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맞춤형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교육계 난제를 풀 열쇠다. AI를 접목하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
AI는 ‘맞춤형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교육계 난제를 풀 열쇠다. AI를 접목하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

# 화면에 크기가 다른 원 그림 두 개와 함께 문제가 뜬다.
‘다음 두 원의 원주(圓周) 차를 구하시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열세 살 성민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5개의 답 중 2번을 골랐다. 정답이다. 그런데 인공지능(AI) 선생님은 성민이가 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답을 찍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린다. 동시에 그 이유가 3학년 때 배웠어야 할 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까지 파악했다. AI 선생님은 성민이가 부족한 부분을 처음부터 잡아주기 위해 3학년 과정에 있는 ‘원’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성민이를 위한 수준별 맞춤 학습이다.

AI 선생님이 교육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교육 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들까지 AI를 접목한 교육 서비스 론칭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AI 수학, AI 과학, AI 영어 같이 AI를 접목한 교육 방식이다. 세계 500조원, 앞으로 국내 10조원(업계 추정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듀테크 시장을 공략할 첫 무기가 AI다.

업계는 AI를 ‘맞춤형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교육계 난제를 풀 열쇠로 받아들이고 있다. 학생 수십 명을 한 번에 가르쳐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수준별 교육을 할 수 없었다. 학생마다 수준이 달라도, 중간 정도 난이도에 맞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AI를 접목하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이 가능해진다.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AI가 파악해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데이터가 쌓일수록 학습 수준을 넘어 개별 학생의 성향까지 고려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움직임은 전통 교육 기업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에겐 1980·90년대 방문학습지를 통해 얻은 노하우가 있다. 2010년대에는 그런 노하우를 활용해 태블릿PC 학습지를 개발했고, 여기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업계 추산 태블릿PC 학습지 이용 초등학생 수는 약 70만 명으로 전체 초등학생(250만 명)의 30%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표적인 곳이 웅진씽크빅이다. 웅진씽크빅은 웅진북클럽 회원 24만 명으로부터 얻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웅진씽크빅 AI 수학’을 출시했다. 학생별 체감 난이도와 수준별 적정 풀이 시간 등 학습 습관을 분석한다.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그룹도 ‘레드펜 AI 수학’을 냈다. 음성으로 질문하면 의도를 파악해 답을 주는 기능을 장착했다. ‘아이트래킹’ 기술로 학생 눈동자 인식해 학습 태도까지 분석한다.

유·초등 영어 교육업체인 윤선생도 최근 ‘AI 스피커북’을 출시했다. AI 스피커에 실시간 영어 대화 기능을 넣은 것이다. 어린이와 스피커가 대화하듯 영어를 익힐 수 있다. 학습 효과보다는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럭스로보의 코딩용 로봇 ‘모디’. 사진 럭스로보
럭스로보의 코딩용 로봇 ‘모디’. 사진 럭스로보
토익 교육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산타토익’. 사진 뤼이드
토익 교육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산타토익’. 사진 뤼이드

기술력 내세운 스타트업들의 반격

하지만 이보다 앞선 움직임은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나왔다. 전통의 강자에 대항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는 것은 기술력이다. 교육 업계에서 주목받는 서비스는 AI 튜터링 스타트업 뤼이드가 만든 ‘산타토익’이다. 서비스 론칭 1년 반 만에 사용자 수가 4만 명에서 70만 명까지 급증했다. 오답 가능성을 예측하고 취약점이 분석되면 3분짜리 맞춤형 강의를 ‘처방’하는 데, 효과가 좋다. 자체 분석에 따르면 학습자가 평균 20시간 동안 학습하면 토익 점수가 120점 정도 올랐다.

교육용 플랫폼 스타트업 클래스팅도 ‘클래스팅 AI’로 AI 교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클래스팅 AI의 차별점은 지난 5년 동안 공교육 시장에서 쌓은 질 좋은 데이터다. 교육용으로 만든 소셜 플랫폼에서 그동안 확보한 데이터양이 많다. 교우 관계, 성향, 선호하는 영상 스타일 등 학습 패턴을 넘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기업)’ 에스티유니타스도 있다. 대입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영단기’ ‘공단기’ 등 성인 영어, 공무원 온라인 강의 등 70여 개 교육 브랜드를 갖고 있다. 최근 에스티유니타스도 공무원 시험 시장에 AI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렇다고 에듀테크 스타트업 업계가 AI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로봇, AR·VR(증강·가상 현실), IoT(사물인터넷) 등 ‘넥스트 AI’ 기술도 키우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과 사업 내용을 정리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주최한 ‘스타트업 프레스데이 에듀테크’ 행사에는 77개 업체가 참가 신청을 했다. 일부 에듀테크로 보기 어려운 곳도 있었지만, 기존 ‘잘나가는’ 스타트업까지 합하면 숫자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럭스로보와 큐브로이드는 교육용 코딩 로봇, 블록을 만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 블록 놀이를 통해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술력도 인정받아 럭스로보의 로봇 ‘모디’는 48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 초 세계가전전시회 CES에서 후속 제품 ‘모디 IoT 허브’를 공개하기도 했다.

에듀테크 업계의 또 다른 트렌드 ‘게임 베이스드 러닝(Game Based Learning)’ 개발도 눈에 띈다. 교육에 게임 요소를 가미해 재미있게 학습하는 방법이다. 에누마가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글과 셈을 직관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개발됐다. 엔씨소프트 출신 부부가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이 스타트업은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엑스프라이즈 콘테스트’ 결선에 진출하며 주목받았다. 또 어린이를 위한 게임형 교육 플랫폼 퀴집은 퀴즈 게임으로 학습 동기를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캐치잇플레이는 영어 초보자가 게임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업계는 빠르게 크고 있는 에듀테크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합종연횡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통 교육 기업들은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교는 지난해 수학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노리’를 인수했다. 노리가 보유한 특허 기술에 학습 데이터를 더해 디지털 수학 ‘써밋수학’을 내놓았다. 웅진씽크빅의 ‘웅진씽크빅 AI 수학’도 실리콘밸리 출신 머신러닝 기업 키드앱티브와의 합작품이다. 웅진씽크빅은 이를 위해 500만달러를 들여 키드앱티브 지분 10%를 사들였다.

기술 제휴도 활발하다. 윤선생은 수학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 프리윌린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수학 교육 시장에도 진출했다. 천재교육은 2015년 에듀테크센터를 설립해 관련 스타트업들에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 관련 신기술 개발을 지원해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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