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왼쪽)과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카카오
네이버 라인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왼쪽)과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카카오

4월 22일 월요일 저녁 이태원역은 한산했다. 저녁 식사 시간임에도 식당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화장품‧옷 가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은 특색 있는 술집과 옷 가게가 가득한 서울의 주요 상권이지만 주요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이태원 버스 정류장에 내려 5분쯤 길을 걷다 보니 오른쪽으로 진한 갈색 건물이 보였다. 건물 외벽과 같은 색의 곰 조형물이 설치된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이 곰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이다. 지나오며 봤던 가게들과 달리 라인프렌즈 매장은 무척 북적였다. 라인프렌즈 스토어는 네이버 자회사 ‘라인프렌즈’가 운영한다.

6층짜리 건물에 1~2층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3층은 카페다. 연면적 1124㎡(340평) 규모다.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3.2m짜리 브라운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사진 촬영을 원하시는 분은 왼쪽으로 입장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직장인 김태민(26)씨는 “건물 벽에 있는 캐릭터 조형물이 귀여워서 들렀는데 20분째 매장 구경 중”이라면서 “찍은 사진은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에 있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2층으로 가니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작에 참여한 인기 캐릭터 ‘비티(BT)21’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BTS의 노래 ‘컨버스 하이’가 들렸다. 한쪽 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BTS가 캐릭터를 설명하는 영상이 나왔다. 히잡(이슬람교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두건)을 쓴 외국인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4월 23일 점심시간대에 찾은 카카오프렌즈 스토어 홍대점도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한국 사람이 더 많았다. 라인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 사용자가 많지만, 한국 내에서는 카카오 사용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카카오프렌즈 스토어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로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카카오프렌즈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100m 거리에 있다.

카카오프렌즈 스토어도 라인프렌즈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1, 2층에선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3층은 카페다. 카페에는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 모양 테이블 램프가 놓여있었다. 취업준비생 김지현(25)씨는 “여기 있다 보면 라이언 옆에서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매장은 연면적 1150㎡(350평)로, 라인프렌즈 스토어 이태원점과 규모가 비슷하다. 매장 운영은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IX’가 전담한다. 2018년 7월 브랜드 디자인 컨설팅 회사 JOH(제이오에이치)와 합병하면서 사명을 카카오프렌즈에서 카카오IX로 바꿨다.


4월 22일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이태원점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20대 직장인. 사진 이민아 기자
4월 22일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이태원점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20대 직장인. 사진 이민아 기자

라인·카카오 매장, 빵집에 영감 주다

라인프렌즈·카카오IX의 매장을 둘러본 것은 이곳이 오프라인 상권의 침체 속에서도 사람을 끌어모은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온라인 유통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요즘,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1조8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 채널인 수퍼마켓·잡화점(46조430억원), 대형마트(33조4541억원), 백화점(29조9852억원)의 판매액을 압도했다.

반면 라인프렌즈와 카카오IX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10대, 20대의 열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라인프렌즈·카카오IX가 매장 운영을 통해 얻은 것을 빵집 창업에 비유했다. 빵집을 새로 열려는 사람이 2019년 한국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세 가지 전략에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 매장의 성공이 보여 주는 각각의 팁을 덧붙여 봤다.


빵집 창업 1│온라인 대박 → 오프라인 매장
라인·카카오 1│온라인 캐릭터와 만나는 ‘즐거움의 공간’

어떤 창업자가 자신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빵을 온라인으로 팔아 인기를 누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물론 이미 구매해본 사람의 평가, SNS를 통한 정보 전파만으로 판매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만으로는 자신이 만든 빵의 모든 매력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러 가지 시식용 빵을 맛본 뒤 구매하고 싶거나,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빵이 진열된 모습을 보고 만족감을 얻고 싶은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기 전까지는 구매를 망설이는 ‘잠재 고객층’까지 사로잡지는 못한다. 이때 오프라인 매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잠재 고객층을 유효 소비자로 바꿀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매장의 의미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는 공간인 ‘쇼룸(showroom)’이다.

이는 라인프렌즈와 카카오IX가 2014년 처음 캐릭터 상품을 파는 매장을 만든 이유와 일치한다. 라인프렌즈와 카카오IX는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거대한 ‘미디어’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매장을 구성했다. 두 회사가 꾸민 매장은 매출 증진을 위해 상품을 빼곡히 채웠다는 느낌보다는 ‘캐릭터와 함께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많다는 느낌을 준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매장을 ‘도심 속 테마파크’라는 정체성을 목표로, 고객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매장은 매출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스마트폰 속에만 존재하는 캐릭터들을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메신저 이용자에게 선사하는 공간이다. 2016년 8월 8일 라인프렌즈는 이태원점에서 대표 캐릭터 브라운의 ‘생일 파티’ 명목으로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브라운 탈을 쓴 직원을 참석시켰다. 당시 행사를 주관했던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아이돌을 보는 양 브라운의 몸짓 하나하나에 함성을 질러 우리도 너무 놀랐다”고 전했다.


