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우지수가 2만6000포인트를 넘어선 모습. 사진 블룸버그
미국 다우지수가 2만6000포인트를 넘어선 모습.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증권시장 폐장일이었던 12월 28일, 코스피지수는 전년 마지막 개장일보다 17.28% 하락했다. 2008년(-40.73%)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6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률이었지만, 코스피보다 선방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주식시장을 뒤흔든 소식에 국내 증시는 약한 모습을 보이며 2017년부터 쌓아 올린 상승분을 내줬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독감을 앓는’ 분위기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결제 대금은 역대 최고치인 321억765만달러(약 36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 미국 본토 주식의 비중이 지난해(126억2605만달러) 대비 74.91% 늘어난 220억8426만달러(약 25조1031억원)였다. 전체 해외 주식 결제 대금의 68.8%가 미국 주식이었다.

전문가들은 은퇴를 준비하는 40·50세대에게 미국 주식은 쓸 만한 투자처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미국 경제는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다. 주로 부동산이나 국내 주식에 한정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증시는 한국 증시에 비해 변동성이 덜하고, 기업들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이 높다.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은 대부분 한국 기업보다 주주환원책이 좋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배당주 위주로 짜면 매달 월급처럼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1│ ‘AT&T 할아버지’를 아시나요

미국에는 ‘AT&T 할아버지(AT&T Grandpa)’라는 용어가 있다. 증권가에서 미국 2위 통신사 AT&T 주식을 보유한 은퇴한 자산가들을 일컫는 말로, 이 회사의 배당금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AT&T가 올해 5월 지급하기로 한 배당금의 시가배당률(배당 기준일 주가 대비 배당금)은 6.4%였다. 배당금을 1년에 4번(2·5·8·11월) 지급한다. AT&T는 1984년부터 35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시가배당률을 올렸다.

미국 증시 상장사들은 AT&T처럼 분기마다 배당을 하고, 월 단위로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특히 통신·식음료·담배와 같은 경기방어주(경기가 좋고 나쁨에 영향을 덜 받는 산업군의 주식)들은 IT 산업처럼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주주 친화 정책으로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반면 한국 상장사들은 대부분 1년에 한 번 배당금을 주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꾸준하게 배당금을 주는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는 말보로와 아이코스 등을 판매하는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 케첩과 피클 등을 만드는 크래프트하인즈, 정유 회사 엑손모빌, 비아그라 등 의약품을 제조하는 화이자 등이다. 크래프트하인즈·엑손모빌·화이자는 3·6·9·12월에, 필립모리스는 1·4·7·10월에 배당한다. 이 회사들의 최근 시가배당률은 필립모리스 5.31%(11년 연속 인상), 크래프트하인즈 4.96%(5년 연속 인상), 엑손모빌 4.05%(36년 연속 인상), 화이자 3.36%(9년 연속 인상)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배당주의 또 다른 매력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그는 “은퇴를 앞둔 시점이라면, 사건에 따라 시도때도 없이 움직이는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꾸준히 이익을 내며 살아남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면서 “생필품을 팔아 매출을 내는 회사들이므로 개인 투자자가 성장세를 예측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2│글로벌 자산 배분, 미국 ETF로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ETF는 지수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낸다.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배당금도 챙길 수 있다. 또 ETF는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개인 투자자가 거래하기도 쉽다. 종류도 다양하다. 증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뿐 아니라, 업종별 지수를 따르는 ETF도 있다.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되므로 가격 움직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TF 거래 대금은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의 20%를 웃돌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증시가 휘청이면서 ETF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자산 배분 차원에서 미국 ETF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사실 ETF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1993년부터 ETF가 증시에서 거래됐다. 한국보다 역사가 긴 만큼, 종류도 한국보다 다양해 선택의 폭이 더 넓다. 배당·모멘텀·혁신성장 등 다양한 ‘콘셉트’의 ETF가 상장돼 있다. 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 해당 지수보다 변동 폭을 2~4배로 크게 만든 ‘레버리지 ETF’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3│신성장 산업 투자도 재미

미국은 한국보다 공유 경제 등 혁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상장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대장주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머리글자)이 될 수 있는 차세대 혁신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에 약간의 도전을 가미하고 싶다면,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군 사건은 미국 내 차량공유 2위 업체 ‘리프트(Lyft)’의 상장이었다. 3월 29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리프트는 상장 첫날 장중 시가 총액이 252억달러(약 28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가, 222억달러(약 25조3000억원)로 장을 마쳤다. 이는 공모가 대비 8.7% 상승한 수준이다. 국내 증시 4위 기업인 현대차의 같은 날 시총(약 25조50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아직 증시에 상장하지 않은 1위 차량공유 업체 우버(Uber)는 기업 가치가 1200억달러(약 170조5950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프트는 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을 매수한다”면서 “미국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증시에 상장할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한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기업에 투자하면 신성장 산업의 비전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라고 덧붙였다.


plus point

‘해외 주식 거래’ 신청…세금·환율 조심하라

미국 주식 거래를 위해서는 한국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따로 해외 주식 거래를 신청해야 한다. 기존에 계좌가 있다면 모바일 앱으로 신청할 수 있다. 한국 증권사를 이용해야 한다.

개설한 계좌에 투자금을 입금해야 하는데, 외환을 갖고 있다면 이를 직접 넣고, 아니면 증권사가 제공하는 환전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증권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전 수수료가 발생한다.

미국 증시는 시차가 있어 거래 시간이 다른데, 한국 시각 기준 오후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6시까지다. 서머타임 기간에는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로 1시간 앞당겨진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생활 리듬이 깨질 수 있으니, 원하는 호가로 예약 주문을 걸어놓고 잠들라”고 조언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세금이다. 우선 양도세가 붙는데,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주식 매매 차익에 부과된다. 양도세는 250만원 한도로 비과세이며, 이를 넘어서면 22%를 세금으로 떼간다. 다른 금융소득과 합쳐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배당소득세는 15.4%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수익·환손실도 따져봐야 한다.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주식을 사야 하므로, 환 변동에 자연스레 노출될 수밖에 없다. 투자 수익을 내도 원화 가치가 상승(달러화 약세)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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