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 블룸버그
애플 아이패드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 블룸버그

장면1. 지난해 3월 27일(현지시각), 애플은 미국 시카고에서 교육 시장을 겨냥한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플은 1978년 학교용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한 이래, 40년 동안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중국 상하이 교실에선 아이패드로 수업하고, 영국 런던 학생들은 스위프트(Swift·애플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책을 만든다. 우리는 교육 사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장면2.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해 3월 26일(현지시각), 구글은 크롬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에이서 크롬북 탭 10(Acer Chromebook Tab 10)’을 발표했다. 에이서 크롬북 탭 10은 크롬OS를 탑재한 첫 번째 교육용 태블릿PC다. 크롬OS를 탑재한 노트북인 ‘크롬북’이 교실에서 인기를 끌자, 크롬OS를 적용한 태블릿PC까지 선보인 것이다.


두 장면은 미국을 대표하는 구글과 애플이 교육 시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두 회사가 연달아 내놓은 에이서 크롬북 탭 10과 아이패드는 교육 시장을 겨냥한 태블릿PC다. 화면 크기(9.7인치)는 물론 가격(329달러)이 같다. 두 제품 모두 스타일러스 펜도 지원한다. 당시 IT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은 “애플이 교육에 초점을 맞춘 행사를 준비하자, 크롬북으로 교실을 점령한 구글이 한발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IT 공룡이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에듀테크’ 분야를 놓고 전쟁이다. 종이와 연필이 주를 이뤘던 교실이 전자칠판, 노트북,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면서 에듀테크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타임’은 “애플과 구글, MS의 다음 격전지는 교실”이라고 말했다.


교육 시장 뒤흔든 구글

구글은 애플과 MS가 장악하던 교육 관련 기기 시장 1위로 떠올랐다. 시장조사기관 퓨처소스 컨설팅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교육 현장에서 크롬북 등 구글 기기를 선택한 비중은 59%였다.

구글은 교육용 소프트웨어에도 힘을 줬다. 구글은 클라우드 기반의 교육 플랫폼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을 2014년에 무료로 선보였다. 구글 클래스룸은 교사가 숙제나 수업 자료를 온라인에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구글 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문서 등 생산성 관련 도구를 교육 현장에 맞춰 제공하는 ‘교육용 지스위트(G Suite for Education)’도 있다. 구글은 또 해외 유적지, 박물관, 우주 등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는 ‘구글 익스페디션(Google Expedition)’도 선보였다.

구글은 지난 1월 “전 세계 교사와 학생 8000만 명이 교육용 지스위트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4000만 명의 교사와 학생은 구글 클래스룸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한물간 애플·MS, ‘구글 잡아라’

애플과 MS는 한때 미국 교육 시장을 주도했다. 애플은 2012년 미국 교육 장비 시장의 절반 이상인 52.2%를 차지했다. 하지만 애플의 점유율은 2016년 19%, 2017년 19.3%로 떨어졌다. MS 점유율은 2012년 42.6%를 기록한 이후 2013년(29.3%)부터 지속해서 하락 추세다.

애플은 아이패드로 반격에 나섰다. 애플이 지난해 3월 공개한 9.7인치 아이패드는 애플 펜슬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애플 펜슬은 고사양인 아이패드 프로만 지원했다. 가격은 329달러로 낮췄다. 학생과 교사는 30달러 적은 299달러에 살 수 있다. 애플 펜슬이 작동하는 아이패드 프로 최저가(649달러)의 절반 이하다. 여기다 애플 펜슬도 일반 소매가보다 10달러 적은 89달러에 판다. 애플이 교육 시장을 잡으려고 ‘프리미엄 브랜드’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MS는 교육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MS는 비디오 토론 플랫폼 ‘플립그리드(Flipgrid)’, 과제를 공유하고 수업 주제를 토론하는 서비스 ‘초크업(Chalkup)’을 인수했다. 플립그리드는 전 세계 180개국에서 2000만 명이 넘는 학생과 교사가 사용한다. 초크업은 미국 대학의 33%, 고등학교의 20%에 속한 교사와 학생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애플과 MS는 구글 클래스룸 대항마도 준비했다. 애플과 MS는 각각 구글 클래스룸과 비슷한 ‘애플 클래스룸(Apple Classroom)’, ‘오피스 365 에듀케이션(Office 365 Education)’을 2016년에 내놓았다.


왜 교육 시장에 집중하나

아마존도 가세했다. 아마존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자료를 공유하는 플랫폼 ‘아마존 인스파이어(Amazon Inspire)’를 2016년 선보였다.

구글·애플·MS·아마존이 내놓은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무료여서 판매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는 교육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매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백만 명의 학생이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쓰던 지메일, 구글 문서 등을 구글 일반 계정으로 옮긴다”며 “구글 안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한 고객을 매년 수백만 명씩 신규로 끌어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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