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류 브랜드 ‘홀리스터’ IFC몰점 한쪽 벽면에 해변에 앉아 있는 청년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오른쪽 아래는 홀리스터가 판매하는 ‘소칼(SOCAL)’ 향수. 전 세계 홀리스터 매장에서는 이 향수 냄새가 난다. 사진 김소희 기자
미국 의류 브랜드 ‘홀리스터’ IFC몰점 한쪽 벽면에 해변에 앉아 있는 청년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오른쪽 아래는 홀리스터가 판매하는 ‘소칼(SOCAL)’ 향수. 전 세계 홀리스터 매장에서는 이 향수 냄새가 난다. 사진 김소희 기자

7일 오후 7시 여의도 IFC몰 지하 1층에 있는 미국 의류 브랜드 ‘홀리스터’ 매장. 661㎡(200평) 남짓한 대형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코코넛·멜론·바닐라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매장 벽면에는 꽃무늬 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청년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다. 배경은 해변이다. 그 앞 초콜릿색 선반 위, 여름용 신상으로 나온 반팔티와 수영복이 눈에 띈다. 판매 의류에서도 달콤한 향기가 난다. 매장 한가운데 서 있으면 여름 바다에 놀러가 달콤한 코코넛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있는 착각이 든다.

홀리스터는 미국의 10대 소비자를 공략하는 캐주얼 의류 브랜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변 도시 ‘홀리스터’에서 이름을 따왔다. 매장에서 나는 향과 인테리어도 캘리포니아 해변을 연상시킨다. 전 세계 홀리스터 매장에서는 모두 같은 향이 난다. 홀리스터가 판매하는 향수 ‘소칼(SOCAL)’ 향인데, 소칼은 ‘남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의 준말이다. 본사에서 소칼 향수를 매장에 분사하는 것을 지침으로 정해뒀다.

이날 서울 홀리스터 매장에서도 직원들이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직접 향수를 뿌렸다. 본사의 구체적인 지침은 없지만, 향이 사라지지 않도록 3시간에 한 번씩 향수를 분사한다. 김보경(Kimmy) 홀리스터 IFC몰점 제너럴 매니저는 “‘매장에서 나는 향기가 좋다’며 어떤 향수인지 묻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면서 “향기로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효과와 동시에 판매 제품의 매출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홀리스터는 의류가 주력 판매 품목지만, IFC몰점만 해도 향수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홀리스터 향기 마케팅의 원조는 자매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다. 아베크롬비앤드피치도 자체 제작 향수인 ‘피어스’를 매장에 분사하고 있다. 홀리스터의 브랜드 콘셉트가 ‘캘리포니아 해변’이라면 아베크롬비앤드피치는 ‘뉴욕의 중심가’다. 타깃 소비자는 20대다.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피어스는 알싸한 남성 스킨 향이 난다. 자매 브랜드지만, 홀리스터와는 상반되는 향기다. 글로벌 향료 회사인 ‘퍼메니시(Firmenich)’와 국내 향기 솔루션 제공 업체 ‘아이센트(iSCENT)’가 피어스 향을 공동개발했다. 특히 아이센트 소속의 세계적인 조향사 크리스토프 로다미엘이 참여했다. 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 등 수많은 의류 브랜드의 대표 향을 개발한 바 있다.

패션 브랜드가 향수까지 팔면서 향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다. 향기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매출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최아름 아이센트 대표는 “향기 마케팅 도입 후 아베크롬비앤드피치 매출이 30~40% 올랐으며, 피어스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향수가 됐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실제 미국 시카고에 있는 향기 연구소는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과 향기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고객이 향기가 나는 매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향기가 없는 곳에서 머무르는 시간보다 약 30분 길었다.

국내도 향기 마케팅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후아유가 대표적이다. 후아유의 매장 콘셉트는 캘리포니아의 도시 ‘오렌지 카운티’다. 오렌지 카운티는 오렌지 재배로 유명해진 도시다. 그만큼 매장에서 오렌지 향이 나도록 연출했다. 후아유 관계자는 “이전에는 매장에 오렌지를 비치해뒀지만, 금방 상해 관리가 어려웠다”면서 “향기는 별도로 유지 관리 등 신경 쓸 부분이 없어 편리한 연출 수단”이라고 했다.

한편 뷰티 업계도 향기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매장에서 나는 브랜드 향은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한다.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는 복숭아 향기로 유명하다. 에뛰드 관계자는 “‘소녀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달콤한 향을 매장에 뿌린다”고 했다.

회사 내부에서 향수와 화장품 향을 연구·개발하기도 한다. 향기 나는 화장품을 칭하는 ‘향장품’이라는 용어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용인 기술연구소에 향 연구팀이 있고, 2014년부터 서울 본사에서 프래그런스 랩(Fragrance Lab)을 운영한다.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 코스맥스도 같은 해 향료랩을 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품질과 예쁜 용기 이외에도 화장품의 향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plus point

사찰이야? 한약방이야? 향나무 내음 나는 액세서리 판매 숍

액세서리 판매 숍 ‘시공간’ 신촌점에서 고객이 귀고리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김소희 기자
액세서리 판매 숍 ‘시공간’ 신촌점에서 고객이 귀고리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김소희 기자

20대 대학생이 많이 찾는 신촌역 인근 연세로. 주점과 음식점, 코인 노래방으로 가득 찬 이곳 거리에 떡하니 한자 간판의 상점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액세서리 판매 숍 ‘時空間(시공간)’이다. 고객이 동양적 세계관이 담긴 이 매장을 방문해 자신만의 보물(액세서리)을 찾아나선다는 콘셉트를 연출했다.

영어 간판을 애용하는 현대 사회에서 한자가 새겨진 간판을 전면에 내세워 고전적인 느낌을 풍기는 만큼 특이한 점이 많다. 매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진한 향나무 냄새가 먼저 나와 손님을 반긴다. 제사를 지낼 때 피우는 향 냄새로 마치 산속 사찰에 들어선 느낌이다. ‘나그참파’라 불리는 향인데, 매장에서 계속 냄새를 맡다 보면 한약방의 쓴 한약 냄새가 연상되기도 한다.

매장 구조도 한약방을 닮았다. 약재를 넣어두는 서랍장처럼 생긴 액세서리 진열대가 매장 벽면을 채우고 있다. 2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도서관 책꽂이처럼 3개 이상의 진열대가 일렬로 배치돼 있어, 좁은 통로가 생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액세서리만 2000종에 달한다. 그만큼 넓은 공간이지만 매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 코끝에는 진한 한약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이곳을 방문한 권유리(28)씨는 “홍대 본점에서도 이 냄새를 맡은 적이 있는데, 인테리어만큼이나 독특한 냄새가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시공간은 홍대 3곳, 신촌 1곳, 건대 1곳, 수원 1곳 등 9곳에 직영점이 있다. 시공간 관계자는 “제품 포장지에도 향이 배어들어 고객이 물건 구입 후 집에서도 잔향을 맡고 소비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면서 “실제 그렇게 매장을 되찾는 고객도 있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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