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1층 로비. 직원 옆에 호텔의 시그니처 향을 내는 향초가 놓여 있다. 사진 정해용 기자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1층 로비. 직원 옆에 호텔의 시그니처 향을 내는 향초가 놓여 있다. 사진 정해용 기자

5월 6일 오전 9시 37분,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포시즌스호텔을 찾았다. 햇살이 오전부터 뜨거웠다. 광화문 도로변과 호텔 로비를 연결하는 자동 회전문이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회전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회전문이 반쯤 돌아가자마자 산뜻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나무 향과 꽃 향이 어우러져 회전문 저쪽 광화문 도로변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향기가 로비에 비치된 꽃과 나무에서 나오는 줄 알았다. 1층 로비 중앙은 천장까지 닿아있는 나무와 꽃으로 장식돼 있었고, 안쪽에도 보라색 수국과 스타티세 등 각종 생화가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덴마크의 플라워 아티스트 니콜라이 버그만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포시즌스호텔 로비의 향기는 생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호텔 직원은 “우리 호텔의 시그니처(그 회사에서 특별히 제작한 제품) 향”이라고 했다. 특수제작된 장치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향수가 로비 곳곳에 뿌려지고 있었다. 로비 안쪽에서 부모님과 꽃구경을 하던 회사원 차모씨는 “다른 호텔보다 좀 더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향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시즌스호텔 로비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는 전통 한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한옥이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건물인 것처럼 포시즌스호텔의 시그니처 향도 은은한 나무의 향기가 배합돼 있다. 소나무의 일종인 개잎갈나무에서 추출한 시더우드 향과 단향목에서 추출한 샌들우드 향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다른 호텔들보다 좀 더 강한 시그니처 향을 사용하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포시즌스호텔은 서울과 한국의 이미지에 맞는 향을 개발해 유일한 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포시즌스호텔은 런던, 뉴욕, 파리 등 주요 도시별로 그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고유한 향을 개발해 사용한다.

5월 8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반포동에 있는 JW메리어트호텔 1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였다. 포시즌스호텔보다는 덜 강렬했지만 로비 전체에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호텔을 자주 오가는 편인데 JW메리어트의 향기는 둔감한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은은하다. 포시즌스호텔의 향기는 중동국가들에서 강렬한 향을 피우는 것을 연상시킬 정도로 확연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이곳은 향의 정도가 훨씬 덜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강렬한 향보다는 JW메리어트의 향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고 말했다. JW메리어트는 미국 본사에 요청해 한국의 호텔에만 자체 제작한 향기를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세계 30개국 80개의 호텔에서 똑같은 향기를 쓰는데 한국에만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향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봄과 여름에는 무화과 향과 삼나무 향을 합쳐서, 가을과 겨울에는 파촐리 등 숲속에서 자라는 야생 풀잎 향을 무화과 향과 삼나무 향에 추가해서 사용하고 있다. JW메리어트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이 ‘한국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해 미국 본사와 수개월간 협의를 거친 결과다. 미국 본사는 통일성을 중시해서 처음에는 서울 반포동의 호텔에만 고유의 향을 사용하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결국 요청을 받아들였다. 동대문에 위치한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호텔(동승그룹 운영)은 별도의 향을 쓰지 않고 미국 본사와 동일한 향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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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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