은 총 40가지에 불과하다.

21세기 상품 단순화의 상징은 다름 아닌 ‘애플 방식’이다. 1977년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불과하던 애플의 기업 가치를 2017년 1조달러(약 1136조원)까지 끌어올린 원동력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단순화였다. 이는 현재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기의 버튼을 없애버린 것’이었다. 대신 소프트웨어 기능은 강화했다.

미국 구인·구직 서비스 회사 링크드인(LinkedIn)도 단순화를 통해 진보했다. 이 회사는 모든 고객에게 누군가가 ‘연결하기’를 원한다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수많은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고객이 불평을 쏟아냈다. 2015년 이 회사 임원들은 몇 가지 정책 변경을 통해 메일 발송을 40% 줄였다. 사이트 회원 업데이트 절차도 간소화했다. 이후 고객 불만은 절반으로 줄고,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가입 회원 수도 20% 늘었다.

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 플랫폼 우버도 단순화의 성공 사례다. 이동 서비스 업계에서 절대무기라 할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앱)에 업힌 우버는 세계 250개국에서 앱 하나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다. 우버는 핵심 기능이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 보니 다른 기업들이 너무 쉽게 기술을 모방한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우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5억달러(약 5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샌프란시스코의 기존 택시 시장이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기존 시장의 규모까지 키운 것이다.

이 밖에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쉽고 편리한 ‘원클릭 시스템’을 무기로 온라인 도서 판매 시장을 장악했다. 어떤 경쟁사의 것보다 쉽고 빠른 검색엔진을 선보여 세계 미디어 생태계를 완전히 바꾼 구글도 심플 경영 성공 사례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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