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 고려대 언론학 박사, 아주대 에너지공학 박사,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위원, 에너지위원회 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조성경
고려대 언론학 박사, 아주대 에너지공학 박사,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위원, 에너지위원회 위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변화 꺼리고 탄력성 없는 한국전력공사, 조직 문화부터 확 달라져야 합니다.”

3월 12일 서울 연구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조성경(49)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아주대에서 에너지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에너지위원회, 녹색위원회,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조 교수는 “해외 에너지 기업들은 변신에 한창이다. 변신에 앞서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가 중요한데, 한전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서’가 있어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답이 나오는데, 한전은 자꾸 ‘과거와 다른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부와 한전의 ‘손발이 잘 안 맞는 관계’에서 찾았다. 정부 전력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중요한 일관성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한전으로서는 입장이 매우 애매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전 내부적으로도 신사업에 대한 도전정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전력 회사와 인재 교류를 강화해 해외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귀국 후 1~2년간 신사업을 개발하고 단기 성과에 대한 부담 없이 과감히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전은 어떤 조직인가.
“한전은 한마디로 ‘딱딱한’ 조직이다. 구조적으로 탄력적인 대응과 유연한 사고를 하기 어렵다. 한전 관계자들을 만나 아이디어가 좋은데 왜 실행을 안 하냐고 물으면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안 만들고 간섭만 많이 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한전도 주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어디까지 할 것이냐에 대한 숙고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신기술에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인 면이 있다. 명확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정부에 대항해 싸울 것은 싸우고 도움받을 것은 받고 하면서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부분에서 한전의 최고경영자(CEO)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짧은 CEO 임기 등 공기업의 한계가 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신사업)보다는 안정(수급)이 우선이라는 전력 업계의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말랑말랑한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맨날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한전 직원들이 ‘미래를 도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며, 그 의지가 조직 내부에서 공유돼야 한다. 이런 변화가 없으면 정부와 한전이 서로 핑계만 대다가 거대한 시장을 놓칠 것이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평가는.
“국가 백년대계인 전력 정책은 절대로 정치적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력 정책에서 만병통치 해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우선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환경 민감성이 매우 커졌다. 소비자의 기대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정책 입안자들의 권한과 책임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권력자가 문제없다고 판단하는 쪽이 아니라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쪽으로 전력 정책을 세워야 한다.”

정책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신사업은 둘 중 하나다. 기술이 먼저 개발돼 세상으로 나오는 경우와 정책적인 필요성에 의해 기술이 개발되는 경우다. 올해 부각되고 있는 수소경제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본다. 돈을 쓰기는 쓰는데,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력 분야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하려면 성과와 관계없이 10년간은 연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 그런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은 정부 정책 테마가 갑자기 바뀌어 국가 지원 연구비가 끊기는 상황이 빈번한 탓도 있다. 테마가 바뀌면, 한 사람이 이에 맞춰 다른 연구를 진행한다. 정책 연속성이 부족하다 보니 하나의 연구 분야를 깊이 있게 파는 전문가가 나오기 어렵다.”

벤치마킹 모델은 있는가.
“전력 산업에서 해외 성공 사례를 참조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한국이 해외 성공 모델 하나를 따라한다고 잘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히려 가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다만 정보와 전력이 다방면으로 흐르게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디지털 기술과 혁신·융합·연결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과 전력망을 연계한 ‘스마트그리드’를 잘하려면, 정말 뭐가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력은 느리고 보수적인 분야다. 과거에는 한 번 전문가가 되면 20~30년간 전문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력 산업이 과거와는 다른 변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력 있는 인재에게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해외도 나가게 하고 상상력을 더해 배울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귀국 후 1~2년 동안 실패해도 괜찮다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느 순간 확 보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멀리 보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전의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인가.
“한전 외부 전문가들은 ‘한전이 자신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공개하기를 꺼린다’고 불만을 품기도 한다. 한전 측은 ‘데이터라는 것이 어떤 사용 목적에 따라 축적되는 것인데, 정확한 사용 방향을 얘기하지 않고 그냥 공개하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데이터를 좀 더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안 문제를 들어 공개의 어려움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사이버 보안을 지키는 것과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건 다른 문제다.”

지금 한전이 적자다.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나.
“요금 조정은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 한전, 국회의원실, 전문가가 생각하는 적정 전기요금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현재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고 있는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데이터를 명확하게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한전은 외부 전문가와의 소통이 원활한가.
“한전과 정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전문가의 수는 많지 않다. 진입장벽 때문이다. 기존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일하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래될수록 깊이와 통찰력이 생긴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따른다. 새로운 기술 도입을 꺼리고 과거 하던 일에 안주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 인물들이 계속해서 한전과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문을 열어주는 것은 공무원의 몫이다.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일할 수 있는 틈을 열어줘야 한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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