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네 뵈얼레(Susanne Wohrle) 독일 튀빙겐대 경영학 석사, BMW 뮌헨 본사 근무, 한독상공회의소 부대표 겸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총괄이사
수잔네 뵈얼레(Susanne Wohrle)
독일 튀빙겐대 경영학 석사, BMW 뮌헨 본사 근무, 한독상공회의소 부대표 겸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총괄이사

마이스터(Meister)는 200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어 단어다. 영어 마스터, 이탈리아어 마에스트로, 한국어 장인과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다. 마이스터는 일정한 절차와 시험을 거쳐 얻어지는 ‘자격’인 반면, 후자의 개념들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낭만적으로’ 일컫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공통적으로 밟아야 하는 첫 절차가 바로 독일식 직업교육을 뜻하는 ‘아우스빌둥(Ausbildung)’이다. 이는 한독상공회의소가 2017년 국내 도입한 이원 직업교육 시스템의 이름이기도 하다. 수잔네 뵈얼레(Susanne Wöhrle) 한독상공회의소 부대표 겸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총괄이사는 “한국에서 시행되는 아우스빌둥 프로그램과 독일 현지 아우스빌둥은 98% 일치한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은 도제교육의 정석을 보여준다. 참여하는 트레이니(한독상공회의소에서 실습생을 부르는 용어)와 그들의 트레이너(실습교사를 부르는 용어)는 하나의 팀을 구성해 함께 성장한다. 트레이너는 트레이니를 이끌어주고, 트레이니는 트레이너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협동심과 상호신뢰가 싹튼다. 수잔네 뵈얼레 부대표는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는 100여 개 학교와 전국의 정비소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파악한다. BMW에서 25년간 근무한 그녀는 책임감과 애정이 남다르다. 한독상공회의소에서 처음 만난 뵈얼레 부대표는 이따금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참여한 트레이니와 트레이너들을 칭찬하며 눈을 반짝였다.


아우스빌둥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3년 과정의 독일식 직업교육이다. 전체 기간의 70%는 기업 현장에서 교육받으면서 일한다. 30%는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독일에는 300개 이상 직종에서 아우스빌둥을 시행하는데, 매년 150만 명의 트레이니가 참가한다. 2017년 처음 도입된 한국 아우스빌둥에 참여한 브랜드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그룹 코리아, 다임러트럭 코리아, 만트럭버스 코리아, 아우디폴크스바겐 코리아 등 총 5개 기업이고, 적용되는 직종은 우선 하나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아우토 메카트로니커(KFZ-Mechatroniker)’, 쉽게 말해 자동차 정비기술자다. 아우스빌둥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현장훈련 위주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교 이론교육은 보완적인 기능을 한다. 실무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타이어 교체 실습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트레이너의 역할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서 멈춘다. 구체적인 지시나 지적은 없다. 트레이니는 주어진 상황과 정보를 활용해 자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트레이너는 그 계획이 실제로 적용 가능한지 아닌지만 말해줄 뿐이다. 트레이니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 입각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변화에 맞춰 사고를 전환하는 법을 배운다. 내가 만나본 트레이니들은 전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청년들이었다. 그저 지시를 따르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트레이너는 어떤 사람들인가.
“평범한 정비기술자들이다. 트레이니들은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트레이너와 함께 보낸다. 트레이너는 커리큘럼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트레이니가 이해했는지 매일 점검하고, 주 단위로 무엇을 배웠는지 함께 확인한다. 이 과정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최종 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트레이너는 새로운 문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아니고, 가장 어린 사람도 아니고, 가장 높은 연차의 사람도 아니다. 이제 갓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을 천천히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트레이너로 선발된다. 그들의 나이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각 기업에서 선발된 예비 트레이너는 독일 아우스빌둥 전문가에게 2주 동안 100시간의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이 끝나고 트레이너 인증서를 받으면 서비스센터에서 직접 뽑은 1~4명의 트레이니와 한 팀을 이룬다. 또 인증을 받은 뒤 1년이 지나면 모든 트레이너는 2~3일간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기간에 트레이너들은 서로 각자의 성과와 어려움을 공유하고 다양한 해결방법을 논의한다.”


BMW 아우스빌둥 2기 킥오프.
BMW 아우스빌둥 2기 킥오프.
실습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니들.
실습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니들.

마스터트레이너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렇다. 마스터트레이너는 트레이너의 트레이너라고 할 수 있다. 트레이너 실기평가가 어떻게 현장훈련을 진행할 것인지 마스터트레이너 앞에서 15분 동안 시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독일에서 온 전문가들만이 한국인 트레이너를 양성했다. 그 역할을 하는 한국인 선생님을 마스터트레이너라고 부른다.”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인력이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최신 기술을 반영해 구성한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독일연방상공회의소(DIHK)가 주기적으로 커리큘럼을 점검하고, 산업체의 요구, 기술의 발전 그리고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서 수정한다. 이를테면 우리 트레이니들은 현 커리큘럼에 따라 전기자동차의 구조와 정비기술을 배운다. 전기차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커리큘럼도 수정된 것이다. 시장에서 꼭 필요한 첨단 기술이 나타나면 커리큘럼에 반드시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우스빌둥을 이수한 트레이니들이 즉각 자신의 자리를 찾고 현장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령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좋은 인력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텐데, 숙련된 인력을 양성해내는 이 같은 커리큘럼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커리큘럼이 더 발전하려면 다양한 협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 무엇보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방부와 협업이 필요하다. 아주 잘되고 있다. 3년간의 프로그램을 마치면 국내 협력 교육기관에서 전문학사 학위가 나오고, 군복무 중에는 배운 것을 잊지 않도록 모두가 정비 특기병으로 복무한다. 다달이 월급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이수 시 일자리도 보장된다. 1기 86명, 2기 118명을 선발했다. 3기는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내년 봄에 1기 트레이니들이 군복무를 마친다. 이처럼 아우스빌둥은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는 고등학교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 대졸자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싶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트레이니 얼굴에 생기와 호기심이 묻어나는 것을 보면 매우 즐겁다.”

정예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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