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보델(Lisa Bodell) 미시간대 경영학, 세계경제포럼(WEF) 자문위원, 미국 국가안보국(NSA) 자문위원
리사 보델(Lisa Bodell)
미시간대 경영학, 세계경제포럼(WEF) 자문위원, 미국 국가안보국(NSA) 자문위원

기술의 발전처럼 거창한 변화만이 복잡성을 키우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회의나 복잡한 보고체계도 복잡성을 키우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복잡성 문제 해결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 ‘퓨처싱크(Futurethink)’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사 보델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복잡한 일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뚜렷한 성과 없이 늘 바쁘기만 한 것도 복잡성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퓨처싱크의 고객사 중에는 구글과 시스코, 시티그룹, 노바티스, 피델리티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보델은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킬더컴퍼니’ ‘심플, 강력한 승리의 전략’ 등의 저서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뉴욕에 있는 보델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복잡성도 커지고 있다.
“기술은 복잡성을 만드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각종 규제가 복잡성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두려움이나 지배욕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은 불필요한 회의나 비효율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외형적인 성장도 복잡성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인수·합병(M&A)으로 조직이 커지거나 해외시장 진출 시 현지화 노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첨단기술의 경우에는 복잡성을 키우기도 하고 해결하기도 한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업무를 복잡하게 만들려고 기술을 개발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데 기술을 현실에 접목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주요 기업에서 각종 평가에 사용하는 분석툴(tool)의 종류만 해도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여섯 배나 증가했다. 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걸러내기도 벅찬 경우가 많다. 모바일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다양해진 것도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복잡성의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퓨처싱크에서는 최소화(minimal), 명료화(understandable), 패턴화(repeatable), 개방화(accessible)의 4단계 검증 시스템을 사용한다. 복잡성을 해결하려 할 때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야 한다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인데 말이다. 다음 단계인 ‘명료화’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조직 내 의사결정에 속도를 더해주는 과정이다. 어려운 전문용어나 약어를 쉬운 말로 대체하는 것 등이 여기 포함된다. 그다음으로는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복적인 패턴을 만드는 것도 복잡성을 없애는 것과 관련이 있나.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단순하다는 뜻도 된다. 매번 뭔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얼마나 성가시겠는가. 최선의 노하우나 최고의 비즈니스 관행을 반복해서 사용하기 쉽도록 패턴화하면 공유와 확산이 수월해진다. 여기까지 마치고 나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만 남았다. 마지막 단계인 ‘개방화’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없애는 것이다. 투명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여기에 포함된다.”

개방화의 구체적 예를 들어달라.
“(미국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가 판매 대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직판을 택한 것은 영업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개방화 사례로 볼 수 있다. IBM이 고객 참여형 혁신 경진대회인 ‘이노베이션 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은 접근성을 높인 경우다.”

IBM은 2000년대 초부터 ‘이노베이션 잼’ 프로그램을 통해 내·외부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노베이션 잼은 쉽게 말해 ‘거대한 온라인 브레인스토밍 과정’이다. 해마다 9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몇 가지 주제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게재하고, 이후 며칠 동안 쉬지 않고 토론한다. 이를 통해 연간 1000억달러(약 113조5000억원) 규모의 협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 상담도 도입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효력은 얼마나 지속될까.
“단순화는 과정이 아닌 ‘원칙(principle)’이다. 봄철에 밭에서 잡초를 한 번 뽑았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닌 것처럼 복잡성도 마찬가지다. 복잡성을 없애는 과정이 조직 안에서 습관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시간은 많이 들지만 가치는 별로 없는 업무 △중복되는 업무 △중요하지 않은 보고나 회의 △복잡한 승인 절차 등이 있는지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단순화는 문제 아닌가.
“예를 들어 100페이지 분량의 계약서를 단 1페이지로 요약할 수 있다면 멋진 일 아닌가? 그렇지만 빠진 내용을 말로 다시 설명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1페이지가 어렵다면 10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늘어나도 좋을 것이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담고 있다면, 100페이지보다는 당연히 10페이지 쪽이 낫다.”

복잡성을 줄이려면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할 것 같다.
“꼭 그렇지는 않다. 복잡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뭔가를 체계적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복잡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카풀(승차공유)을 예로 들어보자. 난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이웃이나 친구끼리 카풀을 운영하면 좋을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잘 안 된다. 체계적인 운영이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다. 순번을 정하고 단톡방을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카풀을 운영해 여러 아이를 차례로 집에 데려다주다 보면 내 아이들만 태우고 다닐 때보다 귀가 시간이 늦어진다. 체계를 만들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복잡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UI(사용자환경)와 UX(사용자경험)도 중요한 검토 대상인가.
“UI·UX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엇인가? 고객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해와 사용이 쉬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 자체가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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