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간담췌외과 교수, 대한외과교육연구회 회장,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의사국가시험 전문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교육평가위원장
김경식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간담췌외과 교수, 대한외과교육연구회 회장,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의사국가시험 전문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교육평가위원장

진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처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경험 많은 선배 의사에게 배우는 것이 의료계 도제교육의 취지다. 대학병원 의사는 인턴, 레지던트, 펠로, 조교수, 부교수의 과정을 거쳐 교수로 성장한다. 그 기간까지 교수를 따라다니면서 진료 과정을 배운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것들, 예외 사항들을 교수가 진료 과정에서 대면으로 반복해서 전수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뛰어난 의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교수와 학생이 도제교육의 본질보다 형식에만 너무 집중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명하복식 문화만 강조하다 보면, 도제교육이 본래의 취지인 자립적이고 능력 있는 전문인을 키우는 것보다 기존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에만 치우칠 수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을지라도 “보면 몰라? 공부 좀 해”라는 식으로 강하게만 전달하다 보면, 학생의 자립적인 사고 능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또 교수가 의사의 고된 일상의 본질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는 취지로 학생에게 힘든 일, 또는 겉보기에는 허드렛일 같은 일을 시키는 경우도 그렇다. 시킴을 당하는 학생으로서는 크게 배우는 것 없이 몸만 축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김경식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간담췌외과 교수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도제교육은 의료계에 꼭 필요하고 잘 활용하면 굉장히 좋은 제도지만, 좀 더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인지적 도제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즉 기존 체제의 외형을 따라하는 것보다는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등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도제교육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현재 대한외과교육연구회 회장,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교육평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연세의대 제6회 알렌의학교육상 베스트 티처 어워드(Best Teacher Award) 등 교육 부문에서 수상 경험이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올바른 도제교육이 필요한 경우다.
의료 현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올바른 도제교육이 필요한 경우다.

의료 현장에 도제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유럽은 1300년대부터 의과대학이 있었다. 당시 수업은 소그룹 과외 형식으로 이뤄졌다. 의학은 경험으로 체득하는 혜안이 필요한 학문이다. 환자를 대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찰스 엘리어트 하버드대 총장이 대학교육 과정으로 의과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의학 교과서로만 배우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임상 실습을 통해 결과물을 보고 배우는 모델을 채택했다. 논리적이고 체계화한 방식으로 가르칠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도제제도를 갖추게 됐던 것이다.”

의료계 도제교육에서 아쉬운 부분은.
“기본적인 의학 지식은 강의실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학습량과 학습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에 응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정보를 암기하는 데 그치는 경우는 더욱더 그럴 수 있다. 교수도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데 제약이 있다. 진료라는 중요한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학생에게 일일이 설명해줄 시간이 부족하다. 세대 간의 인식 차도 있다. 학생들은 교수들이 자신들에게 하나씩 차근차근 가르쳐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능동적으로 배우라’ ‘스스로 탐구하라’고 말한다. 이런 부분에서 괴리가 생기기도 한다.”

의료 현장에서 도제교육이 효과를 내려면.
“‘인지적 도제교육’이 필요하다. 교수가 ‘생각하는 방식’을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 생각하는 법은 책에 쓰여 있지 않다. 지식은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 나온다. 검색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차별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문제를 어떻게 인지해 나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이 교수에게 ‘이렇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을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조성됐으면 좋겠다. 학생과 교수 간의 정신적 교제가 중요하다. ‘선생님,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보면 몰라?’라고 답하지 말고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의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려는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 가.
“교수도 학생에게 뭘 가르쳐야 하는지, 즉 교수법을 더 면밀하게 공부해야 한다. ‘지금 가르치는 방식이 올바른지’ ‘숙련된 전공의를 키우는 일을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등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도제교육의 형식에 치중하지 말고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도 필요하다. 연세의대 외과에서는 4년 전부터 학생이 직접 작성한 스케줄에 따라 회진을 돌고, 회진 결과에 대해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후 담당 교수와 함께 회진을 돌면서 자신이 공부했던 부분을 말하고,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 국가별로 문화가 다 다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교수격인 책임 지도 전문의가 전권을 가지는 철저한 도제교육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미국은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프로그램 디렉터가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한다. 우리나라도 우리 문화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의 태도 변화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일본의 한 교수는 데이터와 조직, 피를 다 모아서 10년 뒤에 자신보다 똑똑한 제자에게 넘겨주라는 말도 했다. 그 제자는 교수로 인해 10년을 버는 셈이다. 이것이 롤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교수와 학생이 지녀야 할 태도는.
“과거에는 정보와 자료, 그리고 교육자가 한정돼 있었다. 그래서 고도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도제교육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지식정보 사회에서는 과거보다 정보와 자료 양도 많고, 동영상 등 전달 방법도 다양해졌다. 과거처럼 학생이 도제제도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도제제도의 폐단도 줄었다. 그렇지만 도제제도 하에서 교육자가 가졌던 사명감, 피교육자가 보였던 열정은 절대로 줄어들어서는 안된다. 지식의 양이 늘어난 만큼 선인에게 물려받은 도제교육의 정신적 가치도 유지되면 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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