빵집 창업 2│오프라인 매장 입소문 → 온라인 판매 ↑
라인·카카오 2│오프라인 스토어 인기 → 온라인 매출 증대

온라인으로 빵을 팔다가 소비자의 오감 체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프라인 전시장을 낼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오프라인 빵집을 먼저 열어 맛집이라는 소문이 나면, 빵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쉬워질 수 있다. 매장에서 맛본 빵에 대해 한 번 좋은 인상을 갖게 되면, 이후에 매장을 찾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해 그 체험을 이어 가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공간은 경험이다’의 저자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킨다면, 소비자는 나중에 온라인에서 소비할 때도 그때 느꼈던 만족감을 기억하고 망설임 없이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IX는 매장에서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강조해 이곳을 다녀가는 메신저 이용자들이 이전보다 더 캐릭터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프렌즈 스토어 강남점에는 캐릭터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다. 본래 캐릭터들보다 조금 더 동그란 얼굴형에,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을 구현한 것이다. 매장 곳곳에는 사람 키보다 조금 큰 캐릭터 조형물을 배치했다. 카카오IX 관계자는 “우리처럼 캐릭터들도 어린 시절 사진이 있을 것이라는 발상으로 아이 같은 모습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온라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체험을 위해 만들었던 매장이 다시 온라인 메신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게 된다. 매장 방문자의 증가가 온라인 이모티콘 이용과 구입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은 한 달에 평균 22억 건씩 발송됐다. 처음 이모티콘이 나왔던 7년 전 발송량이 4억 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이모티콘의 종류가 다채로워졌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지만, 처음 메신저에서 시작한 제품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오프라인 매장이 메신저의 성장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빵집 창업 3│온라인 판매 안 해도 홍보는 온라인이 핵심
라인·카카오 3│매장에 모은 사람을 온라인 홍보대사로

빵집이 반드시 온라인 유통으로 성공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한다거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성공한 뒤 온라인 판매로 확대해야 하는 법은 없다. ‘나는 한 곳에서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작지만 안정적으로 장사를 이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작지만 안정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확보하려면 계속해서 손님이 빵집을 찾아줘야 한다.

이럴 때 라인프렌즈와 카카오IX가 구축한 매장의 자체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원래 이들 캐릭터 매장은 온라인 메신저의 캐릭터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캐릭터를 사용하고 구매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매장의 캐릭터는 메신저라는 주연을 보조하는 조연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런 관계가 바뀌고 있다. 매장에는 이 캐릭터들이 메신저 앱에서 시작됐다는 흔적이 없다. 캐릭터 상품 등을 구매하는 것뿐 아니라 카페 등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소비자들은 ‘오직 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 푹 빠진다.

그 효용은 라인프렌즈와 카카오IX가 2014년 첫 매장을 연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증명하고 있다. 라인프렌즈는 유동인구가 많은 국내 주요 상권 19곳, 카카오IX는 25곳에 매장을 냈다. 라인프렌즈는 2015년 네이버에서 자회사로 분사했는데, 당시 매출은 376억원이었다. 2016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 증가폭이 269%였다. 이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1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라인프렌즈와 같은 해인 2015년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IX(당시 회사 이름은 카카오프렌즈)의 매출은 103억원이었다. 2016년엔 전년 대비 매출 증가폭이 584%에 달했다. 카카오IX의 지난해 매출은 1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plus point

‘소비자의 시간 점유하라’…특명받은 기업들

김소희 기자

호텔 지하를 길거리처럼 꾸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소월로 322’ 식당. 사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호텔 지하를 길거리처럼 꾸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소월로 322’ 식당. 사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남산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지하 1층에는 실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작은 골목길이 마련돼 있다. 골목길 이름은 ‘소월로 322’. 표지판도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주소지인 ‘서울 용산구 소월로 322’를 본떴다.

골목길로 들어가면 일식, 철판요리, 양식, 꼬치구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네 곳이 자리 잡고 있다. 길목 한가운데는 크고 작은 꽃들로 장식돼 있다. 꽃잎이 만발한 길거리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꽃을 판매하는 꽃집이다. ‘송리단길’ ‘망리단길’처럼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공간을 재현한 것이다. 기존 200석 규모의 대형 일식당에서 길거리 콘셉트로 공간 인테리어를 바꾼 뒤 매출은 15%, 이용 고객은 12% 증가했다.


올리브영 제주탑동점 안에 있는 문화공간. 이곳에서 문화 강좌가 열린다. 사진 올리브영
올리브영 제주탑동점 안에 있는 문화공간. 이곳에서 문화 강좌가 열린다. 사진 올리브영

호텔들이 투숙객의 호텔 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외부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문화적 요소를 더해 고객이 오래 머무르도록 만드는 전략을 이용한다. 고객이 공간에 흥미를 느껴야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은 ‘크리에이터의 문화 공간’을 자칭한다. 대부분 호텔은 투숙객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폐쇄적인 분위기를 지향하지만, 이곳에는 베이커리 카페가 문 앞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방문하는 공간이다. 지하 1층 아라리오 갤러리에는 홍대입구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호텔뿐만 아니라 유통 매장들도 공간 콘셉트를 바꾸고 있다. 온라인 소비가 익숙해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도를 높이지 않으면 고객이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매장의 목표가 됐다. 매장 운영자들은 사람이 오랜 시간 체류하는 ‘핫 플레이스(인기 많은 공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벤치마킹한다.

2015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백화점의 경쟁자는 놀이공원과 야구장”이라고 했다. 이듬해 신세계그룹은 그의 야심작인 스타필드 하남을 선보였다.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키즈센터, 영화관 같은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고메스트리트, 잇토피아 등 맛집으로 구성한 F&B 시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유통 매장이 모여 있는 종합 놀이공간이다.

화장품 매장도 ‘문화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H&B(헬스앤드뷰티) 스토어 롭스 이태원점은 전체 매장 면적의 약 10%인 80㎡(24평) 규모의 ‘뷰티랩’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뷰티 강연을 한다. 일정이 없는 날에는 고객이 자유롭게 앉아서 쉴 수 있다.

올리브영은 2017년 제주도에 ‘복합 문화 매장’을 열었다. 제주탑동점은 화장품 쇼핑뿐 아니라 지역 아티스트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문화 강좌도 듣는 공간이다. 제주 지역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와 제주 로컬 잡지 ‘리얼 제주인’이 협업해 매장을 꾸몄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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