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브랜드의 개성을 담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스타일난다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3CE 시네마’(왼쪽)에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젝시믹스는 고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매장에 ‘포토 존’을 조성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성공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브랜드의 개성을 담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스타일난다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3CE 시네마’(왼쪽)에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젝시믹스는 고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매장에 ‘포토 존’을 조성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4번 출구 앞 쇼핑몰인 ‘AK& 홍대’. 연간 거래액 4500억원(2018년 기준) 규모의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 6월 이 건물 옥상 테라스에서 문을 연다. 무신사 회원은 400만 명, 취급 브랜드는 3500개에 달한다. ‘무신사룩(무신사에서 파는 옷들을 부르는 말)’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10·20대 사이에서 인기다.

매장의 공식 이름은 ‘무신사 테라스’다. 무신사 테라스는 건물 꼭대기 층인 17층 야외 옥상에 약 991㎡(300평) 규모로 만들어진다. 이곳은 무신사 온라인 홈페이지의 오프라인 버전이 될 예정이다. 무신사 온라인숍에 입점해 있는 스트리트 패션,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마다 제품 소개 공간이 마련된다. 무신사는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4월 23일 오전 찾아간 무신사 테라스는 공사가 한창이어서 안쪽을 둘러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 있어 개장과 동시에 홍대 상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를 것이 확실해 보였다.

무신사를 비롯한 토종 온라인 쇼핑몰 강자들이 앞다퉈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만으로는 브랜드의 모든 매력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유통 혁명 오프라인의 반격’의 저자인 더그 스티븐스는 “오프라인 매장은 사람들에게 일시적이고 조각 난 인상에 불과한 짧은 경험이 아닌, 깊고 넓은 그리고 잘 잊히지 않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온라인 쇼핑몰들의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고 이들의 전략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1│젊은층의 ‘핫 플레이스’를 잡아라

온라인 쇼핑몰들은 주로 서울 홍대 입구나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 온라인 쇼핑몰들의 중심 고객 연령층인 10~30대 유동 인구가 밀집한 장소를 골라야 브랜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가 첫 매장 위치로 주요 고객층인 10·20대가 자주 찾는 홍대입구역 근처를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권에는 무신사의 잠재 고객이 넘쳐난다. 홍대입구역 근처는 클럽, 술집 등 특색 있는 문화를 즐기려는 국내외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여성 의류 쇼핑몰 ‘임블리’의 오프라인 매장도 홍대입구역과 가까운 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인근에 있다.

딱 달라붙는 레깅스 등 요가 의류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젝시믹스’는 지난해 11월 첫 오프라인 매장을 가로수길에 냈다. 젝시믹스는 튀어나온 배가 보이지 않게 몸 선을 잡아주는 옷으로 입소문을 탄 브랜드다. 비슷한 품질의 요가 의류 브랜드들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첫 제품 출시 4년 만인 지난해에는 매출 400억원을 기록했다.

젝시믹스 매장에서 걸어서 약 2분 거리에는 ‘스타일난다’의 색조화장품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 ‘3CE 시네마’가 있다. 2015년 문을 열었다. 스타일난다는 지난해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에 6000억원에 인수돼 화제가 됐던 온라인 쇼핑몰이다.

3CE 시네마는 강렬한 핑크색과 검은색의 대비, 일본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네온사인 글씨, 핑크색 카트 등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인테리어 감성을 고스란히 매장에 담았다.

스타일난다는 2012년 일찌감치 롯데백화점 본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지만, 백화점이라는 공간 제약 탓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 특색 있게 꾸미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무신사 사무실. 사진 무신사
서울 강남구에 있는 무신사 사무실. 사진 무신사

2│브랜드 정체성 보여주는 ‘포토 존’

온라인 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에는 고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 즉 ‘포토 존(photo zone·사진 찍는 공간)’이 꼭 있다. 젝시믹스의 2층짜리 가로수길 매장에도 포토 존이 있다. 33㎡(10평) 규모의 작지 않은 공간을 포토 존에 할애했다.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하는 서울 주요 상권에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제품을 채워 넣어 매출을 올리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 매장은 방문객이 ‘놀 수 있는’ 공간 만들기에 집중했다.

젝시믹스가 공간을 단순히 예쁘게 꾸미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포토 존에 요가·필라테스 장비를 갖춰놓아 고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천장에 줄을 매달아 천을 영어 ‘유(U)’ 자로 늘어뜨린 ‘플라잉 요가(flying yoga)’ 장비가 눈에 띄었다. 색깔별로 3개나 매달려 있었다. 그 옆에는 필라테스할 때 쓰는 나무 받침대가 놓여 있었다. 마치 운동 교실을 재현해 놓은 것 같았다. 주요 고객층이 운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20·30대 여성임을 고려한 것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포토 존에서 제품과 함께 혹은 제품을 체험하며 찍은 사진은 그 자체로 최고의 홍보 수단”이라면서 “이런 사진이 SNS에서 전파되는 일이 반복되면 매장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자유로운 제품 체험 공간 확보

포토 존도 중요하지만, 이와 별도로 소비자가 온전히 ‘체험’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체험 공간에 충분히 만족한다면,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브랜드 평판 높이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유통업의 성패는 ‘소비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 전부”라면서 “체험형 매장은 고객 방문을 반기는 분위기를 연출해 소비자가 ‘대접받는다’고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3CE 시네마에서 지하 1층은 판매 중인 화장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규모는 약 36㎡(11평)로 작지 않다. 여기에는 연예인들이 화장받을 때 쓸 법한 큰 화장대와 거울 6개가 잇달아 배치돼 있다. 화장대 앞에는 편히 앉을 수 있는 푹신한 의자도 놓여 있다. 마치 ‘메이크업숍’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거울 테두리에는 밝은 조명이 둘려 있다. 소비자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화장품을 마음껏 발라 볼 수 있다.

매장 직원들은 되도록 이 공간에 출입하지 않는다. 흐트러져 있는 화장품 배열을 바로 잡는 정도의 일만 할 뿐이다. 고객이 뭘 하든 관여하지 않는다. 고객이 오랫동안 머물러도 눈치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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