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더페이퍼’(왼쪽)와 용산구에 있는 ‘러쉬’매장. 사진 김소희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더페이퍼’(왼쪽)와 용산구에 있는 ‘러쉬’매장. 사진 김소희 기자

1│세상 모든 종이 모은 인더페이퍼

오래된 공예사와 가구점이 모여 있는 을지로4가역. 8번 출구 길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수입 제지 유통사 ‘두성종이’에서 운영하는 수입 종이 전문 매장 ‘인더페이퍼’가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인더페이퍼는 44개의 해외 제지사에서 3000여 품목의 종이를 공급받아 판매한다. 매장 안에는 세상 모든 종이를 모아놓은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벽면을 가득 채운 하얀 선반에 색상, 재질, 모양, 두께가 각기 다른 종이들이 빽빽이 꽂혀 있다.

디자이너, 출판인쇄소, 명함 제작사, 종이 공예소, 사진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종이 가격은 장당 50원에서 2000원대까지 제각각이다. 저렴하게 파는 편이지만 찾는 손님이 많아 성수기 때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이 넘는다. 계산하려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인더페이퍼는 올해로 개업 10주년을 맞았는데 계속 성장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7%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강세로 문구점이 쇠락하고 있는데도 인더페이퍼가 굳건한 이유는 다품종 전략 덕분이다. 인더페이퍼를 방문한 쇼핑몰 MD 권도형(31)씨는 “제품 촬영 배경으로 덧대는 종이를 사려고 들렀다. 이곳이 국내에서 종이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추천받았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이곳에서는 소비자가 다양한 제품군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나무 재질의 까끌한 종이, 골판지처럼 오돌토돌한 종이, 셀로판 테이프처럼 매끄러운 종이 등 촉감이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딱히 구입할 종이가 없는데도 종이마다 다른 촉감을 느껴보고 싶어 방문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매장을 찾은 김민지(26)씨는 “을지로에 놀러 나왔다가 블로그를 보고 이곳을 찾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종이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면서 “직접 만져보는 경험이 색다르다”고 했다.


2│향기와 촉감의 총집합체 러쉬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도 다품종 제품군으로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데 승부수를 건다. 대표 상품인 둥근 공 모양의 입욕제뿐만 아니라 토너, 스킨, 마스크팩, 헤어 제품 등 총 600종에 달하는 제품이 있다. 매장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한 매장에서 취급하는 제품이 400종이 넘는다. 환경 보호를 위해 포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곳의 원칙이다. 제품들이 포장재에 싸여 있지 않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향을 맡아볼 수 있다.

물론 체험도 가능하다. 러쉬 매장의 차별점은 ‘세숫대야’와 ‘세면대’다. 매장 입구에는 입욕제를 풀어 놓은 세숫대야가 놓여 있다. 고객들이 손을 담가 보고, 매장 안에 들어가 세면대에서 씻어내면 된다. 물론 손을 닦을 때도 러쉬 비누를 이용한다. 러쉬 매장에는 이렇게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세면대와 거울이 곳곳에 놓여 있다. 66㎡(20평) 남짓한 이태원점 매장에는 세면대만 5개에 달한다.

3개월간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피부 컨설팅도 해준다. 직원이 고객의 피부 관리 습관을 파악하고, 10종이 넘는 맞춤형 제품을 잿빛 팔레트에 덜어낸다. 이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제품을 직접 피부에 발라준다. 압구정점과 경리단길점에서는 고객의 기분에 따라 조명을 맞춘 스파 서비스도 제공한다.


3│언택트 서비스로 자유로운 체험 가능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다품종 전략의 강자는 올리브영이다. 화장품, 향수, 생활잡화 등 다양한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H&B(헬스앤드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은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리브영의 2017년 매출은 1조4280억원으로 2년 전 760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지점 수도 552개에서 1010개로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강세로 에뛰드, 미샤, 스킨푸드와 같은 단일 브랜드 로드숍 매장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과 상반된 결과다.

올리브영의 강점도 다품종이다. 국내 최대 매출올 올리는 2층짜리 명동 본점에서는 화장품뿐 아니라 건강식품과 캐릭터 상품, 인테리어 소품, 운동기구, 패션 잡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제공한다. 취급 제품이 1만5000여 종에 달한다. 명동본점 다음으로 매출이 높은 강남본점은 다양한 색조 제품으로 유명하다. 991㎡(300평)에 이르는 매장 1층은 색조 제품들로만 구성돼 있다.

제품 체험도 자유롭다. 올리브영은 직원들이 언택트(Untact)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과 소비자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색 체험 서비스도 도입했다. 강남본점에는 얼굴 피부나이를 측정해주는 ‘스마트미러’가 있다. 고객이 스마트미러에 얼굴을 비추고 실제 나이를 입력한 후 얼굴을 스캐닝하면 피부 색과 모공, 주름 정도를 분석해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준다. 매장에 구비돼 있다면, 직접 해당 제품들을 시연해보면서 촉감을 확인할 수 있다.


plus point

온라인 대체 불가능한 커스텀<조립·개조 매장>숍

김문관 기자

자전거 커스텀숍 내부. 사진 독자 제공
자전거 커스텀숍 내부. 사진 독자 제공

프리랜서 김모(39)씨는 최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A 자전거 커스텀숍에서 남편과 함께 탈 커플 자전거 한 조를 구입했다. 자전거 본체(프레임)와 타이어는 각각 미국 후지(FUJI)와 헬리오스(Helios) 제품, 기어와 체인 등 구동부는 중저가의 국산 제품, 빈티지한 느낌의 작은 브레이크와 페달은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구성했다. 자전거 가격은 대당 40만원이었다.

김씨는 “삼천리자전거와 자이언트 등 국내 대형 자전거 판매처의 온·오프라인 숍을 뒤졌으나 적당한 제품을 찾지 못했다”면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커스텀숍에서 모양과 성능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직원들이 즉석에서 조립해 줘 구입했다”고 말했다.

리테일(소매 판매) 분야에서 온라인이 대세다. 그러나 온라인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 커스텀숍(조립·개조 매장)이 대표적이다. 커스텀숍은 다양한 제품을 모아서 조립한 후 판매하거나, 완성된 제품을 돈을 받고 개조해주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안양에 있는 A 자전거 커스텀숍의 경우 미국·일본·독일·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자전거를 부품 단위로 수입해 조립한 후 판매한다. 매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고르면 즉석에서 조립하고 고객의 체형에 맞춰 안장 높이 등을 조정한 후 판매한다. 이 숍의 경우 모든 부품을 자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판매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보고 시승한 후 구입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41)씨는 “커스텀숍의 특성상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전거 커스텀숍은 서울 합정동 등지에도 있다. 커스텀숍은 이 밖에도 바이크(오토바이), 기타를 중심으로 한 악기 등 다양한 분야에도 있다. 서울 홍익대 앞에는 피규어와 모형 자동차 내부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달아, 작은 불을 밝혀주는 커스텀숍도 있다.

커스텀은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경우, 매년 ‘아트카’라고 불리는 커스텀 페인팅 자동차를 직접 소개한다. 미국 전위 작가 제프 쿤스가 알록달록한 그림을 입힌 ‘아트카 #17’은 유명하다. 현대차도 고객과 함께 커스텀카를 만드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커스텀숍 사장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조합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커스텀 바이크 마니아인 한모(41)씨는 “매장에서 직접 보고, 고르고, 조합하고, 탑승하는 경험은 대체가 불가능한 즐거움”이라며 “조립과 개조는 취미가 주는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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