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경희대 경영학(연금금융)박사과정 수료,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서울시 교육연수원 퇴직예정자 교육강사, 생보협회 은퇴전문강사
김태우
경희대 경영학(연금금융)박사과정 수료,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서울시 교육연수원 퇴직예정자 교육강사, 생보협회 은퇴전문강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로버트 머튼 교수는 “은퇴 시점에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전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는 노후 자금에 대한 인식을 월 생활비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는 “필요한 자금의 총액으로 목표금액을 정하는 것보다는 월 소득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두 경제 석학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죽을 때까지 필요한 돈을 한 번에 모을 방안을 생각하기보다는 매달 일정한 생활비를 손에 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김 부장(50)은 60세에 은퇴할 예정이다. 그는 은퇴 후 자신의 생존 기간은 30년, 월 최소 생활비는 200만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 부장이 지금부터 60세까지 준비해야 할 노후 대비 자금은 얼마일까.

단순히 계산하면 김 부장에게 필요한 노후 생활비는 총 7억2000만원(200만원×12개월×30년)이 된다. 적지 않은 규모의 자금이다. 그러면 김 부장은 7억2000만원을 지금부터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해야 할까.

아니면 이를 ‘월 단위’로 생각해, 월 200만원의 노후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까.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와닿는 것은 후자일 것이다.


1│지금까지 낸 연금 확인하라

매달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 상품은 연금이다. 자신의 연금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본인이 가입한 연금 종류와 예상연금액이 언제부터 얼마를 수령가능한지를 확인하자. 요즘 금융회사에서 연금 확인 서비스를 제공해주지만, 이것 때문에 일부러 지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서 ‘내연금조회’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공인인증서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 아이디 로그인을 해서 본인인증을 하면 3영업일 이후 연금계약정보와 예상연금액 및 연금 수령 시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연금조회에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립학교교직원연금 △주택연금 등의 연금을 조회할 수 있다. 본인이 수령하는 연금액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다면 ‘노후재무설계’란을 눌러보자. 여기에는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개인 및 부부 기준 최저·적정 노후생활비가 나온다. 이 금액과 내 연금 예상수령액을 비교해보면 나의 노후대비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본인의 연금 현황을 파악하고 난 후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목표 소득을 마련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부동산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연금소득에 한정해서 설명하겠다. 먼저 퇴직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에서 은퇴 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근로(사업)소득을 얻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재의 40·50세대가 아래로는 자녀, 위로는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더블케어(double care)’ 세대임을 감안한 것이다.


은퇴 후 월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 중 하나는 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은퇴 후 월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 중 하나는 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2│국민연금 200% 활용하기

급여에서 매월 공제되는 국민연금을 꼼꼼히 살펴보자. 최근 국민연금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월 200만원이 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월평균 수령액이 4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민연금은 도입 당시(1988년) 소득대체율 70%에서 시작했지만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2028년에는 40%까지 낮아지는 추세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은 연기연금 신청과 추후납부제도다. 연기연금 신청은 60세부터 시작되는 연금 수령 연령을 뒤로 늦출 수 있는 제도다.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희망하는 경우 1회에 한해 65세가 될 때까지 최대 5년 연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연기 신청할 수 있다. 연기비율은 50~100% 중 수급권자가 선택할 수 있다. 연금을 다시 받게 될 때는 연기를 신청한 금액에 대해 1년당 7.2%를 더 받을 수 있다.

본인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연기연금을 신청해야 한다. 60세 이후에 국민연금 수령자의 월평균소득금액이 ‘최근 3년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월소득액’을 넘으면 국민연금 지급이 정지되거나 연금액이 감액된다. 2019년 기준 전체 가입자의 평균월소득액은 235만6670원이다. 이를 넘는다면, 연기연금 신청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추후납부제도는 중간에 국민연금을 내지 않아 납부 기간이 10년이 채 되지 않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휴·폐업 또는 실직 등으로 인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던 가입자가 그동안 안 냈던 연금보험료를 나중에 한꺼번에 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납부해야 수령이 가능하다. 그동안 안 냈던 보험료를 내면 가입 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3│퇴직연금·개인연금 세제 혜택 챙겨라

연금소득과 관련해서 근로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퇴직연금이다. 2012년 7월부터 확정급여형(DB·회사에 운용 책임이 있는 형태)과 확정기여형(DC·개인에게 운용 책임이 있는 형태)에 가입한 근로자들은 퇴직 시 개인형퇴직연금(IRP·개인이 스스로 가입하는 형태) 계좌를 통해 퇴직금을 받도록 제도화돼 있다. 이유는 퇴직금을 연금으로 사용하게 만들기 위한 취지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IRP로 퇴직금을 수령하면 바로 해지하는데, 이를 그냥 두고 연금으로 수령해야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주택 구입비나 요양비로 이직 시에 퇴직금을 중도 인출하는데, 긴급한 이유가 없다면 가급적 이를 지양해야 한다. 퇴직금은 IRP로 이전되고 IRP에서 인출될 때까지는 퇴직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 퇴직소득세를 30% 감면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퇴직금만으로 노후대비를 하기엔 부족하다. 이때 관심을 가져볼 만한 것이 개인연금이다. 개인연금은 연금저축보험(신탁·펀드)과 (일반)연금보험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이 두 상품이 같은 것이라고 혼동하지만, 세제 혜택이 다르다. 연금저축보험은 ‘세제적격’ 상품으로, 보험료 납입 시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가입자의 총급여가 1억2000만원 이상(또는 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상)이면 연간 300만원, 1억2000만원 미만이면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또는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초과면 13.2%(지방소득세 포함), 해당 금액 이하면 16.5%를 적용받는다.

반면 연금보험은 ‘세제비적격’ 상품으로 절세혜택이 없다. 하지만 연금 수령 시점에 연금소득세(5.5~3.3%)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연금 수령 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연금저축보험 등은 중도해지하는 경우 이익이 줄어드니, 가능한 한 해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태우 한화생명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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