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 실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공교육 에듀테크 도입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 실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공교육 에듀테크 도입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명제가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 안 교실이다.

2015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학교의 학습 과정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정도를 나타낸 ICT 활용 지수는 우리나라가 일본 다음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학교 내 컴퓨터 한 대당 학생 수를 나타내는 ICT 접근성 지수는 0.371로 OECD 평균 0.767의 절반 정도였다.

교육 현장에 기술을 접목하는 ‘에듀테크(Edutech)’ 성적표는 해외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사회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사고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처럼 교사가 칠판 앞에 서서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공교육 현장은 사회 변화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에듀테크 시장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인더스트리애널리스츠(GIA)는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를 2017년 2200억달러(약 257조원)에서 2020년 4300억달러(약 502조원)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국내 시장은 올해 4조1000억원에서 2021년 4조원대 중반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국내 에듀테크 시장이 커지기 어려운 이유는 공교육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산업이 활성화하려면 사교육뿐 아니라 공교육의 변화가 병행돼야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사교육 중심으로 에듀테크를 강화해나가는 움직임은 있지만, 공교육에서 밀어주지 않는 교육 모델이 사교육 시장만으로 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이 에듀테크에 취약한 이유를 짚어 봤다.


1│변화에 대한 내부 저항

한국은 원래 10여 년 전부터 에듀테크 도입에 관심을 가졌던 세계 선두 주자였다. 2008년 시작된 이명박 정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를 발족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의 획일적, 표준화한 교육 방식에서 선택적, 맞춤형 교육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면서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전략 목표는 학생들이 ①자기 주도적으로 ②체험 중심의 ③개인 맞춤형 수업을 ④공공·민간이 개발한 다양한 콘텐츠로 ⑤스마트 기기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종이 교과서 대신 스마트 기기로 공부하는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정책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발목을 잡았다.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막대한 예산에 비해 효과가 불투명하다” “인터넷 중독 등 각종 위험이 존재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교사 사이에서도 “아직 신기술을 도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정책 의지가 꺾이면서 관련 예산 비중이 줄었다. 국가재정운용계획 교육 분과위원회가 발간한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 교육 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의 유아, 초·중등, 평생직업교육 ‘교육 정보화’ 관련 예산이 2011년 490억원에서 2016년 440억원으로 10.24% 줄었다. 같은 기간 교육부의 교육 분야 예산이 33% 는 것과 대조적 이다.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디지털 교과서는 올해까지 초등학교 3~6학년과 중학교 사회·과학·영어 과목, 고등학교의 영어 과목에 한해 제공됐다. 애초 2015년 상용화를 내세웠던 것보다 속도가 더디다.

디지털 교과서의 원취지를 살리려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이용이 허용돼야 한다. 교사가 TV 화면에 디지털 교과서를 띄워놓고 수업을 진행하는 일방향적 수업 방식은 한계가 있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원장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협업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직접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학생 주도형, 체험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부에 방해가 된다면서 교실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분위기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공부 방식이 활성화할 수 있겠냐”고 했다.


2│인프라 보안 지침 이제야 완화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 2015년 기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무선랜 이용 가능한 교실은 평균적으로 학교당 2.3실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2021년까지 이를 4.3실로 늘리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학교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면서 보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과거 교육부와 국가정보원 보안 지침에 따르면 무선랜, 클라우드, 단말기 설치·보급을 위해서는 학교장이 보안 대책을 세워 교육부를 거쳐 국가정보원장에게 보안성 검토를 받아야 했다. 이 지침이 학교장에게 과도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들어서야 교육 목적으로 무선랜 및 클라우드 이동 통신망 구축 운영 사업은 ‘학교 내부망을 제외한 정보통신망에서 보안성 검토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보안 지침이 완화됐다. 교육부가 각 학교에 지난해 6월 행정 안내를 거친 뒤 12월 들어서야 예외 조항을 성문화했다.

학교장의 부담이 덜어진 만큼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내 무선랜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다만 스마트 기기 보급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지급, 대여, 학생 자체 구비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3│민간 기업의 참여 막는 환경

공교육의 에듀테크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다 보니 사교육도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국내 교육 산업은 공교육의 입시 정책에 얽매여 있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민간 기업의 생존 전략은 공교육 내에서 자사 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는 수요 지점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는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가 적다. 교육부가 에듀테크 산업을 주도하면서 전국 학교에 일괄적으로 같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용역 업체로 선정되는 것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관문이다.

교사와 학생 입장에서도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안종배 원장은 “해외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수업을 받는데 국내에서는 학교의 여건이나 학생 수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 안으로 교육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콘텐츠 개발자들이 교육 서비스를 올려놓으면, 학교나 교육자가 해당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또한 2011년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 실행계획’에 포함됐지만 그간 개발이 중단된 상태였다.

개별 학교 단위의 재정이 열악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선 교육 과정뿐 아니라 학교가 가진 예산 편성의 자율권이 적어 교육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호주, 미국, 영국 등 에듀테크가 활성화한 선진국에서는 개별 학교 단위의 예산 집행권이 보다 자율적이다. 학교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구입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기회가 보장된다. 예컨대 영국은 정부가 각 학교에 교육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할당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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