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오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 지하 1층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 전경. 사진 김문관 기자
4월 24일 오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 지하 1층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 전경. 사진 김문관 기자

4월 24일 오후 3시, 오전 내내 비를 뿌리던 구름이 걷혀 눈이 부셨다. 태양을 등지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 지하 1층에 있는 다이소 매장으로 들어섰다. 입구 앞 지하철 노선도를 패러디한 매장 안내도가 시선을 끌었다. 하얀 벽을 비추는 밝은 조명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연상케 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이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이석구(28)씨는 “나무 재질의 휴지꽂이와 쟁반 등 생활집기를 샀을 때가 가장 만족스러웠다”면서 “다이소에서는 1만원만 있으면 많은 걸 살 수 있는데, 다른 곳에서 비슷한 물건을 사려면 이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길 건너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한 50대 주부는 장바구니를 보이며 “수세미와 물티슈, 면봉 등 꼭 필요한 것들을 개당 1000원에 샀다”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대학 점퍼를 걸친 한 여성은 “자취방에서 쓸 욕실용품을 사러 나왔다”라며 “잘 고르면 온라인보다 훨씬 싸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다이소 고속버스터미널점은 2145㎡(650평) 규모로 2만6000종의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다이소 매장 중 가장 크다. 전국에서 가장 큰 매장은 지난해 문을 연 속초점으로 2413㎡(730평) 규모지만, 취급 물품 수는 두 곳이 같다. 박은순 고속버스터미널점 점장은 “주중에는 하루 평균 1800명, 주말에는 평균 3000명이 매장을 찾는다”라며 “매일 오후 7시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날 오후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간이었지만, 소녀부터 노인까지 40여 명의 사람이 여기저기서 제품을 만져보고 있었다.

박 점장은 “여행용품, 미용, 문구, 인테리어 제품순으로 많이 팔린다”라며 “터미널이라는 위치 특성상 외국인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다름 아닌 1000원짜리 일명 ‘돼지코 어댑터(220V 전자제품 소켓에 끼워 110V 콘센트에 연결할 수 있게 하는 부품)’다. 고객 중 여행객이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점장은 “다이소 매장에는 5000원을 초과하는 제품은 단 한 종도 없다”라며 “국산 과자도 균일가 1000원인데 이는 대형마트보다도 매우 저렴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장은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십분 살려 특설매대도 설치하고 있다. 바로 전날(4월 23일)까지 봄 상품을 모아둔 ‘봄봄시리즈’ 매대를 설치했었고, 곧 여름 상품 특설매대를 꾸릴 예정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끝판왕’으로 불리는 다이소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물건을 팔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이소는 1997년 5월 서울 천호동에서 43㎡(13평) 규모의 작은 점포에서 출발했다. 당시 경제 불황에 소비 심리가 위축됐지만, 다이소는 가성비라는 강력한 경쟁력을 무기로 오프라인에서 승승장구했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한 1조9785억원이었다. 2014년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선 지 4년 만에 2조원 문턱까지 급성장했다.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20%를 넘는다. ‘싼 게 비지떡’ ‘온라인 판매가 대세’라는 편견을 깨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이소의 성공 비결을 짚어본다.


성공비결 1│온·오프라인 시너지

다이소 성공의 비결로는 높은 가성비 외에도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건 ‘탕진잼’이라는 신조어다. 탕진잼은 돈을 탕진할 만큼 소비하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전 재산을 탕진하자는 게 아니라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돈 쓰는 재미’를 경험한다는 의미다.

다이소는 20·30대에게 탕진잼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첫손에 꼽힌다.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50%는 1000원이며 2000원 이하 제품 비중이 85%에 달한다. 가성비가 아닌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라는 신조어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이소의 매출이 발생하는 장소는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이벤트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다이소는 4월 1일부터 24일까지 24일간 20개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4월의 다이소 픽’ ‘우리 동네 다이소 인증샷 경품 이벤트’ ‘새로 생긴 시청광장점 소개’ 등의 게시물에 대한 고객 반응이 좋다.

다이소 공식 네이버 블로그 역시 구독자가 2만 명에 달한다. 이런 활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에서 쌓은 인기가 고객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하게 한다는 뜻이다.


성공비결 2│고객 붙잡는 매장 관리

다이소는 매장 관리도 고객 편의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강화하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매장 외관과 내부 자체가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한다”라며 “다른 균일가 매장은 창고 같은 느낌을 주지만 다이소는 매장 조명을 백화점처럼 최대한 밝게 유지해 쾌적한 느낌을 준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의 시야와 동선을 분석해 매장 내 여유 공간을 확보하고, 제품 진열대 높이를 사람 키보다 약간 낮게 해 제품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췄다. 다이소는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늘어난 체류 시간은 매출 증대로 직결된다.


성공비결 3│시의적절한 점포 확장 및 물류비용 축소

다이소의 성공은 시의적절한 점포 확장 전략도 주효했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2009년 500개 수준이던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2010~2016년 연평균 매장 증가율은 20%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현재 다이소의 전국 점포 수는 1300개인데 이는 전국 백화점(약 100개), 대형마트(약 500개), 복합쇼핑몰(약 10개)을 다 합친 것보다 두 배가량 많다.

다이소가 균일가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자동화물류센터 운영을 통한 물류비용 축소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다이소는 과거 경기 기흥과 일죽, 충북 청원에서 3곳의 물류센터를 분산 운영했다.

그러나 물동량이 급증하자 납품 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물류비용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2년 경기 용인 남사에 1500억원을 투자해 10만6000㎡(3만2000평) 규모의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여기서는 상품 입고에서부터 출고까지 모든 과정이 전자동으로 관리돼 하루 3만여 종의 상품이 거의 무인으로 처리된다. 다이소는 올해 9월에는 부산에 2500억원을 투자해 남사자동화물류센터보다 두 배 이상의 처리 능력을 갖춘 부산허브물류센터를 가동할 예정이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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